본문 바로가기

좋은 글/논어

[논어] 陽貨(양화)편 - 사람을 보는 기준을 세우려면

반응형

1

陽貨欲見孔子, 孔子不見, 歸孔子豚. 孔子時其亡也, 而往拜之, 遇諸塗. 謂孔子曰: "來! 予與爾言." 曰: "懷其寶而迷其邦, 可謂仁乎?" 曰: "不可." "好從事而亟失時, 可謂知乎?" 曰: "不可." "日月逝矣, 歲不我與." 孔子曰: "諾. 吾將仕矣."
양화욕견공자, 공자불견, 귀공자돈. 공자시기무야, 이왕배지, 우저도. 위공자왈: "래! 여여이언." 왈: "회기보이미기방, 가위인호?" 왈: "불가." "호종사이기실시, 가위지호?" 왈: "불가." "일월서의, 세불아여." 공자왈: "낙. 오장사의."

양화가 공자를 만나고 싶어했으나 공자께서 만나주지 않으므로 공자께 돼지를 보냈다. 공자께서 그가 없는 틈을 타서 찾아가 감사를 드리고 돌아오다가 도중에 그를 만났다. 양화가 공자께 "이리 오시오. 내가 당신에게 이야기하지요" 하고는 말했다. "가슴에 보물을 품고 있으면서 나라를 혼미하게 놓아둔다면 어질다고 할 수 있겠소?" "할 수 없지요." "일하기를 좋아하면서 자주 시기를 놓친다면 지혜롭다고 할 수 있겠소?" "할 수 없지요." "날이 가고 달이 가서 세월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예. 나는 장차 벼슬을 할 것입니다." (이렇게 추상적인 말을 함으로써 양화와의 논쟁을 피하고자 한 것으로 장차 적당한 때가 되면 벼슬한다는 뜻이지 양화에게 벼슬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공자는 원래 벼슬 자체를 거부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뒤로도 양화에게 벼슬한 적은 없었다.)

1) 陽貨(양화): 즉 양호(陽虎). 계씨(季氏)의 가신으로 노(魯)나라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던 그는 급기야 노나라의 정권을 찬탈하려고 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여 진(晉)나라로 도망쳤다. 그는 공자를 만나고 싶어했으나 공자가 그를 만나러 가지 않았기 때문에 공자에게 삶은 돼지 한 마리를 갖다주어서 공자를 유인하려고 했다. 공자는 양호를 만나기는 싫었지만 선물에 대하여 답례를 하지 않을 수도 없어 일부러 그가 집에 없는 틈을 타서 그에게 인사를 갔는데 공교롭게도 돌아오는 길에 그와 마주치고 말았다.

2) 歸孔子豚(귀공자돈): 공자에게 돼지를 보내다.
• 歸(귀): (선물을) 보내다. 饋(궤)와 같다.

3) 孔子時其亡也, 而往拜之(공자시기무야, 이왕배지): 공자가 그가 없을 때를 기다려 찾아가 감사드리다.
• 時(시): 때를 기다리다. 伺(사)와 같다.
• 亡(없을무): (자리에) 없다, 있지 않다.
• 拜(배): 감사드리다.

4) 遇諸塗(우저도): 그를 길에서 만나다.
• 諸(저): 之於(지어)와 같다.
• 塗(도): 길. 途(도)와 같다.

5) 予與爾言(여여이언): 내가 당신에게 이야기하다.
• 爾(이): 당신. 이인칭대사.

6) 亟失時(기실시): 자주 때를 놓치다.
• 亟(자주기): 자주, 누차.

7) 歲不我與(세불아여): 세월이 우리를 기다리지 않다.
• 與(여): 기다리다.

8) 吾將仕矣(오장사의): 내가 장차 벼슬살이를 하겠다.
• 矣(의): 단정적인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2

子曰: "性相近也, 習相遠也."
자왈: "성상근야, 습상원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의 본성은 서로 비슷하지만 습성은 서로 현격하게 다르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본성은 누구나 비슷하지만 후천적으로 배양되는 습관은 각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러므로 부지런히 배우고 수양하여 좋은 습관을 길러야 한다.)

1) 習相遠也(습상원야): 습성이 서로 현격하게 다르다. 그리하여 사람은 궁극적으로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변해간다는 뜻이다.
• 習(습): 습관이나 교육 등 후천적인 환경을 가리킨다.


3

子曰: "唯上知與下愚不移."
자왈: "유상지여하우불이."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오직 가장 지혜로운 사람과 가장 어리석은 사람만이 자신의 생각을 다른 데로 옮기지 않는다." (자신의 지혜에 자신이 있는 지혜로운 사람도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지만 어리석은 사람도 고집이 세다.)


4

子之武城, 聞弦歌之聲. 夫子莞爾而笑, 曰: "割鷄焉用牛刀?" 子游對曰: "昔者偃也聞諸夫子曰: '君子學道則愛人, 小人學道則易使也.'" 子曰: "二三子! 偃之言是也. 前言戱之耳."
자지무성, 문현가지성. 부자완이이소, 왈: "할계언용우도?" 자유대왈: "석자언야문저부자왈: '군자학도즉애인, 소인학도즉이사야.'" 자왈: "이삼자! 언지언시야. 전언희지이."

공자께서 무성에 가셨을 때 현악기에 맞추어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면서 "닭을 잡는 데 어째서 소 잡는 칼을 쓰느냐?"라고 하시자 자유가 대답했다. "옛날에 저는 선생님께서 '군자가 도를 배우면 사람을 사랑하고 소인이 도를 배우면 부리기 쉽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얘들아! 언의 말이 옳다. 내가 좀 전에 한 말은 그를 놀려준 것일 뿐이다."

1) 武城(무성): 노나라의 읍 이름. 당시 자유(子游)가 이 읍의 수장이었다. (「옹야편 14」 참조.)

2) 聞弦歌之聲(문현가지성): 현악기에 맞추어 노래부르는 소리를 듣다. 읍장인 자유(子游)의 교화에 힘입어 무성 사람들이 모두 예악을 익혀 그것이 생활화되었음을 가리킨다.

3) 夫子莞爾而笑(부자완이이소): 선생님이 빙그레 웃다.
• 莞爾(완이): 빙그레 웃는 모양.
• 爾(이): 형용사 접미사.

4) 割鷄焉用牛刀(할계언용우도): 닭을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는가. 무성과 같이 작은 읍을 다스림에 있어서 어찌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예악을 사용했는가라는 뜻이다.

5) 偃也聞諸夫子(언야문저부자): 내가 그것을 선생님에게서 듣다.
• 偃(언): 子游(자유)의 이름.
• 也(야):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어기조사.
• 諸(저): 之於(지어)와 같으며 之(지)는 '君子學道(군자학도) ~ 易使也(이사야)'를 가리키는 인칭대사.

6) 二三子(이삼자): 너희들, 여러분. 공자가 제자들을 가리키는 말.

7) 偃之言是也(언지언시야): 언의 말이 옳다.
• 是(시): 옳다, 맞다, 그렇다.

8) 前言戱之耳(전언희지이): 앞의 말은 그를 놀린 것일 뿐이다.
• 前言(전언): 割鷄焉用牛刀(할계언용우도)를 가리킨다.
• 之(지): 子游(자유)를 가리키는 인칭대사.
• 耳(이): '~일 뿐이다'라는 뜻의 어기조사. 而已(이이)와 같다.


5

公山弗擾以費畔, 召, 子欲往. 子路不說, 曰: "末之也, 已, 何必公山氏之之也?" 子曰: "夫召我者, 而豈徒哉? 如有用我者, 吾其爲東周乎!"
공산불요이비반, 소, 자욕왕. 자로불열, 왈: "말지야, 이, 하필공산씨지지야?" 자왈: "부소아자, 이기도재? 여유용아자, 오기위동주호!"

공산불요가 비읍을 근거지로 삼아 반란을 일으키고 공자를 부르자 공자께서 가려고 하셨다. 자로가 언짢아하면서 "갈 데가 없으면 그만두시지 어찌하여 굳이 공산씨에게 가려고 하십니까?"라고 말씀드리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를 부르는 사람이라면 어찌 공연히 그러겠느냐? 만약 나를 써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나라를 동방의 주나라로 만들리라!" (노나라 정공[定公] 8년[502 B. C.] 공산불요가 계씨에게 불만을 품고 계씨의 가신인 양호[陽虎]와 함께 계환자[季桓子]를 억류하고 공자를 초빙하자 공자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자신의 도를 펼쳐보고자 했다.)

1) 公山弗擾以費畔(공산불요이비반): 공산불요가 비읍을 근거로 반란을 일으키다.
• 公山弗擾(공산불요): 계씨의 가신으로 당시 비읍(費邑)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계씨에게 반란을 일으키고 공자를 부르매 공자가 이에 응하려고 하자 자로가 매우 못마땅하게 여겼다. 공자는 결국 가지 않았다. (『史記(사기)·孔子世家(공자세가)』 참조.)
• 以(이): 의지하다, 근거하다.
• 畔(반): 반란하다. 叛(반)과 같다.

2) 末之也(말지야): 갈 곳이 없으면.
• 末(말): ~할 길이 없다, ~할 곳이 없다. 무칭 지시대사(無稱指示代詞).
• 也(야):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어기조사.


3) 何必公山氏之之也(하필공산씨지지야): 어째서 꼭 공산씨에게 가는가.
• 之之(지지): 앞의 것은 강조 효과를 위하여 목적어를 동사 앞에 놓을 경우 목적어와 동사 사이에 쓰는 구조조사이고, 뒤의 것은 '가다'라는 뜻의 동사이다.
• 也(야): 의문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4) 夫召我者, 而豈徒哉(부소아자, 이기도재): 나를 부르는 사람이라면 어찌 공연스럽겠는가.
• 夫(부): 문장의 첫머리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위하여 청자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작용을 하는 어기조사 즉 발어사(發語詞). 대개 다음에 오는 말이 일반적으로 그러하다는 어감을 준다.
• 召我者(소아자): '나를 부르는 사람이다'라는 뜻의 판단문으로 주어가 생략되어 있다.
• 而(이): ~하면 곧. 조건에 따른 결과를 표시하는 접속사. 則(즉)과 같다.

 

5) 吾其爲東周乎(오기위동주호): 내가 (그 나라를) 동쪽의 주나라로 만들겠다. 동쪽에 위치한 비읍을 주나라에 비견할 수 있을 정도로 문왕과 무왕의 도가 잘 실현되는 훌륭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 其(기): '장차 (~하려고 하다)'라는 뜻의 부사.

• 爲(위): 만들다.
• 乎(호): 단정적인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6
子張問仁於孔子, 孔子曰: "能行五者於天下爲仁矣." "請問之." 曰: "恭寬信敏惠. 恭則不侮, 寬則得衆, 信則人任焉, 敏則有功, 惠則足以使人."
자장문인어공자, 공자왈: "능행오자어천하위인의." "청문지." 왈: "공관신민혜. 공즉불모, 관즉득중, 신즉인임언, 민즉유공, 혜즉족이사인."

자장이 공자께 인에 관하여 여쭈어보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천하에 다섯 가지를 행할 수 있으면 그것이 인이다." "부디 그것이 무엇인지를 여쭈어보겠습니다"라고 하자 공자께서 "공손함, 관대함, 믿음직스러움, 민첩함, 은혜로움이다. 공손하면 모욕당하지 않고, 너그러우면 대중의 지지를 얻고, 믿음직스러우면 사람들이 그에게 일을 맡기고, 민첩하면 공로가 있게 되고, 은혜로우면 다른 사람을 부릴 수 있다"라고 하셨다.

1) 請問之(청문지): 아무쪼록 그것을 묻다.
• 請(청): '청컨대, 부디, 모쪼록'이라는 뜻의 부사. 상대방의 동작에 대한 존경의 뜻을 표시한다.

• 之(지): 五者(오자)를 가리키는 인칭대사.

2) 惠則足以使人(혜즉족이사인): 은혜로우면 다른 사람을 부릴 수 있다.
• 足以(족이): '~하기에 족하다, ~하기에 충분하다'라는 뜻의 조동사.


7

佛肸召, 子欲往. 子路曰: "昔者, 由也聞諸夫子曰: '親於其身爲不善者, 君子不入也.' 佛肸以中牟畔, 子之往也如之何?" 子曰: "然. 有是言也. 不曰: '堅乎磨而不磷'? 不曰: '白乎涅而不緇'? 吾豈匏瓜也哉! 焉能繫而不食?"
필힐소, 자욕왕. 자로왈: "석자, 유야문저부자왈: '친어기신위불선자, 군자불입야.' 필힐이중모반, 자지왕야여지하?" 자왈: "연. 유시언야. 불왈: '견호마이불린'? 불왈: '백호열이불치'? 오기포과야재! 언능계이불식?"

필힐이 부르자 공자께서 가려고 하셨다. 자로가 "옛날에 제가 선생님께 듣자니 '친히 자신의 몸으로 선하지 않은 짓을 하는 자들 틈에는 군자는 들어가지 않는다'라고 하셨습니다. 필힐은 중모의 군사를 이끌고 반란을 일으켰는데 선생님께서 그에게 가시면 모양새가 어떻겠습니까?"라고 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워낙 견고하면 갈아도 닳지 않는다'고 하지 않더냐? '워낙 희면 검은 물을 들여도 검어지지 않는다'고 하지 않더냐? 내가 어찌 박이랴! 어찌 매달린 채 식용으로 쓰이지 않을 수 있겠느냐?" (「양화편 5」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1) 佛肸(필힐): 진(晉)나라 대부 조간자(趙簡子)의 가신으로 당시 중모(中牟)의 수장이었다. 그는 진나라 정공(定公) 18년(494 B. C.) 중모를 근거지로 삼아 조간자에게 반란을 일으켰다.

2) 親於其身爲不善(친어기신위불선): 친히 자기 몸으로써 선하지 않은 일을 행하다.
• 於(어): 以(이)와 같다.
• 爲(위): 행하다, 실천하다.


3) 以中牟畔(이중모반): 중모를 근거로 반란을 일으키다.
• 以(이): 의지하다, 근거하다.

• 畔(반): 반란하다. 叛(반)과 같다.

4) 子之往也如之何(자지왕야여지하): 선생님이 가시는 것은 어떤가.
• 之(지): 주어와 술어 사이에 쓰여 주술구조로 하여금 독립성을 잃고 명사구 또는 절이 되게 하는 구조조사. 이 경우 주술구조는 독립성을 잃고 구로 바뀌지만 여기서처럼 구의 성격보다는 절의 성격이 강한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 之(지)를 가정이나 조건을 표시하는 접속사로 분류하기도 한다.
• 也(야):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어기조사.
• 如之何(여지하): '어떠하다'라는 뜻의 관용어로서 술어 또는 부사어로 쓰인다. 如何(여하)·何如(하여)와 같다.

 

5) 堅乎磨而不磷(견호마이불린): 견고하면 갈아도 닳지 않다. 워낙 견고하면 갈아도 닳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 말과 다음에 나오는 白乎涅而不緇(백호열이불치)는 자신의 굳건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하여 인용한 항간의 속담 또는 옛말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 乎(호):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어기조사.
• 而(이): 역접관계를 표시하는 접속사.

6) 吾豈匏瓜也哉(오기포과야재): 내가 어찌 박이랴.
• 匏瓜(포과): 박. 박은 식용으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따려고 들지 않는다.
• 也哉(야재): 반문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也(야)는 판단의 어기를 내포하고 있다.


8

子曰: "由也! 女聞六言六蔽矣乎?" 對曰: "未也." "居! 吾語女. 好仁不好學, 其蔽也愚; 好知不好學, 其蔽也蕩; 好信不好學, 其蔽也賊; 好直不好學, 其蔽也絞; 好勇不好學, 其蔽也亂; 好剛不好學, 其蔽也狂."
자왈: "유야! 여문륙언륙폐의호?" 대왈: "미야." "거! 오어여. 호인불호학, 기폐야우; 호지불호학, 기폐야탕; 호신불호학, 기폐야적; 호직불호학, 기폐야교; 호용불호학, 기폐야란; 호강불호학, 기폐야광."

공자께서 "유야! 너는 여섯 마디 말과 그에 따른 여섯 가지 폐단이 무엇인지를 들었느냐?"라고 하시자 자로가 "아직 못 들었는데요"라고 대답했다. "앉거라. 내가 너에게 얘기해주마. 인자하기를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우둔해지는 것이고, 지혜롭기를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까불게 되는 것이고, 믿음직스럽기를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자신을 해치는 것이고, 곧기를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가혹해지는 것이고, 용맹스럽기를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난폭해지는 것이고, 굳세기를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무모해지는 것이다."

1) 女聞六言六蔽矣乎(여문륙언륙폐의호): 너는 여섯 마디의 말과 여섯 가지의 폐단을 들었는가.
• 女(여): 너. 이인칭대사. 汝(여)와 같다.
• 六言(륙언): 여섯 마디의 말. 사실상 여섯 가지 덕목을 가리킨다.
• 矣(의): 동작이 이미 완료되었음을 표시하는 어기조사.

2) 居(거): 앉다.

3) 吾語女(오어여): 내가 너에게 말하다.
• 語(어): ~에게 ~을 말하다.

 

4) 好仁不好學(호인불호학): 인자하기를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다. 인자한 사람이 되기는 좋아하면서 배우기에 정진하지 않음을 뜻한다.

5) 其蔽也愚(기폐야우): 그 폐단은 어리석어지는 것이다.
• 蔽(폐): 폐단. 弊(폐)와 같다.
• 也(야):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어기조사.


9

子曰: "小子何莫學夫『詩』? 『詩』可以興, 可以觀, 可以群, 可以怨. 邇之事父, 遠之事君, 多識於鳥獸草木之名."
자왈: "소자하막학부『시』? 『시』가이흥, 가이관, 가이군, 가이원. 이지사부, 원지사군, 다식어조수초목지명."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왜 『시경』을 배우지 않느냐? 『시경』은 그것으로 감흥을 일으킬 수도 있고, 인정과 풍속을 살필 수도 있고, 여러 사람이 한데 모일 수도 있고, 위정자에 대하여 원망을 할 수도 있다. 가까이로는 그것을 본받아 어버이를 섬기고 멀리로는 그것을 본받아 임금을 섬기며, 조수와 초목의 이름을 많이 알게 된다."

1) 小子何莫學夫『詩』(소자하막학부『시』): 너희들은 왜 저 『시경』을 배우지 않는가.
• 小子(소자): 젊은 사람. 공자가 제자들을 가리키는 말.
• 莫(막): 不(불)과 같다.
• 夫(부): 이, 그, 저. 경우에 따라 근칭 지시대사가 될 수도 있고 원칭 지시대사가 될 수도 있으며, 어떤 문맥에서는 어느 쪽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2) 『詩』可以興(『시』가이흥): 『시경』은 그것으로써 감흥을 일으킬 수 있다.
• 以(이): 뒤에 목적어로서 『詩(시)』를 가리키는 인칭대사가 생략되어 있다.

3) 可以觀(가이관): 관찰할 수 있다. 인정과 풍속을 살필 수 있음을 말한다.

4) 邇之事父(이지사부): 가까이로는 아버지를 섬길 수 있다.
• 之(지): ~로 말하자면, ~로 말할 것 같으면, ~는. 두 가지 또는 여러 가지 사실의 대비관계를 표시하는 접속사. 則(즉)과 같다.


10

子謂伯魚曰: "女爲「周南」·「召南」矣乎? 人而不爲「周南」·「召南」, 其猶正牆面而立也與!"
자위백어왈: "여위「주남」·「소남」의호? 인이불위「주남」·「소남」, 기유정장면이립야여!"

 

공자께서 백어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주남」과 「소남」을 공부하였느냐? 사람이 「주남」과 「소남」을 공부하지 않으면 아마 담벼락을 마주보고 서 있는 것과 같으리라!"

 

1) 伯魚(백어): 공자의 아들. 이름이 리(鯉)이고, 伯魚(백어)는 그의 字(자)이다.

2) 女爲「周南」·「召南」矣乎(여위「주남」·「소남」의호): 너는 「주남」 「소남」을 공부하였는가.
• 女(여): 汝(여)와 같다.
• 爲(위): 연구하다, 학습하다.
• 「周南(주남)」·「召南(소남)」: 『시경·국풍』의 편명.
• 矣(의): 동작이 이미 완료되었음을 표시하는 어기조사. 「周南(주남)」·「召南(소남)」을 공부하는 일이 이미 완료되었음을 표시한다.

 

3) 其猶正牆面而立也與(기유정장면이립야여): 아마 정면으로 담벼락과 마주보고 서 있는 것과 같으리라.
• 其(기): 아마. 추측을 표시하는 부사.

• 牆面(장면): 담벼락을 마주보다. 동사와 목적어가 도치된 것. 부정문이나 의문문에서 대사가 목적어로 쓰이는 경우 이외에는 목적어가 동사 앞으로 도치되면 대개 목적어와 동사 사이에 之(지)·是(시) 따위를 넣어서 표지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 也與(야여): 其(기)와 함께 쓰여서 추측을 표시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완곡하게 표현하는 어기조사.


 


11
子曰: "禮云禮云, 玉帛云乎哉? 樂云樂云, 鐘鼓云乎哉?"
자왈: "례운례운, 옥백운호재? 악운악운, 종고운호재?"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예라 예라, 그것이 단순히 옥이나 비단 같은 예물을 말하겠느냐? 음악이라 음악이라, 그것이 단순히 종이나 북 같은 악기를 말하겠느냐?" (예의 의미는 단순한 예물 교환 이상의 것이고 음악의 의미는 단순한 악기 연주 이상의 것이다.)

1) 禮云禮云(례운례운): 예라 예라.
• 云(운):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어기조사.

2) 玉帛云乎哉(옥백운호재): 옥백을 말하는가. 강조 효과를 위하여 동사 云(운)과 목적어 玉帛(옥백)을 도치시킨 것으로 「헌문편 6」의 "君子而不仁者有矣夫!(군자이불인자유의부!)"(군자이면서 어질지 못한 사람은 있으리라)와 같은 형태이다.
• 玉帛(옥백): 옥과 비단. 옛날에 중국의 제후가 천자를 만날 때 가지고 가던 예물.
• 云(운): '이르다'라는 뜻에서 파생하여 '~이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 乎哉(호재): 반문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12

子曰: "色厲而內荏, 譬諸小人, 其猶穿窬之盜也與!"
자왈: "색려이내임, 비저소인, 기유천유지도야여!"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안색은 위엄이 있으면서 내심이 유약한 것은 소인배에 비유한다면 벽을 뚫고 담을 넘는 도둑과 같으리라!"

1) 譬諸小人(비저소인): 그것을 소인배에 비유하다.
• 諸(저): 之於(지어)와 같으며 之(지)는 色厲而內荏(색려이내임)을 가리킨다.

2) 其猶穿窬之盜也與(기유천유지도야여): 아마 (벽을) 뚫고 (담을) 넘는 도둑과 같으리라.
• 其(기): 아마. 추측을 표시하는 부사.
• 窬(유): (담을) 넘다. 逾(유)와 같다.
• 也與(야여): 其(기)와 함께 쓰여서 추측을 표시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완곡하게 표현하는 어기조사.


13

子曰: "鄕原德之賊也."
자왈: "향원덕지적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온 고을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두루뭉술한 사람은 덕을 해치는 사람이다."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선악을 판단하고 또 그에 따라 분명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1) 鄕原(향원): 매사에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따지지 않고 시속에 맞추어 두루뭉술하게 삶으로써 온 고을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사람. 뚜렷한 가치관이 없고 삶의 태도가 진지하지 않아 위선적인 사람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原(원)은 愿(원)과 같다. 鄕原(향원)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으나 다음과 같은 맹자의 해석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萬子曰(만자왈): '一鄕皆稱原人焉(일향개칭원인언), 無所往而不爲原人(무소왕이불위원인), 孔子以爲德之賊(공자이위덕지적), 何哉(하재)?' 曰(왈): '非之無擧也(비지무거야), 刺之無刺也(자지무자야), 同乎流俗(동호류속), 合乎汚世(합호오세), 居之似忠信(거지사충신), 行之似廉潔(행지사렴결), 衆皆悅之(중개열지), 自以爲是(자이위시), 而不可與入堯舜之道(이불가여입요순지도), 故曰(고왈): "德之賊(덕지적)" 也(야).'" (만자가 "한 고을 사람들이 모두 어진 사람이라고 부른다면 어디를 가더라도 어진 사람이 될 터인데 공자께서 덕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여긴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라고 하자, 맹자가 말하기를 "비난하려고 들면 들어서 말할 것이 없고, 풍자하려고 들면 풍자할 것이 없으며, 흘러가는 시속에 동화되고 더러운 세상에 부합하며, 위인은 충직한 듯하고 행동은 청렴결백한 듯하여 여러 사람들이 다 그를 좋아하고 자신도 옳다고 여기지만 요순의 도에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덕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하신 것이다"라고 했다. [『孟子(맹자)·盡心(진심) 下(하)]』)


14

子曰: "道聽而塗說, 德之棄也."
자왈: "도청이도설, 덕지기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길에서 들은 이야기를 그것의 진위를 확인하거나 타당성을 생각해보지 않고 그냥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덕을 버리는 것이다."


1) 道聽而塗說(도청이도설): 길에서 듣고 (진위를 확인하거나 타당성을 생각해보지 않은 채) 바로 길에서 말하다.
• 塗(도): 길. 途(도)와 같다.

2) 德之棄(덕지기): 덕을 버림.
• 之(지): 강조 효과를 위하여 목적어를 동사 앞에 놓을 경우 목적어와 동사 사이에 쓰는 구조조사.


15
子曰: "鄙夫可與事君也與哉? 其未得之也, 患得之; 旣得之, 患失之. 苟患失之, 無所不至矣."
자왈: "비부가여사군야여재? 기미득지야, 환득지; 기득지, 환실지. 구환실지, 무소부지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비루한 사람과 함께 임금을 섬길 수 있겠는가? 그는 아직 얻지 못하였을 때는 얻으려고 걱정하고 얻고 나서는 잃어버릴까봐 걱정한다. 진실로 잃어버릴까봐 걱정하면 못 하는 짓이 없게 될 것이다."


1) 鄙夫可與事君也與哉(비부가여사군야여재): 비루한 사람은 (그와) 함께 임금을 섬길 수 있는가.
• 與(여): 다음에 목적어로서 鄙夫(비부)를 가리키는 인칭대사가 생략되어 있다.
• 也與(야여): 의문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 哉(재): 반문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也與哉(야여재)가 합쳐져서 반문의 어기를 표시한다.

2) 其未得之也(기미득지야): 그가 아직 얻지 못하여서는.
• 其(기): 鄙夫(비부)를 가리키는 인칭대사.
• 之(지): 일반적인 사실·사물·사람을 가리키는 인칭대사. 여기서는 관직이나 명예·권력 따위를 가리킨다.
• 也(야):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어기조사.

3) 無所不至矣(무소부지의): 이르지 않는 데가 없게 되다.
• 所(소): 장소.
• 矣(의): ~하게 되다. 상황의 변화나 새로운 상황의 출현을 표시하는 어기조사.


16

子曰: "古者民有三疾, 今也或是之亡也. 古之狂也肆, 今之狂也蕩; 古之矜也廉, 今之矜也忿戾; 古之愚也直, 今之愚也詐而已矣."

자왈: "고자민유삼질, 금야혹시지무야. 고지광야사, 금지광야탕; 고지긍야렴, 금지긍야분려; 고지우야직, 금지우야사이이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옛날에는 사람들에게 세 가지의 병폐가 있었는데 지금은 아마 이것도 없어진 것 같다. 옛날의 경망한 사람은 자유분방하여 작은 일에 구애되지 않았는데 지금의 경망한 사람은 허랑방탕하고, 옛날의 긍지가 센 사람은 청렴하여 위엄이 있었는데 지금의 긍지가 센 사람은 화를 잘 내고 거세며, 옛날의 어리석은 사람은 우직했는데 지금의 어리석은 사람은 속임수로 그럴 뿐이다." (옛날보다 더 못해진 당시의 도덕 수준을 개탄한 말이다.)


1) 古者(고자): 옛날.
• 者(자): 시간을 표시하는 말 뒤에 붙는 명사 접미사.

2) 今也(금야): 지금은.
• 也(야):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어기조사.

3) 是之亡也(시지무야): 이것이 없어지다.
• 是(시): 三疾(삼질)을 가리키는 지시대사로 亡(무)의 목적어.
• 之(지): 강조 효과를 위하여 목적어를 동사 앞에 놓을 경우 목적어와 동사 사이에 쓰는 구조조사.
• 也(야): ~하게 되다. 상황의 변화나 새로운 상황의 출현을 표시하는 어기조사. 矣(의)와 같다.

4) 今之愚也詐而已矣(금지우야사이이의): 오늘날의 어리석음은 속임수일 뿐이다.
• 也(야):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어기조사.
• 而已矣(이이의): '~일 뿐이다'라는 뜻의 어기조사.


17

子曰: "巧言令色, 鮮矣仁."
자왈: "교언령색, 선의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럴듯하게 꾸민 달콤한 말과 부드러운 듯이 꾸민 반질한 얼굴에는 인이 적도다."

 

「학이편 3」 참조.


18
子曰: "惡紫之奪朱也, 惡鄭聲之亂雅樂也, 惡利口之覆邦家者."
자왈: "오자지탈주야, 오정성지란아악야, 오리구지복방가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간색인 자주색이 정색인 붉은색의 지위를 차지하는 것을 싫어하고, 음란한 정나라의 음악이 아악을 어지럽히는 것을 싫어하고, 날카로운 입이 국가를 전복시키는 것을 싫어한다."


1) 惡紫之奪朱也(오자지탈주야): 자주색이 붉은색을 빼앗는 것을 싫어하다. 간색(間色)이 정색의 지위를 차지함을 싫어하다.
• 之(지): 주어와 술어 사이에 쓰여 주술구조로 하여금 독립성을 잃고 명사구 또는 절이 되게 하는 구조조사.
• 也(야): 몇 가지 사항을 나열할 때 쓰는 어기조사.

2) 鄭聲(정성): 정나라의 음악. 남녀간의 사랑을 노래한 것이 많아 음란한 음악으로 일컬어졌다.

3) 者(자): 왕인지(王引之)의 『경전석사(經典釋詞)』에 "者(자)는 也(야)와 같다"라고 하고 이 구절을 예로 제시했다. 그러나 앞 두 구절과의 관계로 보아 也(야)의 오자일 가능성도 있다.


19
子曰: "予欲無言." 子貢曰: "子如不言, 則小子何述焉." 子曰: "天何言哉? 四時行焉, 百物生焉, 天何言哉?"
자왈: "여욕무언." 자공왈: "자여불언, 즉소자하술언." 자왈: "천하언재? 사시행언, 백물생언, 천하언재?"

 

공자께서 "나는 말을 하지 않으련다"라고 하시자 자공이 "선생님께서 말씀을 하시지 않으면 저희들이 무엇을 전술(傳述)하겠습니까?"라고 했다. 그러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하늘이 무엇을 말하더냐? 사철이 운행하고 만물이 생겨나지만 하늘이 무엇을 말하더냐?"

1) 予欲無言(여욕무언): 내가 말하지 않으려고 하다.
• 無(무): 不(불)과 같다.

2) 四時行焉(사시행언): 사시가 운행하다.
• 焉(언):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어기조사.


20

孺悲欲見孔子, 孔子辭以疾. 將命者出戶, 取瑟而歌, 使之聞之.
유비욕현공자, 공자사이질. 장명자출호, 취슬이가, 사지문지.

 

해유비가 공자를 뵈려고 하자 공자께서 병을 구실로 거절하셨다. 말을 전하는 사람이 문을 나가자 공자는 슬을 타면서 노래를 불러 그로 하여금 듣게 하셨다. (모든 사람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공자가 병을 구실로 자신에게 배우러 온 사람을 물리치고 금방 노래를 불러 그것이 핑계임을 알렸으니 이는 공자가 유비에게 어떤 사실을 일깨워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아마 유비가 공자에게 결례되는 짓을 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1) 孺悲(유비): 노나라 사람. 애공이 그를 공자에게 보내어 상례(喪禮)를 배우게 했다.

2) 使之聞之(사지문지): 그로 하여금 그것을 듣게 하다.
• 之(지): 앞의 것은 孺悲(유비)를 가리키고 뒤의 것은 歌(가)를 가리킨다.


 


21
宰我問: "三年之喪, 期已久矣. 君子三年不爲禮, 禮必壞; 三年不爲樂, 樂必崩. 舊穀旣沒, 新穀旣升, 鑽燧改火, 期可已矣." 子曰: "食夫稻, 衣夫錦, 於女安乎?" 曰: "安." "女安則爲之. 夫君子之居喪, 食旨不甘, 聞樂不樂, 居處不安, 故不爲也. 今女安, 則爲之." 宰我出, 子曰: "予之不仁也! 子生三年, 然後免於父母之懷. 夫三年之喪, 天下之通喪也. 予也有三年之愛於其父母乎?"
재아문: "삼년지상, 기이구의. 군자삼년불위례, 례필괴; 삼년불위악, 악필붕. 구곡기몰, 신곡기승, 찬수개화, 기가이의." 자왈: "식부도, 의부금, 어여안호?" 왈: "안." "여안즉위지. 부군자지거상, 식지불감, 문악불락, 거처불안, 고불위야. 금여안, 즉위지." 재아출, 자왈: "여지불인야! 자생삼년, 연후면어부모지회. 부삼년지상, 천하지통상야. 여야유삼년지애어기부모호?"

재아가 "삼년상은 기간이 너무 깁니다. 군자가 삼 년 동안 예를 행하지 않으면 예가 틀림없이 파괴될 것이고, 삼 년 동안 음악을 연주하지 않으면 음악이 틀림없이 무너질 것입니다. 묵은 곡식이 다 없어지고 햇곡식이 등장하며 나무에 구멍을 뚫고 마찰하여 새로운 불을 얻게 되는 기간이니 일주기가 지나면 복상을 그만두어도 될 것입니다"라고 여쭈어보자 공자께서 "삼 년이 지나기 전에 쌀밥을 먹고 솜옷을 입는 것이 너에게는 편안하냐?"라고 하셨다.

"편안합니다"라고 하자 "네가 편안하면 그렇게 하여라. 대체로 군자는 상중에 있으면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감미롭지 않고 음악을 들어도 즐겁지 않으며 집 안에 가만히 있어도 편안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 네가 편안하다면 그렇게 하여라"라고 하셨다. 재아가 나가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여의 어질지 못함이여! 자식이 태어나서 삼 년이 지난 연후에 부모의 품에서 벗어난다. 대체로 삼년상은 천하의 공통적인 상례이다. 여는 삼 년 동안 그의 부모에게 사랑을 받은 일이 있는가?"

 

1) 宰我(재아): 공자의 제자. 이름은 여(予), 자는 자아(子我).

2) 爲禮(위례): 예를 행하다.
• 爲(위): 행하다, 실천하다.

3) 鑽燧改火(찬수개화): 철이 바뀔 때마다 그 계절의 나무에 구멍을 뚫고 비벼서 새로이 불을 얻다.
• 燧(수): 불을 얻는 나무. 봄에는 푸른색인 느릅나무와 버드나무, 여름에는 붉은색인 대추나무와 살구나무, 늦여름에는 노란색인 뽕나무와 산뽕나무, 가을에는 흰색인 떡갈나무와 졸참나무, 겨울에는 검은색인 홰나무와 박달나무를 써서 오행에 맞추었다.

4) 期可已矣(기가이의): 일주기가 되면 (복 입기를) 그만둘 수 있다.
• 期(기): 일주기. 앞의 期(기)와는 다르다.
• 已(이): '그치다, 그만두다'라는 뜻의 동사.
• 矣(의): 단정적인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5) 食夫稻(식부도): 쌀밥을 먹다.
• 夫(부): 모든. 일반적인 것을 가리키는 지시대사.
• 稻(도): 벼. 여기서는 그것으로 만든 쌀밥을 가리킨다.

6) 女安則爲之(여안즉위지): 네가 편안하면 그것을 행하라.
• 女(여): 汝(여)와 같다.
• 之(지): 일주기가 되면 복 입기를 그만두는 일을 가리키는 인칭대사.

7) 夫君子之居喪(부군자지거상): 무릇 군자가 상중에 있으면.
• 夫(부): 문장의 첫머리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위하여 청자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작용을 하는 어기조사. 다음에 오는 말이 일반적으로 그러하다는 어감을 주는 경우가 많다.
• 之(지): 주어와 술어 사이에 쓰여 주술구조로 하여금 독립성을 잃고 명사구 또는 절이 되게 하는 구조조사.

8) 予之不仁也(여지불인야): 여의 어질지 못함이여.
• 予(여): 재아의 이름.
• 也(야): 감탄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9) 予也有三年之愛於其父母乎(여야유삼년지애어기부모호): 여는 삼 년 동안의 그 부모에게 사랑받음이 있었는가.
• 也(야):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어기조사.
• 有(유): 동사로서 三年之愛於其父母(삼년지애어기부모)를 목적어로 취한다.
• 於(어): 피동문에서 동작의 주체를 표시하는 전치사.


 22

子曰: "飽食終日, 無所用心, 難矣哉! 不有博奕者乎? 爲之, 猶賢乎已."
자왈: "포식종일, 무소용심, 난의재! 불유박혁자호? 위지, 유현호이."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하루종일 배불리 먹고 마음을 쓰는 데가 없다면 참으로 곤란하다. 쌍륙과 바둑이라는 것이 있지 않느냐? 그것이라도 하는 것이 그래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1) 難矣哉(난의재): 곤란하도다.
• 矣哉(의재): 감탄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2) 博奕者(박혁자): 쌍륙과 바둑이라는 것. 모두 오락의 종류이다.
• 者(자):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어기조사. 경우에 따라 '~라고 하는 것, ~라고 하는 사람'으로 풀이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때도 있다.

 

3) 猶賢乎已(유현호이): 그래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 賢(현): 낫다.
• 乎(호): 비교의 대상을 표시하는 전치사. 於(어)와 같다.
• 已(이): 말다, 그만두다.


23

子路曰: "君子尙勇乎?" 子曰: "君子義以爲上, 君子有勇而無義爲亂, 小人有勇而無義爲盜."
자로왈: "군자상용호?" 자왈: "군자의이위상, 군자유용이무의위란, 소인유용이무의위도."

 

자로가 "군자는 용맹스러움을 숭상합니까?"라고 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의로움을 최상으로 여긴다. 군자는 용맹스러움이 있으면서 의로움이 없으면 문란한 짓을 하고, 소인은 용맹스러움이 있으면서 의로움이 없으면 도둑질을 한다."


1) 義以爲上(의이위상): 정의를 상으로 여기다.
• 義以(의이): 以義(이의)가 도치된 것.

 

2) 爲亂(위란): 문란한 짓을 하다.
• 爲(위): 행하다.


24
子貢曰: "君子亦有惡乎?" 子曰: "有惡. 惡稱人之惡者, 惡居下流而訕上者, 惡勇而無禮者, 惡果敢而窒者." 曰: "賜也亦有惡乎?" "惡徼以爲知者, 惡不孫以爲勇者, 惡訐以爲直者."
자공왈: "군자역유오호?" 자왈: "유오. 오칭인지악자, 오거하류이산상자, 오용이무례자, 오과감이질자." 왈: "사야역유오호?" "오요이위지자, 오불손이위용자, 오알이위직자."

 

자공이 "군자도 미워하는 것이 있습니까?"라고 하자 공자께서 "미워하는 것이 있다. 다른 사람의 나쁜 점을 말하는 사람을 미워하고, 밑에 있으면서 윗사람을 비방하는 사람을 미워하고, 용맹스럽기만 하고 예의가 없는 사람을 미워하고, 과감하기만 하고 융통성이 없는 사람을 미워한다"라고 하시고 이어서 "사도 미워하는 것이 있느냐?"라고 하시자 "남의 것을 표절한 것을 가지고 자신이 지혜롭다고 여기는 사람을 미워하고, 공손하지 못한 것을 가지고 용맹스럽다고 여기는 사람을 미워하고, 남의 결점을 들추어내는 것을 가지고 솔직하다고 여기는 사람을 미워합니다"라고 했다.

 


1) 居下流而訕上(거하류이산상): 밑에 있으면서 윗사람을 비방하다.
• 流(류): 유보남(劉寶南)의 『논어정의(論語正義)』에 流(류)를 잘못 끼여든 글자로 보았고, 혜동(惠棟)의 『구경고의(九經古義)』와 풍등부(馮登府)의 『논어이문고증(論語異文考證)』에는 만당(晩唐) 이전의 판본에는 流(류)가 없다고 했다.

2) 賜也亦有惡乎(사야역유오호): 사도 미워하는 것이 있는가.
• 賜(사): 子貢(자공)의 이름.
• 也(야):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어기조사.

3) 徼以爲知(요이위지): 표절한 것을 가지고 지혜롭다고 여기다.
• 徼以(요이): 以徼(이요)가 도치된 것.
• 徼(요): 훔치다.
• 知(지): 智(지)와 같다.

4) 不孫(불손): 공손하지 못하다.
• 孫(손): 遜(손)과 같다.


25

子曰: "唯女子與小人, 爲難養也. 近之則不孫, 遠之則怨."
자왈: "유녀자여소인, 위난양야. 근지즉불손, 원지즉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오직 여자와 소인만은 다루기 어렵다. 가까이하면 불손해지고 멀리하면 원망한다."

1)爲難養也(위난양야): 다루기 어렵다.
• 爲(위): '~이다'라는 뜻의 동사. 뒤에 오는 형용사와 결합하여 '~하다'라는 뜻의 술어를 이룬다.
• 難(난): '어렵다'라는 뜻의 형용사로 뒤에 동사를 동반하여 '~하기 어렵다'라는 뜻을 이루는 특수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 養(양): 다스리다, 다루다.
• 也(야): 판단 또는 진술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26
子曰: "年四十而見惡焉, 其終也已."
자왈: "년사십이견오언, 기종야이."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이가 마흔이 되어서도 남에게 미움을 받는다면 그 사람은 아마 틀림없이 더 이상 진보하지 못하고 그 상태로 끝나고 말 것이다."

1) 見惡焉(견오언): 미워함을 당하다.
• 見(견): 동사 앞에 쓰여서 피동을 표시한다.

• 焉(언):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어기조사.

2) 其終也已(기종야이): 아마도 (거기서) 끝날 것이다.
• 其(기): 아마. 추측을 표시하는 부사.
• 終(종): 끝나다. 더 이상 가망성이 없다는 뜻이다.
• 也已(야이): 단정적인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