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憲問恥, 子曰: "邦有道, 穀; 邦無道, 穀, 恥也." "克伐怨欲不行焉, 可以爲仁矣." 子曰: "可以爲難矣, 仁則吾不知也."
헌문치, 자왈: "방유도, 곡; 방무도, 곡, 치야." "극벌원욕불행언, 가이위인의." 자왈: "가이위난의, 인즉오부지야."
원헌이 수치에 관하여 여쭈어보자 공자께서 "나라에 도가 있어도 벼슬에 나아가 녹을 받고 나라에 도가 없어도 벼슬에 나아가 녹을 받는 것이 수치이다"라고 하셨다. "기승부리기, 자랑하기, 원망하기, 욕심 내기 따위의 일을 하지 않으면 어질다고 할 수 있을 테지요"라고 하자 공자께서 "어려운 일이라고는 할 수 있겠으나 과연 어진 것인지 어떤지는 나는 모르겠다"라고 하셨다.
1) 憲問恥(헌문치): 원헌이 수치에 관하여 묻다.
• 憲(헌): 공자의 제자. 성이 원(原), 자가 자사(子思)이고 憲(헌)은 그의 이름이다.
2) 穀(곡): 원래 '녹으로 받는 곡식'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녹을 받다'라는 뜻의 동사로 쓰였다.
3) 可以爲仁矣(가이위인의): 어질다고 할 수 있는가.
• 爲(위): ~라고 하다. 謂(위)와 같다.
2
子曰: "士而懷居, 不足以爲士矣."
자왈: "사이회거, 부족이위사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선비가 만약 편안하게 지낼 것을 생각한다면 선비라고 하기에 부족하다."
1) 士而懷居(사이회거): 선비가 편안하게 지내는 일을 마음속에 품다.
• 而(이): 가정이나 조건을 표시하는 접속사.
• 居(거): 집 안에서 편안하게 한가로이 지내다.
3
子曰: "邦有道, 危言危行; 邦無道, 危行言孫."
자왈: "방유도, 위언위행; 방무도, 위행언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라에 도가 있으면 당당하게 말하고 당당하게 행동하며, 나라에 도가 없을 때는 당당하게 행동하되 말은 공손해야 한다."
4
子曰: "有德者必有言, 有言者不必有德. 仁者必有勇, 勇者不必有仁."
자왈: "유덕자필유언, 유언자불필유덕. 인자필유용, 용자불필유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덕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말을 하지만 말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진 사람은 반드시 용기가 있지만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어진 것은 아니다." (덕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절로 덕담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입에 발린 덕담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꼭 덕이 있는 사람인 것은 아니다. 어진 사람이라면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안위를 잊고 달려가 그 사람을 구제해줄 것이다. 그러나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제해준다고 해서 다 어진 사람인 것은 아니다.)
5
南宮适問於孔子曰: "羿善射, 奡盪舟, 俱不得其死然. 禹·稷躬稼而有天下." 夫子不答. 南宮适出, 子曰: "君子哉若人! 尙德哉若人!"
남궁괄문어공자왈: "예선사, 오탕주, 구부득기사연. 우·직궁가이유천하." 부자부답. 남궁괄출, 자왈: "군자재약인! 상덕재약인!"
남궁괄이 공자께 "예는 활쏘기를 잘하였고 오는 육지에서 배를 움직일 만큼 힘이 세었지만 모두 제명에 죽지 못했고, 우임금과 후직은 몸소 농사를 지었지만 천하를 손에 넣었습니다"라고 말씀드리자 선생님께서 대답을 하지 않으셨다. 남궁괄이 나가자 "군자답도다 이 사람은! 덕을 숭상하는구나 이 사람은!" 하고 말씀하셨다. (남궁괄은 물리적인 힘보다는 덕이 더 귀중함을 알았다. 그리하여 공자가 덕을 숭상하는 그의 위인을 찬양한 것이다.)
1) 南宮适(남궁괄): 노나라 사람으로 공자의 제자. 자는 자용(子容).
2) 羿(예): 하나라 말기 유궁국(有窮國)의 임금으로 활을 아주 잘 쏜 사람. 전설에 의하면 당시 해가 열 개 있었는데 너무 뜨거워서 예가 그 가운데 아홉 개를 활로 쏘아서 떨어뜨려버렸다고 한다. 그는 한때 하나라의 왕위를 차지하기도 했으나 정치는 돌보지 않고 사냥만 즐긴 나머지 머지않아 자신의 재상인 한착(寒浞)에게 나라와 아내를 함께 빼앗기고 말았다. (『左傳(좌전)·襄公四年(양공사년)』 참조.)
3) 奡盪舟(오탕주): 오가 배를 움직이다. 오는 한착과 예의 아내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육지에서 배를 움직일 수 있을 만큼 힘이 세었다고 한다. (何晏(하안), 『論語集解(논어집해)』 참조.)
4) 俱不得其死然(구부득기사연): 모두 제명에 죽음을 얻지 못하다.
• 其死(기사): 자신의 천수를 다 누린 뒤에 자기가 죽게끔 운명지어진 날에 죽는 것.
• 然(연): 단정적인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焉과 같다.
5) 稷(직): 후직(后稷). 순임금의 신하로 주나라의 시조. 여러 가지 곡식을 재배하여 농업의 발전에 기여한 바가 컸다.
6) 君子哉若人(군자재약인): 군자답도다 이 사람은.
• 若(약): '이, 이런'이라는 뜻의 지시대사.
6
子曰: "君子而不仁者, 有矣夫! 未有小人而仁者也."
자왈: "군자이불인자, 유의부! 미유소인이인자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이면서 어질지 못한 사람은 있을 테지만 소인이면서 어진 사람은 아직 없었다."
1) 君子而不仁者有矣夫(군자이불인자유의부): 군자이면서 어질지 못한 사람은 있으리라. 강조 효과를 위하여 동사 有(유)와 목적어 君子而不仁者(군자이불인자)를 도치시킨 형태이다.
• 矣夫(의부): 감탄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로 추측의 어기도 다소 내포한다.
7
子曰: "愛之, 能勿勞乎? 忠焉, 能勿誨乎?"
자왈: "애지, 능물로호? 충언, 능물회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을 사랑하면서 그에게 일을 시키지 않을 수 있겠느냐? 어떤 사람에게 충성스러우면서 그에게 올바른 길을 알려주지 않을 수 있겠느냐?"
1) 忠焉, 能勿誨乎(충언, 능물회호): 충성스러우면서 (올바른 길을) 가르쳐주지 않을 수 있는가.
• 焉(언): 於是(어시)와 같다.
• 勿(물): 不(불)과 같다.
8
子曰: "爲命, 裨諶草創之, 世叔討論之, 行人子羽修飾之, 東里子産潤色之."
자왈: "위명, 비심초창지, 세숙토론지, 행인자우수식지, 동리자산윤색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정나라에서 외교 사령을 작성할 때는 비심이 기초하고, 세숙이 검토하고, 행인 자우가 수식하고, 동리의 자산이 윤색했다." (정나라는 남북의 나라들이 서로 다투는 요지에 위치했기 때문에 외교적 수완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그들이 외교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유능한 인재들이 힘을 합쳤기 때문이라는 뜻으로 국가의 경영에 있어서 인재의 등용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역설한 것이다.)
1) 爲命(위명): 외교 사령(外交辭令)을 만들다.
• 命(명): 정부의 공문서. 여기서는 정(鄭)나라가 다른 나라에 보내는 외교 사령.
2) 裨諶草創之(비심초창지): 비심이 그것을 기초하다.
• 裨諶(비심): 정나라의 대부. 이름은 조(竈)이고 諶(심)은 그의 자이다.
• 草創(초창): 기초하다.
• 草(초): 처음으로, 대략적으로.
• 創(창): 창시하다.
3) 世叔(세숙): 정나라의 대부. 이름은 유길(游吉). 자태숙(子太叔)이라고도 한다. 그는 40여 년 동안 정나라를 다스렸는데 외교 수완이 뛰어나 강대국인 진(晉)·초(楚) 사이에 끼여 있으면서도 전란의 피해를 예방했다. 그가 죽었을 때 공자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4) 行人子羽修飾之(행인자우수식지): 행인 자우가 그것을 가다듬고 꾸미다.
• 行人(행인): 외교 업무를 관장하는 관직의 이름.
• 子羽(자우): 정나라의 대부 공손휘(公孫揮)의 자.
5) 東里(동리): 자산이 살았던 동네의 이름.
6) 子産(자산): 정나라의 대부 공손교(公孫僑)의 자.
7) 潤色(윤색): 윤내고 색칠하다.
9
或問子産, 子曰: "惠人也." 問子西, 曰: "彼哉! 彼哉!" 問管仲, 曰: "人也. 奪伯氏騈邑三百, 飯疏食, 沒齒無怨言."
혹문자산, 자왈: "혜인야." 문자서, 왈: "피재! 피재!" 문관중, 왈: "인야. 탈백씨병읍삼백, 반소사, 몰치무원언."
어떤 사람이 자산에 관하여 여쭈어보자 공자께서 "자혜로운 사람이다"라고 하셨다. 자서에 관하여 여쭈어보자 "그 사람! 그 사람!" 하셨다. 관중에 관하여 여쭈어보자 "인물이다. 백씨의 변읍 삼백 호를 빼앗아버려 그가 맛없는 음식을 먹게 되었지만 죽을 때까지 원망하지 않았다"라고 하셨다. (세 사람의 정치인을 비평한 것이다. 정나라의 자산은 엄격하고 혁신적이면서도 백성들에게 유익한 정치를 하여 정나라 백성들의 추앙을 받았으므로 그가 죽었을 때 공자가 눈물을 흘렸다.
자서는 초나라의 공자로 평왕[平王]이 죽은 뒤 소왕[昭王]에게 왕위를 양보했으니 인품이 훌륭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정치적 역량이 대단치 않았으며 또한 소왕이 공자를 중용하려 할 때 그것을 저지했다. 그러므로 공자는 그에 대한 평가를 유보했던 것이다. 공자는 관중의 위인에 대해서는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았으나 그의 정치적 공적에 대해서는 인정해주고 있었다. 백씨가 관중 때문에 식읍을 빼앗겼지만 관중의 공을 인정하고 자신의 죄를 시인했기 때문에 평생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공자는 이 사실을 들어 관중을 평가한 것이다.)
1) 子西(자서): 초나라 공자(公子) 신(申)의 자(字). 초나라의 영윤(令尹) 즉 재상을 지냈다.
2) 管仲(관중): 제나라 환공(桓公)의 재상(「팔일편 22」 참조).
3) 伯氏(백씨): 제나라의 대부. 죄를 지었기 때문에 환공이 관중의 청을 받아들여 그의 식읍인 변읍을 빼앗아버려 그는 매우 빈궁한 생활을 해야 했다.
4) 騈邑(병읍): 백씨의 식읍으로 지금의 산동성 임구(臨胊)에 있었다.
5) 沒齒無怨言(몰치무원언): (늙어서) 이빨이 빠지도록 원망하는 말이 없다.
• 沒齒(몰치): 원래 '이빨이 빠지다'라는 뜻으로 늙어 죽음을 뜻한다.
10
子曰: "貧而無怨難, 富而無驕易."
자왈: "빈이무원난, 부이무교이."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가난하면서 원망하지 않기는 어렵지만 부유하면서 교만하지 않기는 쉽다."
11
子曰: "孟公綽爲趙·魏老則優, 不可以爲滕·薛大夫."
자왈: "맹공작위조·위로즉우, 불가이위등·설대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맹공작은 진나라의 명문 세족인 조씨나 위씨의 가신이 되기에는 충분하지만 등나라나 설나라와 같은 조그만 제후국이라고 할지라도 한 나라의 대부가 될 수는 없다." (맹공작은 성품이 과욕하고 청렴 결백하여 공자의 중시를 받았다. 그러나,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대단치 않아 명망은 높고 할 일은 별로 없는 대부의 가신으로는 적합하지만 비록 작은 나라일지라도 국정을 주관하는 대부로는 부적합한 인물이었는데 그런 그가 노나라와 같은 대국의 대부가 된 사실에 대하여 공자는 적절하지 않은 처사라고 생각했다.)
1) 孟公綽爲趙·魏老則優(맹공작위조·위로즉우): 맹공작이 조씨나 위씨의 가신이 되기에는 넉넉하다.
• 孟公綽(맹공작): 노나라의 대부.
• 趙·魏(조·위): 진(晉)나라의 대부로 당시 강대한 세력을 가졌었다.
• 老(로): 대부의 가신. 실로(室老)라고도 했다.
• 則(즉): ~로 말하자면, ~로 말할 것 같으면, ~는. 두 가지 또는 여러 가지 사실의 대비관계를 표시하는 접속사.
2) 滕·薛(등·설): 각각 지금의 산동성 등현(滕縣)의 서남쪽과 동남쪽에 있던 조그만 제후국이었다.
12
子路問成人, 子曰: "若臧武仲之知, 公綽之不欲, 卞莊子之勇, 冉求之藝, 文之以禮樂, 亦可以爲成人矣." 曰: "今之成人者, 何必然? 見利思義, 見危授命, 久要不忘平生之言, 亦可以爲成人矣."
자로문성인, 자왈: "약장무중지지, 공작지불욕, 변장자지용, 염구지예, 문지이례악, 역가이위성인의." 왈: "금지성인자, 하필연? 견리사의, 견위수명, 구요불망평생지언, 역가이위성인의."
자로가 전인에 관하여 여쭈어보자 공자께서 "장무중의 지혜와 공작의 무욕과 변장자의 용기와 염구의 재주를 예악으로 장식한다면 그 역시 전인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하시고 또 "오늘날의 전인이야 어찌 꼭 그래야만 하겠느냐? 이익을 보면 의로운 것인지를 생각하고, 위태로운 사태를 보면 목숨을 내놓으며, 오래 전의 약속일지라도 옛날에 한 말을 잊지 않는다면, 이 역시 전인이 될 수 있다"라고 하셨다.
1) 成人(성인): 인격적으로 완성된 인간 즉 전인(全人).
2) 臧武仲(장무중): 노나라의 대부로 臧文仲(장문중, 「공야장편 18」 참조)의 손자인 장손흘(臧孫紇). 武(무)는 시호이고 仲(중)은 그의 항렬이다.
3) 卞莊子(변장자): 노나라 변읍의 대부. 제나라가 노나라를 치고 싶어도 장자 때문에 감히 변읍을 지나갈 수 없었다고 할 정도로 용맹스러운 인물이었다.
4) 文之以禮樂(문지이례악): 예악으로써 그것을 문식하다.
• 文(문): '문식하다, 꾸미다, 다듬다'라는 뜻의 동사.
5) 何必然(하필연): 어찌 반드시 그러해야 하겠는가.
• 然(연): 그러하다.
6) 久要不忘平生之言(구요불망평생지언): 오래된 약속일지라도 지난날의 말을 잊지 않다.
• 久要(구요): 오래된 약속, 옛날에 한 약속.
• 平生(평생): 지난날.
13
子問公叔文子於公明賈曰: "信乎? 夫子不言, 不笑, 不取乎?" 公明賈對曰: "以告者過也. 夫子時然後言, 人不厭其言; 樂然後笑, 人不厭其笑; 義然後取, 人不厭其取." 子曰: "其然? 豈其然乎?"
자문공숙문자어공명가왈: "신호? 부자불언, 불소, 불취호?" 공명가대왈: "이고자과야. 부자시연후언, 인불염기언; 락연후소, 인불염기소; 의연후취, 인불염기취." 자왈: "기연? 기기연호?"
공자께서 공명가에게 공숙문자에 관하여 물으셨다. "정말입니까? 그분은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웃지도 않으시고 남이 주는 것을 받지도 않으십니까?" 공명가가 대답했다. "이것은 이야기한 사람이 지나친 것입니다. 그분은 적절한 시기가 된 연후에 말씀하시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가 말씀하시는 것을 싫어하지 않고, 즐거워진 연후에 웃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가 웃는 것을 싫어하지 않으며, 의롭다고 판명된 연후에 남이 주는 것을 받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가 받는 것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공자께서 "어떻게 그럴까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요?" 하고 말씀하셨다.
1) 公叔文子(공숙문자): 위(衛)나라의 대부. 위헌공(衛獻公)의 손자로 성이 공손(公孫) 이름이 지(枝).
2) 公明賈(공명가): 위나라 사람. 성이 公明(공명), 이름이 賈(가).
3) 以告者過也(이고자과야): 이것은 이야기한 사람이 지나친 것이다.
• 以(이): '이것, 이, 이렇게'라는 뜻의 지시대사.
4) 夫子時然後言(부자시연후언): 선생이 때가 된 뒤에 말하다.
• 夫子(부자): 公叔文子(공숙문자)에 대한 존칭.
• 時(시): 시의에 적절하다.
5) 其然(기연): 어떻게 그런가.
• 其(기): '어찌, 어떻게'라는 뜻의 의문대사. 豈(기)와 같다.
6) 豈其然乎(기기연호): 어떻게 그런가.
• 其(기): 음절을 조정하고 어세를 강하게 하는 어기조사.
14
子曰: "臧武仲以防求爲後於魯, 雖曰不要君, 吾不信也."
자왈: "장무중이방구위후어로, 수왈불요군, 오불신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장무중이 방읍의 힘을 이용하여 노나라 조정에 대고 자기 이복 형을 자신의 후계자로 삼아 노나라의 대부가 되게 해줄 것을 요구하였으니 이것이 비록 직접 임금을 위협한 것은 아닐지라도 나는 그가 진정으로 위협하지 않았다고 믿지 않는다."
1) 臧武仲以防求爲後於魯(장무중이방구위후어로): 장무중이 방읍의 힘을 가지고 (그의 이복 형을 노나라 대부인 자신의) 후계자로 삼아줄 것을 노나라에 요구하다. 장손흘(臧孫紇)이 모함을 받아 궁지에 몰렸을 때 제(齊)나라로 망명하기로 작정하고 일단 자신의 봉지(封地)인 방읍으로 돌아와 노나라 조정을 향하여 자기 이복 형을 후계자로 삼아 노나라의 대부가 되게 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방읍을 근거지로 하여 항거할 태세를 취했는데 이로 인하여 그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 以(이): 用(용)과 같다.
• 防(방): 지금의 산동성 비현(費縣) 동북쪽에 있던 읍으로 臧武仲(장무중)의 봉지(封地).
2) 雖曰不要君(수왈불요군): 비록 임금에게 (직접적으로) 강요한 것은 아닐지라도.
• 曰(왈): ~이다.
• 要(요): 강요하다, 위협하다.
15
子曰: "晋文公譎而不正, 齊桓公正而不譎."
자왈: "진문공휼이부정, 제환공정이불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진나라 문공은 권모술수를 잘 쓰고 정정당당하지 않았으며, 제나라 환공은 정정당당하고 권모술수를 쓰지 않았다."
1) 晋文公(진문공): 진나라의 임금(636~628 B. C. 재위)으로 이름이 중이(重耳). 그는 주나라 왕실이 내란을 평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초나라와의 전투에서 이기는 등 국력을 증강시켜 춘추 시대의 두번째 패자가 되었다. 그는 정당한 방법보다는 권모술수에 능했다.
2) 齊桓公(제환공): 제나라의 임금(685~643 B. C. 재위)으로 이름이 소백(小白). 관중(管仲)을 재상으로 등용하여 정치를 개혁하고 여러 차례 이민족의 국경 침범을 물리쳐 주나라 왕실의 안정을 이룩함으로써 춘추 시대의 첫번째 패자가 되었다. 그는 권모술수를 쓰기보다는 대의에 입각하여 정정당당하게 싸웠다.
16
子路曰: "桓公殺公子糾, 召忽死之, 管仲不死." 曰: "未仁乎?" 子曰: "桓公九合諸侯, 不以兵車, 管仲之力也. 如其仁, 如其仁."
자로왈: "환공살공자규, 소홀사지, 관중불사." 왈: "미인호?" 자왈: "환공구합제후, 불이병거, 관중지력야. 여기인, 여기인."
자로가 "환공이 공자 규를 죽였을 때 소홀은 그를 위하여 순절했지만 관중은 순절하지 않았습니다"라고 하고 이어서 또 "그는 어질지 않았던 것입니까?"라고 했다.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환공이 몇 차례씩이나 제후를 규합할 때 전차를 쓰지 않은 것은 관중의 힘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그가 어질었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가 어질었던 것과 마찬가지야." (공자는 관중의 공적은 높이 평가했지만 그의 위인은 별로 대단치 않게 여겼다. 이것은 관중이 이룩한 공적을 가지고 결과론적으로 그의 위인을 평가한 것이다.)
1) 公子糾(공자규): 제나라 환공의 형. 아버지 양공(襄公, 697~685 B. C. 재위) 때 제나라에 내란이 일어나 규는 관중과 소홀(召忽)의 호위를 받고 동생 소백(小白, 나중의 桓公(환공))은 포숙아(鮑叔牙)의 호위를 받아 다른 나라로 도망쳤는데 양공이 죽은 뒤 소백이 먼저 귀국하여 왕위에 올라 규를 찾아내어 죽여버렸다. 이때 규를 모시고 있던 두 사람 가운데 소홀은 규를 따라 자살하고 관중은 죽지 않고 살아 있다가 나중에 절친한 친구인 포숙아에 의하여 환공에게 천거되어 재상이 되었다.
2) 召忽死之(소홀사지): 소홀이 그를 위하여 순절하다.
• 死(사): 순절(殉節)하다, 다른 사람을 위하여 희생되다.
3) 桓公九合諸侯(환공구합제후): 환공이 여러 차례 제후를 규합하다. 환공이 "尊王攘夷(존왕양이)"(왕실을 존숭하고 오랑캐를 물리치자)의 기치 아래 여러 차례 제후를 모아 회합한 것을 말한다.
• 九合(구합): 아홉 번 모으다. 九(구)는 구체적인 숫자가 아니라 많은 수를 뜻한다. 糾合(규합)과 같은 것으로 보아 '규합하다'로 풀 수도 있다.
4) 不以兵車(불이병거): 전차를 쓰지 않다. 무력을 사용하지 않았음을 뜻한다.
• 以(이): 用(용)과 같다.
5) 如其仁(여기인): 그가 인자한 것과 같다, 그가 인자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17
子貢曰: "管仲非仁者與? 桓公殺公子糾, 不能死, 又相之." 子曰: "管仲相桓公覇諸侯, 一匡天下, 民到于今受其賜. 微管仲, 吾其被髮左袵矣! 豈若匹夫匹婦之爲諒也, 自經於溝瀆而莫之知也?"
자공왈: "관중비인자여? 환공살공자규, 불능사, 우상지." 자왈: "관중상환공패제후, 일광천하, 민도우금수기사. 미관중, 오기피발좌임의! 기약필부필부지위량야, 자경어구독이막지지야?"
자공이 "관중은 어진 사람이 아니었습니까? 환공이 공자 규를 죽였을 때 그를 따라 함께 죽지 못했고 또 환공을 보필하기도 했습니다"라고 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관중이 환공이 제후들을 제패하여 온 천하를 바로잡도록 보필해주어 백성들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은택을 입고 있다. 관중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머리를 풀어서 늘어뜨리고 옷자락을 왼쪽으로 여미는 오랑캐의 통치하에 살고 있을 거야! 어찌 평범한 사람들이 조그만 신의를 지킨답시고 도랑 가에서 스스로 목을 매어도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겠느냐?"
1) 又相之(우상지): 또 그를 돕다.
• 相(상): 돕다, 임금을 보필하다, 재상 노릇을 하다.
2) 微管仲(미관중): 관중이 없다면.
• 微(미): 없다. 조건문에서 無(무)와 같은 뜻으로 쓰이기 때문에 아예 접속사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3) 吾其被髮左袵矣(오기피발좌임의): 내가 아마 머리를 풀고 옷섶을 왼쪽으로 여몄을 것이다. 오랑캐의 통치하에 살게 되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 其(기): 아마. 추측을 표시하는 부사.
• 被髮左袵(피발좌임): 머리를 풀어서 늘어뜨리고 옷섶을 왼쪽으로 여미다.
• 被(피): 披(피)와 같다.
• 左袵(좌임): 옷을 입을 때 옷의 윗자락이 왼쪽으로 가게 여미다. 오랑캐의 옷 입는 방식을 말한다.
• 矣(의): 감탄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其(기)와 함께 쓰이는 경우 추측의 어기를 내포한다.
4) 豈若匹夫匹婦之爲諒也, 自經於溝瀆而莫之知也(기약필부필부지위량야, 자경어구독이막지지야): 어찌 필부필부가 작은 신의를 지켜 도랑에서 스스로 목을 매어도 아무도 모르는 것과 같겠는가.
• 之(지): 주어와 술어 사이에 쓰여 주술구조로 하여금 독립성을 잃고 명사구 또는 절이 되게 하는 구조조사.
• 爲(위): 행하다, 실천하다.
• 也(야):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어기조사.
• 經(경): 목을 매다.
• 莫(막): 아무도 ~하지 않다.
• 之知(지지): 知之(지지)가 도치된 것.
• 也(야): 의문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18
公叔文子之臣大夫僎, 與文子同升諸公, 子聞之曰: "可以爲文矣."
공숙문자지신대부선, 여문자동승저공, 자문지왈: "가이위문의."
공숙문자의 가신이던 대부 선이 문자와 함께 위나라 공의 조정에 올랐는데 공자께서 이 이야기를 들으시고 "시호를 문이라고 할 만하다"라고 하셨다.
1) 公叔文子之臣大僎, 與文子同升諸公(공숙문자지신대선, 여문자동승저공): 공숙문자의 가신이던 대부 선이 문자와 함께 공의 조정에 오르다. 공숙문자가 그의 가신이던 선의 위인을 높이 평가하여 자신과의 관계도 잊은 채 그를 위나라 임금에게 천거하여 자신과 동렬의 대부로서 위나라 조정에 나아가게 한 일을 두고 한 말이다.
• 諸(저): ~로, ~에서. 귀착점 또는 출발점을 표시하는 전치사. 於(어)와 같다.
• 公(공): 공작, 작위가 공인 제후국의 임금. 여기서는 위나라 공의 조정을 가리킨다.
2) 可以爲文矣(가이위문의): 문이라고 할 만하다.
• 爲(위): ~라고 하다. 謂(위)와 같다.
• 그의 시호(諡號)를 文(문)이라고 한 것이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말이다. 시호는 생전의 언행과 공적을 고려하여 시법(諡法)에 따라 정하는데 文(문)이라는 시호는 가장 높은 단계의 것이었다.
19
子言衛靈公之無道也, 康子曰: "夫如是, 奚而不喪?" 孔子曰: "仲叔圉治賓客, 祝駝治宗廟, 王孫賈治軍旅. 夫如是, 奚其喪?"
자언위령공지무도야, 강자왈: "부여시, 해이불상?" 공자왈: "중숙어치빈객, 축타치종묘, 왕손가치군려. 부여시, 해기상?"
공자가 위나라 영공의 무도함에 대하여 말씀하시자 계강자가 "무릇 이와 같은데도 어째서 망하지 않습니까?"라고 했다. 공자께서 "중숙어가 빈객의 접대를 맡고, 축타가 종묘의 제사를 맡고, 왕손가가 군대를 맡았습니다. 이와 같은데 어떻게 망하겠습니까?"라고 하셨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하는 일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다.)
1) 衛靈公(위령공): 위나라의 임금(534~493 B. C. 재위)으로 황음무도하였지만 인재를 적재적소에 잘 기용하였다.
2) 康子(강자): 계강자 즉 노나라의 대부 계손비(季孫肥).
3) 奚而不喪(해이불상): 어째서 망하지 않는가.
• 奚而(해이): 어떻게 하여, 어찌하여, 무엇 때문에. 奚以(해이)·奚爲(해위)와 같다.
4) 仲叔圉治賓客(중숙어치빈객): 중숙어가 빈객 접대 업무를 담당하다.
• 仲叔圉(중숙어): 위(衛)나라의 대부 공어(孔圉) 즉 공문자(孔文子). 그는 「공야장편 15」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배우기를 좋아하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을 정도로 학문에 열성이 많았고 따라서 학문이 깊었기 때문에 외국의 빈객을 응대하기에 적임자였다.
• 治(치): 맡다, 처리하다.
5) 祝駝(축타): 위나라의 대부로 말재주가 매우 뛰어났다. (「옹야편 16」 참조.)
6) 王孫賈(왕손가): 위나라의 대부로 영공(靈公) 때의 실권자였다.
7) 奚其喪(해기상): 어찌 망하는가.
• 其(기): 음절을 조정하고 어세를 강하게 하는 어기조사.
20
子曰: "其言之不怍, 則爲之也難."
자왈: "기언지부작, 즉위지야난."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말해서 부끄럽지 않은 일이라면 행하기가 어렵다." (부끄럽지 않을 만큼 떳떳한 일은 실행하기가 어렵다.)
1) 其言之不怍(기언지부작): 자기가 어떤 사실을 말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
• 其(기): 일반적인 사람을 가리키는 인칭대사.
• 之(지): 일반적인 사실·사물·사람을 가리키는 인칭대사.
2) 則爲之也難(즉위지야난): (그렇다면) 그것을 행하는 것이 어렵다.
• 之(지): 앞 문장의 之(지)와 동일한 사실을 가리킨다.
• 也(야):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어기조사.
21
陳成子弑簡公, 孔子沐浴而朝, 告於哀公曰: "陳恒弑其君, 請討之." 公曰: "告夫三子!" 孔子曰: "以吾從大夫之後, 不敢不告也. 君曰告夫三子者." 之三子告, 不可. 孔子曰: "以吾從大夫之後, 不敢不告也."
진성자시간공, 공자목욕이조, 고어애공왈: "진항시기군, 청토지." 공왈: "고부삼자!" 공자왈: "이오종대부지후, 불감불고야. 군왈고부삼자자." 지삼자고, 불가. 공자왈: "이오종대부지후, 불감불고야."
진성자가 간공을 시해하자 공자께서 목욕 재계하고 입조하여 애공께 "진항이 그의 임금을 시해하였으니 그를 토벌하십시오" 하고 말씀드렸다. 애공이 "저 세 사람에게 말하시오"라고 했다. 공자께서 "제가 대부의 말석에 있었기 때문에 감히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인데 임금님께서는 저들 세 사람에게 말하라고 하시는군요" 하시고 세 사람에게 가서 알렸더니 안 된다고 했다. 공자께서 "제가 대부의 말석에 있었기 때문에 감히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삼환이 전횡하는 노나라의 정치적 현실을 안타까워한 것이다.)
1) 陳成子(진성자): 제나라의 대부. 이름이 항(恒) 또는 상(常)이고 成(성)은 그의 시호이다.
2) 簡公(간공): 제나라의 임금(484~481 B. C. 재위).
3) 哀公(애공): 노나라의 임금(494~468 B. C. 재위).
4) 以吾從大夫之後(이오종대부지후): 내가 대부의 후미를 따라가기 때문에.
• 以(이): 원인을 표시하는 전치사.
• 從大夫之後(종대부지후): 공자가 원래 하대부(下大夫)였기 때문에 이렇게 겸손하게 말한 것이다.
5) 告夫三子者(고부삼자자): 저 세 사람에게 말하라.
• 夫(부): 이, 그, 저. 경우에 따라 근칭 지시대사가 될 수도 있고 원칭 지시대사가 될 수도 있으며, 어떤 문맥에서는 어느 쪽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 三子(삼자): 삼환(三桓) 또는 삼가(三家)라고 불리던 맹손씨(孟孫氏)·숙손씨(叔孫氏)·계손씨(季孫氏)의 세 대부 집안. 그들은 노나라의 정권을 장악하고 있던 실권자였다.
• 者(자): 복수의 수량사(數量詞) 뒤에 붙는 구조조사.
22
子路問事君, 子曰: "勿欺也, 而犯之."
자로문사군, 자왈: "물기야, 이범지."
자로가 임금을 섬기는 일에 관하여 여쭈어보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속이지 말고 바른 말을 하여 임금의 비위를 거슬러라."
23
子曰: "君子上達, 小人下達."
자왈: "군자상달, 소인하달."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위로 통달하고 소인은 아래로 통달한다." (군자는 위로 통달하여 인의에 밝고 소인은 아래로 통달하여 이익에 밝다는 뜻이다.)
24
子曰: "古之學者爲己, 今之學者爲人."
자왈: "고지학자위기, 금지학자위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옛날의 학자는 자기 수양을 위해서 공부했는데 오늘날의 학자는 남의 이목 때문에 공부한다."
25
蘧伯玉使人於孔子. 孔子與之坐而問焉, 曰: "夫子何爲?" 對曰: "夫子欲寡其過而未能也." 使者出, 子曰: "使乎! 使乎!"
백옥사인어공자. 공자여지좌이문언, 왈: "부자하위?" 대왈: "부자욕과기과이미능야." 사자출, 자왈: "사호! 사호!"
거백옥이 공자께 사람을 보냈다. 공자께서 그와 함께 앉아서 "선생께서는 무엇을 하시오?" 하고 물으시자 사자가 "선생님께서는 자신의 과오를 적게 하고자 하시는데 아직 그렇게 안 되십니다"라고 대답했다. 사자가 나가자 공자께서 "훌륭한 사자로다! 훌륭한 사자야!"라고 말씀하셨다. (사자의 겸손한 태도를 칭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거백옥의 위인을 찬양한 것이다.)
1) 蘧伯玉(거백옥): 위(衛)나라의 대부. 성이 거(蘧), 이름이 원(瑗), 자가 자옥(子玉)이다. 공자는 위나라에 있을 때 그의 집에서 지낸 적이 있다.
2) 使乎(사호): (심부름꾼의 임무에 충실한 훌륭한) 심부름꾼이로다.
26
子曰: "不在其位, 不謀其政." 曾子曰: "君子思不出其位."
자왈: "부재기위, 불모기정." 증자왈: "군자사불출기위."
공자께서는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주제넘게 그 정사에 손을 대지 않는다"라고 하셨고, 증자께서는 "군자는 생각이 제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라고 하셨다.
1) 思不出其位(사불출기위): 생각이 제자리를 벗어나지 않다. 『역경·간괘상사(艮卦象辭)』에서 인용한 말이다.
27
子曰: "君子恥其言而過其行."
자왈: "군자치기언이과기행."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자신의 말이 행동을 능가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1) 恥其言而過其行(치기언이과기행): 자신의 말이 자신의 행동을 지나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다.
• 恥(치): 형용사가 의동사로 전용된 것.
• 而(이): 구조조사 之(지)와 마찬가지로 주어와 술어 사이에 쓰여 주술 구조로 하여금 독립성을 잃고 명사구 또는 절이 되게 하거나 앞의 말이 관형어임을 표시한다.
28
子曰: "君子道者三, 我無能焉: 仁者不憂, 知者不惑, 勇者不懼." 子貢曰: "夫子自道也."
자왈: "군자도자삼, 아무능언: 인자불우, 지자불혹, 용자불구." 자공왈: "부자자도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의 도는 셋인데 이 가운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즉,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고,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고, 용감한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공이 "선생님께서 자신을 두고 하신 말씀이다"라고 했다. (군자의 도에 대한 공자의 높은 요구 수준을 엿보게 하는 말이다.)
1) 君子道者三(군자도자삼): 군자의 도가 셋이다.
• 君子道(군자도): 군자의 도. "君子之道四(군자지도사), 丘未能一焉(구미능일언)"(군자의 도가 네 가지 있는데 나는 이 가운데 하나도 할 줄 모른다[『禮記(예기)·中庸(중용)』])의 君子之道(군자지도)와 같다.
• 者(자):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어기조사.
2) 夫子自道也(부자자도야): 선생님이 자신을 말한 것이다.
• 自道(자도): 목적어인 일인칭대사 自(자)가 동사 앞에 놓인 것이다.
29
子貢方人, 子曰: "賜也賢乎哉! 夫我則不暇."
자공방인, 자왈: "사야현호재! 부아즉불가."
자공이 다른 사람을 비판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는 잘났구나! 나는 그럴 겨를이 없는데."
1) 方人(방인): 다른 사람을 비판하다.
• 方(방): 비방하다, 비판하다. 謗(방)과 같다.
2) 夫我則不暇(부아즉불가): 나는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
• 夫(부): 문장의 첫머리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위하여 청자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작용을 하는 어기조사, 즉 발어사.
• 則(즉): ~로 말하자면, ~는. 두 가지 또는 여러 가지 사실의 대비관계를 표시하는 접속사.
30
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其不能也."
자왈: "불환인지불기지, 환기불능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자기가 남을 알아주지 못함을 걱정하여라."
1) 不患人之不己知(불환인지불기지): 「학이편 16」 참조.
2) 患其不能也(환기불능야): 자기가 (남을 알아주지) 못함을 걱정하라. 「학이편 16」에는 "患不知人也(환불지인야)"(자기가 남을 알지 못함을 걱정하여라)라고 했다.
• 其(기):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인칭대사.
• 也(야): 명령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31
子曰: "不逆詐, 不億不信, 抑亦先覺者, 是賢乎!"
자왈: "불역사, 불억불신, 억역선각자, 시현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상대방이 자기를 속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하지도 않고, 상대방이 미덥지 않을 것이라고 억측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미리 깨닫는 사람이 현명하도다!"
1) 逆詐(역사): 미리 속일 것이라고 추측하다.
• 逆(역): 미리 헤아리다, 예측하다.
2) 不億不信(불억불신): (상대방이) 미덥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이) 억측(臆測)하지 않다.
3) 抑亦先覺者, 是賢乎(억역선각자, 시현호): 그러나 역시 먼저 깨닫는 사람 이런 사람이 현명하도다.
• 抑(억): 그러나. 역접관계를 표시하는 접속사.
• 是(시): '不逆詐(불역사)~先覺者(선각자)'를 가리키는 지시대사.
• 乎(호): 단정적인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32
微生畝謂孔子曰: "丘何爲是栖栖者與? 無乃爲佞乎?" 孔子曰: "非敢爲佞也. 疾固也."
미생무위공자왈: "구하위시서서자여? 무내위녕호?" 공자왈: "비감위녕야. 질고야."
미생무가 공자께 "구는 무엇 때문에 이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가? 말재주를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겠느냐?"라고 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감히 말재주를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고 고집스러운 것을 싫어함입니다."
1) 微生畝(미생무): 그의 행적에 관해서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丘(구)라는 이름으로 공자를 지칭한 점이나 공자에 대한 그의 말투로 미루어 보아 공자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은자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2) 丘何爲是栖栖者與(구하위시서서자여): 구는 무엇 때문에 이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가. 공자가 천하를 주유한 사실을 두고 한 말이다.
• 是(시): 如是(여시)와 같다. 원래 '이와 같다, 이렇다'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부사어로 쓰여서 '이와 같이, 이렇게'라는 뜻이 된다.
또 "無然畔援(무연반원), 無然歆羨(무연흠선)"(이처럼 배반하지 말고, 이처럼 탐내지 말라[『詩經(시경)·大雅(대아)·皇矣(황의)』])의 無然(무연)을 『모전(毛傳)』에는 無是(무시)로 풀이했고 『정전(鄭箋)』에는 無如是(무여시)로 풀이했으니 이것은 是(시)·然(연)·如是(여시)가 같은 뜻임을 말해준다.
• 栖栖(서서): 바쁘게 좇아다니는 모양.
• 者與(자여): 의문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3) 無乃爲佞乎(무내위녕호): 바로 말재주를 부리기 위해서가 아닌가.
• 無乃(무내)~乎(호): '바로 ~이 아닌가'라는 뜻의 관용어. 乎(호) 대신에 의문의 어기를 표시하는 다른 어기조사를 쓰기도 한다. '毋乃(무내)~乎(호)'와 같다.
• 乃(내): 바로 ~이다.
4) 疾固也(질고야): 고집스러움을 싫어하다. 누구의 고집스러움을 두고 한 말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자기 주장만 내세우며 세상을 등지고 은거하는 미생고의 처세 태도에 대한 완곡한 비판이라고 볼 수 있고, 둘째 공자가 각국 제후들의 고집을 싫어하여 그것을 꺾기 위하여 이 나라 저 나라로 돌아다니며 유세를 했다는 뜻이라고 볼 수 있으며, 셋째 공자 자신이 어느 한 제후에게만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고집하기 싫어서 여러 나라로 돌아다녔다는 뜻이라고 볼 수 있다.
33
子曰: "驥不稱其力, 稱其德也."
자왈: "기불칭기력, 칭기덕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천리마는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는 그의 힘을 칭송하는 것이 아니라 길이 들어서 사람의 지시에 잘 따르는 그의 유순한 덕성을 칭송하는 것이다."
34
或曰: "以德報怨, 何如?" 子曰: "何以報德? 以直報怨, 以德報德."
혹왈: "이덕보원, 하여?" 자왈: "하이보덕? 이직보원, 이덕보덕."
어떤 사람이 "은덕으로 원수에 보답하는 것은 어떻습니까?"라고 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한다면 무엇으로 은덕에 보답하겠느냐? 정직함으로 원수에 보답하고 은덕으로 은덕에 보답하는 것이다." (은덕도 은덕으로 갚고 원수도 은덕으로 갚는 것은 형평이 맞지 않으며, 원한이 사무쳐서 과도하게 보복을 하는 것도 좋지 않다. 그러므로 자기가 당한 것만큼만 보복하도록 해야 한다.)
1) 以德報怨(이덕보원): 은덕으로 원수를 갚다. "報怨以德(보원이덕)"(은덕으로 원수를 갚는다[『老子(노자) 63』])이라는 노자의 말에 대하여 물은 것이다.
35
子曰: "莫我知也夫!" 子貢曰: "何爲其莫知子也?" 子曰: "不怨天, 不尤人; 下學而上達, 知我者其天乎!"
자왈: "막아지야부!" 자공왈: "하위기막지자야?" 자왈: "불원천, 불우인; 하학이상달, 지아자기천호!"
공자께서 "나를 아는 사람이 없구나!"라고 하시자 자공이 "어째서 선생님을 아는 사람이 없습니까?"라고 했다.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남을 탓하지 않으며, 하찮은 것에서부터 배워서 수준 높은 것에 이르나니 나를 아는 사람은 하늘이리라!"
1) 莫我知也夫(막아지야부): 아무도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구나.
• 莫(막): 아무도 ~하지 않다.
• 我知(아지): 부정문에서 목적어와 동사가 도치된 것.
• 也夫(야부): 감탄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2) 何爲其莫知子也(하위기막지자야): 무엇 때문에 아무도 선생을 알아주지 않는가.
• 何爲(하위): 목적어와 전치사가 도치된 것.
• 其(기): 음절을 조정하고 어세를 강하게 하는 어기조사.
• 也(야): 의문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3) 知我者其天乎(지아자기천호): 나를 아는 사람은 하늘이리라.
• 其(기): 아마. 추측을 표시하는 부사.
36
公伯寮愬子路於季孫, 子服景伯以告, 曰: "夫子固有惑志於公伯寮, 吾力猶能肆諸市朝." 子曰: "道之將行也與, 命也; 道之將廢也與, 命也. 公伯寮其如命何?"
공백료소자로어계손, 자복경백이고, 왈: "부자고유혹지어공백료, 오력유능사저시조." 자왈: "도지장행야여, 명야; 도지장폐야여, 명야. 공백료기여명하?"
공백료가 계손씨에게 자로를 참소하자 자복경백이 이를 공자께 말씀드렸다. "그 양반이 확실히 공백료에게 마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만 제 힘은 그래도 그를 죽여서 시체를 시정에 내걸 수 있습니다." 그러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도가 행해지려고 하는 것도 천명이요, 도가 없어지려고 하는 것도 천명인데 공백료가 천명을 어떻게 하겠소?"
1) 公伯寮(공백료): 노나라 사람으로 공자의 제자. 성이 公伯(공백), 이름이 寮(료)이며 자는 자주(子周)이다.
2) 子服景伯以告(자복경백이고): 자복경백이 (그 사실을) 알리다.
• 子服景伯(자복경백): 노나라의 대부로 성이 子服(자복), 이름이 하(何), 자가 伯(백)이고 景(경)은 그의 시호이다.
• 以(이): 다음에 목적어로서 公伯寮愬子路於季孫(공백료소자로어계손)을 가리키는 대사가 생략되어 있다.
3) 肆諸市朝(사저시조): 그(의 시체)를 시정에 늘어놓다.
• 肆(사): 범인을 사형에 처하여 여러 사람이 보도록 공개적인 장소에 버려두다.
• 諸(저): 之於(지어)와 같으며 之(지)는 公伯寮(공백료)를 가리키는 인칭대사.
• 市朝(시조): 원래 '시장과 조정'이라는 뜻이지만 주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 장소'라는 파생적인 의미로 쓰인다. 사(士)의 시체는 시장에 진열하고 대부의 시체는 조정에 진열했다.
4) 道之將行也與(도지장행야여): 도가 장차 행해지려 함.
• 也與(야여):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두 개의 어기조사가 연용된 것.
5) 公伯寮其如命何(공백료기여명하): 공백료가 운명을 어떻게 하겠는가.
• 其(기): '장차 (~하려고 하다)'라는 뜻의 부사.
• 如(여)~何(하): ~을 어떻게 하는가.
37
子曰: "賢者辟世, 其次辟地, 其次辟色, 其次辟言." 子曰: "作者七人矣."
자왈: "현자피세, 기차피지, 기차피색, 기차피언." 자왈: "작자칠인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현명한 사람은 바르지 않은 세상을 피하여 은둔하고, 그 다음가는 사람은 바르지 않은 지역을 피하여 다른 지역으로 가버리고, 그 다음가는 사람은 바르지 않은 안색을 피하여 다른 데로 가버리고, 그 다음가는 사람은 바르지 않은 말을 피하여 다른 데로 가버린다." 공자께서 또 말씀하셨다. "이것을 실행한 사람은 일곱 사람이다."
1) 辟色(피색): 안색을 피하다. 함께 있는 사람의 안색이 좋지 않으면 곧 낌새를 알아차리고 다른 데로 피해버린다는 뜻이다.
• 辟(피할피): 避(피)와 같다.
2) 辟言(피언): 말을 피하다. 함께 있는 사람의 언사가 좋지 않으면 곧 낌새를 알아차리고 다른 데로 피해버린다는 뜻이다.
3) 作者七人矣(작자칠인의): (이것을) 실행한 사람이 일곱 사람이다.
• 作(작): 행하다.
• 七人(칠인): 백이(伯夷)·숙제(叔齊)·우중(虞仲)·이일(夷逸)·주장(朱張)·유하혜(柳下惠)·소련(少連)의 일곱 은자. 이 밖에 다른 사람을 드는 경우도 있다.
38
子路宿於石門, 晨門曰: "奚自?" 子路曰: "自孔氏." 曰: "是知其不可而爲之者與?"
자로숙어석문, 신문왈: "해자?" 자로왈: "자공씨." 왈: "시지기불가이위지자여?"
자로가 석문에서 묵었더니 성문지기가 "어디서 왔소?"라고 했다. 자로가 "공씨 댁에서요"라고 하자 그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굳이 하려는 그 사람인가요?"라고 했다.
1) 石門(석문): 지명. 노나라의 남쪽 외성문(外城門)이 있는 곳.
2) 晨門(신문): 아침에 성문을 여는 문지기. 자신의 능력을 감추고 숨어서 지내는 은자들이 이 일을 맡는 경우가 많았다.
3) 奚自(해자): 어디로부터 오는가. 의문문에서 대사 목적어와 전치사가 도치된 것.
• 自(자): ~로부터. 시발점을 표시하는 전치사. 동사가 생략되어 있어서 自(자)가 '~로부터 오다'라는 뜻의 동사 역할을 한다.
4) 是知其不可而爲之者與(시지기불가이위지자여): 그것이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그것을 하는 사람인가.
• 是(시): '~이다'라는 뜻의 동사.
• 其(기): 일반적인 사실을 가리키는 인칭대사.
• 爲(위): 행하다.
• 之(지): 일반적인 사실·사물·사람을 가리키는 인칭대사.
39
子擊磬於衛, 有荷蕢而過孔氏之門者, 曰: "有心哉, 擊磬乎!" 旣而曰: "鄙哉, 硜硜乎! 莫己知也, 斯已而已矣. 深則厲, 淺則揭." 子曰: "果哉! 末之難矣."
자격경어위, 유하괴이과공씨지문자, 왈: "유심재, 격경호!" 기이왈: "비재, 갱갱호! 막기지야, 사이이이의. 심즉려, 천즉게." 자왈: "과재! 말지난의."
공자께서 위나라에 계실 때 경쇠를 쳤는데 삼태기를 메고 공씨의 문 앞을 지나가던 어떤 사람이 "심사가 있구나 경쇠 치는 품이!"라고 하더니 이어서 또 말했다. "비속하구나 땡땡거리는 소리가! 아무도 자기를 알아주지 않으면 그만둘 따름이다. 물이 깊으면 옷을 벗어들고 건너고, 물이 얕으면 아랫도리를 걷고 건널 일이거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과단성이 있구나! 그러니 그를 나무라서 생각을 고쳐줄 수가 없다."
1) 磬(경): 경쇠. 돌이나 구리로 만든 타악기의 일종.
2) 旣而(기이): 원래 '(하나의 동작이) 끝나고 나서'라는 뜻인데 관용어로서 '잠시 뒤에, 얼마 안 있다가'라는 뜻으로 쓰인다.
3) 莫己知也, 斯已而已矣(막기지야, 사이이이의): 아무도 자기를 알아주지 않으면 그만둘 따름이다.
• 己知(기지): 목적어와 동사가 도치된 것.
• 也(야):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어기조사.
• 斯(사): 조건에 따른 결과를 표시하는 접속사.
• 已(이): '그치다, 그만두다'라는 뜻의 동사.
• 而已矣(이이의): '~일 뿐이다'라는 뜻의 어기조사.
4) 深則厲, 淺則揭(심즉려, 천즉게): 물이 깊으면 옷을 벗어들고 건너고, 물이 얕으면 아랫도리를 걷고 건너다. 『시경·패풍(邶風)·포유고엽(匏有苦葉)』의 제1장 제3·4구.
5) 末之難矣(말지난의): 그를 나무랄 수 없다.
• 末(말): ~할 수 없다.
• 之難(지난): 부정문에서 대사 목적어와 동사가 도치된 것.
• 難(난): 힐난하다, 비난하다, 나무라다.
40
子張曰: "『書』云: '高宗諒陰, 三年不言.' 何謂也?" 子曰: "何必高宗? 古之人皆然. 君薨, 百官總己以聽於冢宰三年."
자장왈: "『서』운: '고종량음, 삼년불언.' 하위야?" 자왈: "하필고종? 고지인개연. 군훙, 백관총기이청어총재삼년."
자장이 "『서경』에 '고종이 상을 당하여 움막 생활을 할 때 삼 년 동안 말을 하지 않으셨습니다'라고 했는데 이것은 무엇을 말한 것입니까?"라고 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어찌 꼭 고종만 그랬겠느냐? 옛날 사람들은 다 그러했다. 임금이 돌아가시면 모든 관원은 삼 년 동안 자기 직무를 잘 건사하고 총재의 명령에 따랐다."
1) 高宗諒陰, 三年不言(고종량음, 삼년불언): 은나라 고종이 상을 당하여 움막 생활을 하면서 삼 년 동안 말을 하지 않다. 원문은 "作其卽位(작기즉위), 乃或亮陰(내혹량음), 三年不言(삼년불언)"(그가 즉위하여서는 상을 입어 움막에서 지냈는데 삼 년 동안 말을 하지 않으셨습니다[『書經(서경)·無逸(무일)』])으로 되어 있다.
2) 總己以聽於冢宰(총기이청어총재): 자기 직무를 잘 건사하고 총재(의 명령)에 따르다.
• 以(이): 而(이)와 같다.
• 冢宰(총재): 후세의 재상에 해당하는 관직.
41
子曰: "上好禮, 則民易使也."
자왈: "상호례, 즉민이사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윗사람이 예를 좋아하면 백성은 부리기 쉽다."
1) 易使(이사): 부리기 쉽다.
• 易(이): ~하기 쉽다.
42
子路問君子, 子曰: "修己以敬." 曰: "如斯而已乎?" 曰: "修己以安人." 曰: "如斯而已乎?" 曰: "修己以安百姓. 修己以安百姓, 堯舜其猶病諸!"
자로문군자, 자왈: "수기이경." 왈: "여사이이호?" 왈: "수기이안인." 왈: "여사이이호?" 왈: "수기이안백성. 수기이안백성, 요순기유병저!"
자로가 군자에 관하여 여쭈어보자 공자께서 "자기 자신을 닦아서 경건해지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이와 같을 뿐입니까?"라고 하자 "자기 자신을 닦아서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이와 같을 뿐입니까?"라고 하자 "자기 자신을 닦아서 백성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닦아서 백성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은 요임금과 순임금도 아마 오히려 힘들어했으리라!"
1) 如斯而已乎(여사이이호): 이와 같을 뿐인가.
• 斯(사): 이, 이것. 此(차)와 같다.
• 而已(이이): ~일 뿐이다.
2) 堯舜其猶病諸(요순기유병저): 요순도 아마 오히려 그것을 힘들어했으리라.
• 其(기): 아마. 추측을 표시하는 부사.
• 病(병): 어려워하다, 힘들어하다.
• 諸(저): 之乎(지호)와 같으며 之(지)는 修己以安百姓(수기이안백성)을 가리킨다.
43
原壤夷俟, 子曰: "幼而不孫弟, 長而無述焉, 老而不死, 是爲賊." 以杖叩其脛.
원양이사, 자왈: "유이불손제, 장이무술언, 로이불사, 시위적." 이장고기경.
원양이 쭈그리고 앉아서 기다리자 공자께서 "어려서 공손하지 않고, 자라서 이야기할 만한 업적이 없고, 늙어서 죽지 않고 밥만 축내면 이는 해로운 존재이다"라고 하시며 지팡이로 그의 정강이를 두드리셨다.
1) 原壤夷俟(원양이사): 원양이 쭈그리고 앉아서 (공자를) 기다리다.
• 原壤(원양): 노나라 사람으로 공자와 잘 아는 사이였다. 원양이 모친상을 당했을 때 공자가 장례를 도와주고 있었는데 그는 오히려 관에 올라가 노래를 불렀다고 전한다. (『禮記(예기)·檀弓(단궁)』 참조.)
• 夷(이): 쭈그리고 앉다.
2) 孫弟(손제): 다른 사람에게 겸손하고 윗사람에게 공경스럽다. 遜悌(손제)와 같다.
3) 長而無述焉(장이무술언): 자라서 이야기할 것이 없다. 업적이 없음을 말한다.
44
闕黨童子將命. 或問之曰: "益者與?" 子曰: "吾見其居於位也, 見其與先生幷行也. 非求益者也, 欲速成者也."
궐당동자장명. 혹문지왈: "익자여?" 자왈: "오견기거어위야, 견기여선생병행야. 비구익자야, 욕속성자야."
궐당의 한 동자가 손님을 안내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그에 관하여 "정진하는 아이입니까?" 하고 여쭈어보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그 아이가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고, 그 아이가 연장자들과 나란히 걸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아이는 정진하기를 추구하는 아이가 아니라 속성하기를 바라는 아이입니다."
1) 闕黨童子將命(궐당동자장명): 궐당의 동자가 명령을 받들다.
• 闕黨(궐당): 지금의 산동성 곡부에 있는 공자의 고향 궐리(闕里).
• 黨(당): 500호 되는 마을.
• 將命(장명): 손님이 왔을 때 손님과 주인의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말을 전하는 심부름을 하다.
2) 益者與(익자여): 정진하는 사람인가.
• 益(익): (학덕을) 늘리다, 정진하다.
3) 居於位(거어위): 자리에 앉다. 심부름하는 동자는 서서 명령을 기다리는 것이 예의인데 그 동자는 외람되게도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음을 지적한 것이다.
• 居(거): 앉다.
4) 與先生幷行(여선생병행): 연장자와 나란히 서서 걸어가다. 나이가 다섯 살 이상 차이가 나면 연소자는 연장자의 뒤에 약간 처져서 걸어가야 하는데 그 동자는 외람되게도 연장자와 나란히 걸어갔음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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