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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先進(선진)편 - 자기 앞의 삶을 마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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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子曰: "先進於禮樂, 野人也; 後進於禮樂, 君子也. 如用之, 則吾從先進."
자왈: "선진어례악, 야인야; 후진어례악, 군자야. 여용지, 즉오종선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벼슬하기 전에 먼저 예악으로 나아가 그것을 습득하는 쪽은 평민이고, 일단 벼슬한 다음 나중에 예악으로 나아가는 쪽은 경대부의 자제이다. 이들을 등용한다면 나는 먼저 예악에 나아간 쪽을 선택하겠다."


1) 先進於禮樂, 野人也(선진어례악, 야인야): (벼슬하기 전에) 먼저 예악으로 나아가는 것은 평민이다. 평민은 음덕(蔭德)이 없으므로 벼슬하기 전에 먼저 예악을 습득하여 그것으로 벼슬을 얻었다는 말이다. 이 장에 대해서는 이설이 매우 많은데 청나라 유보남(劉寶南)의 설이 가장 타당하므로 그의 설을 따랐다.

2) 君子(군자): 경대부(卿大夫)의 자제.


2

子曰: "從我於陳·蔡者, 皆不及門也."
자왈: "종아어진·채자, 개불급문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진나라와 채나라에서 나를 따라다니며 고생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모두 나의 문하에 오지 않게 되었다."

1) 從我於陳·蔡者(종아어진·채자): 진나라와 채나라에서 나를 따라다니던 사람. 천하를 주유하던 공자는 노나라 애공(哀公) 6년(489 B. C.)경 초나라의 초빙에 응하기 위하여 채나라에서 진나라로 들어가는 도중에 환난을 당하여 급기야는 양식이 떨어지는 위기에 놓이기까지 했다. 이 사건을 진채절량(陳蔡絶糧) 또는 액어진채(厄於陳蔡)라고 한다. 이 장은 함께 환난을 겪었던 당시의 제자들을 추억하여 한 말이다.

2) 皆不及門也(개불급문야): 모두 나의 문하에 이르지 않게 되다.
• 也(야): ~하게 되다. 상황의 변화나 새로운 상황의 출현을 표시하는 어기조사. 矣(의)와 같다.


3

德行: 顔淵·閔子騫·冉伯牛·仲弓; 言語: 宰我·子貢; 政事: 冉有·季路; 文學: 子游·子夏.
덕행: 안연·민자건·염백우·중궁; 언어: 재아·자공; 정사: 염유·계로; 문학: 자유·자하.

덕행이 훌륭한 사람은 안연·민자건·염백우·중궁이었고, 언어의 구사가 뛰어난 사람은 재아와 자공이었고, 정사에 밝은 사람은 염유와 계로였고, 학문이 깊은 사람은 자유와 자하였다. (공문사과[孔門四科]에 대하여 설명한 것이다.)


4

子曰: "回也非助我者也, 於吾言無所不說."
자왈: "회야비조아자야, 어오언무소불열."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회는 나를 도와준 사람이 아니다. 그는 내 말에 대하여 좋아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니까." (안회는 공자의 모든 말을 이해하고 좋아한 나머지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공자의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뜻

1) 無所不說(무소불열): 기뻐하지 않은 것이 없다.
• 所(소): ~하는 바, ~하는 것. 주어와 술어 사이에 쓰여 주술구조를 명사구로 만들어주는 특수대사
• 說(열): 기뻐하다, 좋아하다. 悅(열)과 같다.


5
子曰: "孝哉閔子騫! 人不間於其父母昆弟之言."
자왈: "효재민자건! 인불간어기부모곤제지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효성스럽도다 민자건이여! 사람들이 그의 부모 형제의 말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구나."

1) 不間(불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
• 間(간): 원래 '다르다'라는 뜻의 형용사인데 의동사로 전용되면 '다르게 여기다, 이의를 제기하다, 나무라다, 흠잡다'라는 뜻이 된다.

2) 言(언): 閔子騫(민자건)의 효행에 관한 말.


6
南容三復白圭, 孔子以其兄之子妻之.
남용삼복백규, 공자이기형지자처지.

 

남용이 백규를 세 번 반복하여 외우자 공자께서 자기 형님의 딸을 시집보내셨다. (말을 조심스럽게 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

1) 南容三復白圭(남용삼복백규): 남용이 백규를 세 번 반복하다.
• 南容(남용): 노나라 사람으로 공자의 제자. 성은 남궁(南宮), 이름은 괄(括), 자는 자용(子容). (「공야장편 2」 참조.)
• 三(삼): 구체적인 숫자라기보다 많은 수를 뜻한다.
• 白圭(백규): 『시경·대아·억(抑)』 제5장의 "하얀 홀에 섞인 흠은 갈아 없앨 수 있지만, 이내 말에 섞인 흠은 그럴 수가 없다네(白圭之玷(백규지점), 尙可磨也(상가마야). 斯言之玷(사언지점), 不可爲也(불가위야))"라는 부분을 가리킨다.

2) 以其兄之子妻之(이기형지자처지): 자기 형님의 딸을 그에게 시집보내다, 자기 형님의 딸로써 그를 조카사위로 삼다.
• 妻(처): 딸을 시집보내다, 사위로 삼다.


7

季康子問: "弟子孰爲好學?" 孔子對曰: "有顔回者好學, 不幸短命死矣, 今也則亡."
계강자문: "제자숙위호학?" 공자대왈: "유안회자호학, 불행단명사의, 금야즉무."

 

계강자가 "제자들 중에 누가 배우기를 좋아합니까?" 하고 묻자 공자께서 대답하여 말씀하셨다. "안회라는 사람이 배우기를 좋아했는데 불행하게도 명이 짧아서 벌써 죽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사람이 없습니다."


8

顔淵死, 顔路請子之車以爲之槨. 子曰: "才不才, 亦各言其子也. 鯉也死, 有棺而無槨, 吾不徒行以爲之槨. 以吾從大夫之後, 不可徒行也."
안연사, 안로청자지거이위지곽. 자왈: "재부재, 역각언기자야. 리야사, 유관이무곽, 오부도행이위지곽. 이오종대부지후, 불가도행야."

안연이 죽자 그의 부친 안로가 공자께 공자의 수레를 처분하여 그 돈으로 그의 덧널을 만들어달라고 청했다.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잘났거나 못났거나 그래도 역시 각자 자기 아들을 가지고 이야기하게 마련이네. 내 아들 이가 죽었을 때도 속널만 있고 덧널은 없었으니 나는 내가 걸어다니면서까지 그에게 덧널을 만들어주지는 않았던 것이네. 나는 대부의 말석에 있었기 때문에 걸어다닐 수가 없다네." (안연은 공자가 가장 총애하던 제자로 32세의 젊은 나이에 죽자 공자가 매우 애통해했다. 그러나 공자는 개인적인 정으로 인하여 예에 어긋나는 일을 할 수는 없다는 엄격한 태도를 취했다.)

1) 顔路請子之車以爲之槨(안로청자지거이위지곽): 안로가 공자의 수레로 그에게 덧널을 만들어주기를 청하다.
• 顔路(안로): 안연의 부친. 이름이 무요(無繇)이고 路(로)는 그의 자이다. 공자보다 6세 아래로 그 역시 공자의 제자였다.
• 子之車以(자지거이): 以子之車(이자지거)가 도치된 것.
• 爲(위): 만들다.

2) 亦各言其子也(역각언기자야): 역시 각자 자기 자식에 관하여 (훌륭한 점을) 말하다. 안로가 공자에게 그의 아들 안연이 훌륭한 인물이었으니 그를 위하여 덧널을 마련해달라고 한 것처럼 사람들이 누구나 다 자기 자식에 대하여 좋게 말한다는 뜻이다.
• 言(언): 人不間於其父母昆弟之言(인불간어기부모곤제지언, 사람들이 그의 부모 형제의 말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선진편 5」])의 言(언)과 같은 성질이다.

3) 鯉也死(리야사): 이가 죽다.
• 鯉(리): 공자의 아들로 자가 백어(伯魚). 그가 태어났을 때 당시 노나라 임금이던 소공(昭公)이 잉어를 하사했기 때문에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고 한다.
• 也(야):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어기조사.

4) 以吾從大夫之後(이오종대부지후): 내가 대부의 후미를 따라갔기 때문에.
• 以(이): 원인을 표시하는 전치사.
• 從大夫之後(종대부지후): 공자가 원래 하대부(下大夫)였기 때문에 이렇게 겸손하게 말한 것이다.


9
顔淵死, 子曰: "噫! 天喪予! 天喪予!"
안연사, 자왈: "희! 천상여! 천상여!"

 

안연이 죽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아아! 하늘이 나를 망치는구나! 하늘이 나를 망쳐!"

1) 噫(희): 아아. 탄식하는 소리를 표시하는 감탄사.


10

顔淵死, 子哭之慟, 從者曰: "子慟矣." 曰: "有慟乎? 非夫人之爲慟而誰爲?"
안연사, 자곡지통, 종자왈: "자통의." 왈: "유통호? 비부인지위통이수위?"

안연이 죽자 공자가 그를 위해 곡하다가 애통하기에 이르렀다. 수행원이 "선생님께서 애통하셨습니다"라고 하자 "애통한 적이 있었느냐? 이 사람을 위하여 애통하지 않는다면 누구를 위하여 애통하겠느냐?"라고 하셨다.

1) 子哭之慟(자곡지통): 공자가 그를 조문하여 곡하다가 애통(哀慟)하게 되다.
• 哭(곡): 죽은 사람을 애도하여 소리내어 울다.

2) 有慟乎(유통호): 애통함이 있었는가.

3) 非夫人之爲慟而誰爲(비부인지위통이수위): 이 사람을 위하여 애통하지 않으면 누구를 위하여 애통하는가.
• 非(비): ~하지 않다. 不(불)과 같다.
• 夫人之爲慟(부인지위통): 이 사람을 위하여 애통하다. 爲夫人慟(위부인통)이 변형된 것.
• 夫(부): 이, 그, 저. 경우에 따라 근칭 지시대사가 될 수도 있고 원칭 지시대사가 될 수도 있으며, 어떤 문맥에서는 어느 쪽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 之(지): 강조 효과를 위하여 목적어를 동사 앞에 놓을 경우 목적어와 동사 사이에 쓰는 구조조사.
• 誰爲(수위): 의문문에서 대사 목적어가 동사 앞에 놓인 것.



11
顔淵死, 門人欲厚葬之, 子曰: "不可." 門人厚葬之, 子曰: "回也視予猶父也, 予不得視猶子也. 非我也, 夫二三子也."
안연사, 문인욕후장지, 자왈: "불가." 문인후장지, 자왈: "회야시여유부야, 여부득시유자야. 비아야, 부이삼자야."

안연이 죽었을 때 문인들이 그를 후하게 장사하려고 하자, 공자께서 "안 된다"라고 하셨다. 그런데도 문인들이 후하게 장사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회는 나를 대하기를 아버지 대하듯이 했는데 나는 그를 대하기를 아들 대하듯이 하지 못했다. 이렇게 만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저 제자들이다." (자기 아들처럼 허례허식을 배격하고 자기 처지에 맞게 장례를 치르지 못했음을 스스로 탄식한 말이다.)

1) 予不得視猶子也(여부득시유자야): 내가 (그를) 대하기를 아들과 같이 하지 못하다.
• 得(득): 能(능)과 같다.
• 視(시): 대하다, 대우하다. 다음에 回(회)를 가리키는 인칭대사가 생략되어 있다.

 

2) 夫二三子也(부이삼자야): 저 몇 사람의 제자들이다.
• 夫(부): 저.


12

季路問事鬼神, 子曰: "未能事人, 焉能事鬼?" 曰: "敢問死." 曰: "未知生, 焉知死?"
계로문사귀신, 자왈: "미능사인, 언능사귀?" 왈: "감문사." 왈: "미지생, 언지사?"

 

계로가 귀신 섬기는 일에 관하여 여쭈어보자 공자께서 "사람을 섬길 줄 모르고서야 어찌 귀신을 섬길 줄 알겠느냐?"라고 하셨다. "감히 죽음에 관하여 여쭈어보겠습니다"라고 하자 "삶을 모르고서야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라고 하셨다. (공자가 귀신의 존재를 부인했다는 말이 아니라 귀신보다 살아 있는 사람을 더욱 존중했다는 말이다. 「팔일편 12」 「옹야편 22」 및 「술이편 21」 참조.)

 

1) 季路(계로):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

2) 未能事人, 焉能事鬼(미능사인, 언능사귀): 사람을 섬길 줄 모르고 어찌 귀신을 섬길 줄 알겠는가. 사람을 섬기듯이 귀신을 섬기면 된다는 뜻이 숨어 있다. 「팔일편 12」의 '祭如在(제여재), 祭神如神在(제신여신재)'(조상에게 제사를 지낼 때는 마치 조상이 앞에 앉아 계시는 것처럼 정성스럽게 하고, 여러 신령들에게 제사를 지낼 때는 마치 여러 신령들이 앞에 앉아 있는 것처럼 경건하게 하셨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13
閔子侍側, 誾誾如也; 子路, 行行如也; 冉有·子貢, 侃侃如也. 子樂. "若由也, 不得其死然."
민자시측, 은은여야; 자로, 항항여야; 염유·자공, 간간여야. 자락. "약유야, 부득기사연."

민자건은 공자를 옆에서 모시고 있을 때 그 태도가 공손하면서도 정직하고, 자로는 강직하고, 염유와 자공은 즐겁고 유쾌했다. 공자께서 즐거우셔서 말씀하셨다. "유와 같은 사람은 제명에 죽지 못할 거야." (공자가 좋아하던 제자들의 성품을 설명한 것이다. 제자들 가운데 자로는 성격이 매우 용맹스럽고 강직하여 자칫하면 해를 입기 쉬웠다.)

1) 閔子侍側(민자시측): 민자건이 (공자를) 옆에서 모시다.
• 閔子(민자): 공자의 제자. 이름이 손(損), 자가 자건(子騫).
• 側(측): 앞에 장소를 표시하는 전치사 於(어)가 생략되어 있다. 고대 중국어에는 이처럼 전치사가 생략된 경우가 많다.

2) 誾誾如(은은여): 공손하면서도 정직하다.
• 誾誾(은은): 공손하면서도 정직한 모양.
• 如(여): 형용사 접미사.

3) 行行(항항): 강직한 모양.

4) 侃侃(간간): 즐겁고 유쾌한 모양.

5) 若由也(약유야): 유와 같으면.
• 也(야):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어기조사.

6) 不得其死然(부득기사연): 제명에 죽음을 얻지 못하다.
• 其死(기사): 비명횡사하지 않고 천수를 누린 뒤에 자기가 죽게끔 운명지어진 날에 죽는 것.
• 然(연): 단정적인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焉(언)과 같다.


14

魯人爲長府, 閔子騫曰: "仍舊貫如之何? 何必改作?" 子曰: "夫人不言, 言必有中."
로인위장부, 민자건왈: "잉구관여지하? 하필개작?" 자왈: "부인불언, 언필유중."

 

노나라의 정치인들이 장부를 새로 짓자 민자건이 "옛날 것을 그대로 두고 수리를 하면 어떤가? 어째서 꼭 다시 지어야 하는가?"라고 했다.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이 사람은 말을 하지 않지만 말을 했다 하면 사리에 맞는다."

1) 魯人爲長府(로인위장부): 노나라 사람들이 장부를 짓다.
• 長府(장부): 창고의 이름.
• 爲(위): 만들다, 짓다.

 

2) 仍舊貫如之何(잉구관여지하): 옛날의 관례를 따르는 것이 어떤가.
• 仍(잉): 따르다, 인습하다.
• 舊貫(구관): 옛날부터 존속해온 관례. 여기서는 옛날부터 존속해온 물건 즉 長府(장부)를 가리킨다. 貫(관)은 慣(관)과 같다.
• 如之何(여지하): '어떠하다'라는 뜻의 관용어로서 술어 또는 부사어로 쓰인다. 如何(여하)·何如(하여)와 같다.

3) 言必有中(언필유중): 말을 하면 반드시 합당함이 있다.
• 中(중): 합당하다.


15

子曰: "由之瑟, 奚爲於丘之門?" 門人不敬子路. 子曰: "由也升堂矣, 未入於室也."
자왈: "유지슬, 해위어구지문?" 문인불경자로. 자왈: "유야승당의, 미입어실야."

공자께서 "유는 어째서 우리집 문 앞에서 슬을 타는고?" 하시자 동료 문인들이 자로를 존경하지 않았다.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유는 대청에는 올랐으나 아직 방안에는 들지 못한 것이다"라고 하셨다. (자로는 성격이 강직한 사람인 만큼 슬을 타는 것도 감미롭기보다는 거칠고 살벌했기 때문에 이것으로 자로의 수양이 부족함을 비판한 것인데 자기 의도와 다르게 문인들이 자로를 존경하지 않게 되자 비유를 들어서 그의 인격과 학문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상당한 수준이라고 말한 것이다.)

 

1) 由之瑟(유지슬): 유의 슬.
• 由(유): 자로(子路).
• 瑟(슬): 거문고와 비슷하면서 더 큰 현악기로 줄이 보통 25개 있다.

2) 奚爲於丘之門(해위어구지문): 무엇 때문에 구의 문에서 연주하는가.
• 爲(위): 연주하다.
• 於(어): 장소를 표시하는 전치사.
• 丘(구): 공자의 이름.


16

子貢問: "師與商也孰賢?" 子曰: "師也過, 商也不及." 曰: "然則師愈與?" 子曰: "過猶不及."
자공문: "사여상야숙현?" 자왈: "사야과, 상야불급." 왈: "연즉사유여?" 자왈: "과유불급."

 

자공이 "사와 상은 누가 더 낫습니까?" 하고 여쭈어보자 공자께서 "사는 지나치고 상은 조금 못 미친다"라고 하셨다. "그러면 사가 낫습니까?"라고 하자 "지나친 것은 못 미치는 것과 같다"라고 하셨다.

 

1) 師與商也孰賢(사여상야숙현): 사와 상은 누가 더 현명한가.
• 師(사): 공자의 제자. 성은 전손(顓孫), 자는 자장(子張). 師(사)는 그의 이름이다.
• 商(상):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의 이름.

2) 然則師愈與(연즉사유여): 그렇다면 사가 더 나은가.
• 然則(연즉): 그렇다면, 그러면. 앞의 말을 근거로 어떤 결론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17

季氏富於周公, 而求也爲之聚斂而附益之. 子曰: "非吾徒也. 小子鳴鼓而攻之可也."
계씨부어주공, 이구야위지취렴이부익지. 자왈: "비오도야. 소자명고이공지가야."

 

계씨는 주공보다 부유했는데도 구가 그를 위하여 세금을 많이 거두어들여 거기다 더 보태주었다.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내 제자가 아니다. 너희들은 북을 울려가며 그를 공격해도 좋다."

 

1) 季氏富於周公(계씨부어주공): 계씨가 주공보다 부유하다.
• 季氏(계씨): 노나라 소공(昭公) 때의 대부 계손씨(季孫氏). (「팔일편 1」 참조.)
• 於(어): 비교의 대상을 표시하는 전치사.

• 周公(주공): 주나라 무왕의 동생으로 노나라의 제후로 봉해진 사람. 대부인 계씨가 주공을 능가할 정도로 부유하다는 것은 매우 분에 넘치는 짓이다.

2) 求(구): 염구(冉求). 자는 자유(子有). 그는 계손씨의 가재(家宰)를 지낸 적이 있는데 이때 그는 세금을 지나치게 많이 거두어들여 계손씨의 재산을 더욱 늘려주었다.


18

柴也愚, 參也魯, 師也辟, 由也喭.
시야우, 참야로, 사야벽, 유야언.

 

시는 우직하고 삼은 미련하고 사는 극단적이고 유는 거칠다.


1) 柴(시): 성은 고(高), 자는 자고(子羔). 柴(시)는 그의 이름. 공자의 제자로 공자보다 30세 아래였다.

2) 參(삼): 증삼(曾參).

3) 師(사): 자장(子張)의 이름.

4) 由(유): 자로(子路)의 이름.


19

子曰: "回也其庶乎, 屢空. 賜不受命而貨殖焉, 億則屢中.
자왈: "회야기서호, 루공. 사불수명이화식언, 억즉루중.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회는 거의 도에 가까웠으련만 자주 그릇이 비었고, 사는 천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장사를 하여 돈을 벌었는데 그가 판단을 내리면 대체로 적중했다." (공자는 안빈낙도하는 안회의 인품은 극도로 칭송했지만 천명을 따르지 않고 장사를 하여 제자들 중에서 가장 부유했던 자공에 대해서는 그 나름의 재주와 능력을 부분적으로 인정했을 뿐 그 인품을 높이 평가하지는 않았다.)

1) 回也其庶乎(회야기서호): 회가 아마 (도에) 가까우리라.
• 其(기): 아마. 추측을 표시하는 부사.

• 庶(서): (도에) 가깝다.
• 乎(호): 감탄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其(기)와 함께 쓰이는 경우 추측의 어기를 내포한다.

2) 賜不受命而貨殖焉(사불수명이화식언): 사가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다는) 천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재산을 늘리다.
• 賜(사): 자공(子貢).
• 貨殖(화식): '재화의 교역을 통하여 재산을 불리다' 즉 '돈벌이하다'라는 뜻의 동사.
• 焉(언): 진술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20

子張問善人之道, 子曰: "不踐迹, 亦不入於室."
자장문선인지도, 자왈: "불천적, 역불입어실."

 

자장이 선인이 살아가는 길에 관하여 여쭈어보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전인의 훌륭한 발자취를 밟지도 않고 또 학문적인 성취가 방안에 들어갈 만큼 높은 경지에 이르지도 않는다." (천성이 선량한 사람은 배우지 않고도 저절로 그렇게 되기는 하지만 배우지 않는 만큼 발전에 한계가 있어서 최고의 경지에 이를 수는 없다는 뜻으로 학문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다.)

1) 善人之道(선인지도): 선인이 살아가는 길.
• 善人(선인): 타고난 성품이 선량한 사람을 가리키며 학문적 자질과는 무관하다.

2) 不踐迹(불천적): 발자취를 밟지 않다. 선인은 바탕이 착하기 때문에 굳이 전인의 훌륭한 행적을 배워 따르지 않아도 스스로 착하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3) 亦不入於室(역불입어실): 또 방안으로 들어가지도 않다. 깊숙한 경지에 이르지도 않는다는 뜻, 즉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선진편 15」 참조.)



21

子曰: "論篤是與, 君子者乎, 色莊者乎?"
자왈: "론독시여, 군자자호, 색장자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언론이 조리가 있어 빈틈없고 그럴듯하다고 해서 그 사람을 찬양하는데 그 사람이 과연 군자다운 사람인가 겉모양만 장중한 사람인가?" (「공야장편 10」에 말만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공자의 태도가 서술되어 있다. 「학이편 3」 「선진편 25」 등에도 말 잘하는 사람에 대한 공자의 비판적 태도가 서술되어 있다.)

1) 論篤是與(론독시여): 언론이 독실함을 찬양하다.
• 論篤(론독): 말이 조리가 있어 빈틈없고 그럴듯하다.
• 是(시): 강조 효과를 위하여 목적어를 동사 앞에 놓을 경우 목적어와 동사 사이에 쓰는 구조조사. 之(지)와 같다.
• 與(여): 원래 '함께하다'라는 뜻인데 여기서처럼 보다 적극적인 의미로 쓰여 '편들다, 찬양하다'라는 뜻을 지니기도 한다.

2) 君子者乎(군자자호): 군자다운 사람인가.
• 君子(군자): '군자'라는 뜻의 명사가 '군자답다'라는 뜻의 형용사로 전용된 것으로 者(자)를 수식하는 관형어이다.


22

子路問: "聞斯行諸?" 子曰: "有父兄在, 如之何其聞斯行之?" 冉有問: "聞斯行諸?" 子曰: "聞斯行之." 公西華曰: "由也問: '聞斯行諸?' 子曰: '有父兄在.' 求也問: '聞斯行諸?' 子曰: '聞斯行之.' 赤也惑, 敢問." 子曰: "求也退, 故進之; 由也兼人, 故退之."
자로문: "문사행저?" 자왈: "유부형재, 여지하기문사행지?" 염유문: "문사행저?" 자왈: "문사행지." 공서화왈: "유야문: '문사행저?' 자왈: '유부형재.' 구야문: '문사행저?' 자왈: '문사행지.' 적야혹, 감문." 자왈: "구야퇴, 고진지; 유야겸인, 고퇴지."

자로가 "옳은 일을 들으면 곧 그것을 행합니까?" 하고 여쭈어보자 공자께서 "부형이 계시는데 어떻게 옳은 일을 들었다고 곧 행하겠느냐?"라고 말씀하셨다. 염유가 "옳은 일을 들으면 곧 그것을 행합니까?" 하고 여쭈어보자 공자께서 "옳은 일을 들으면 곧 행하여라"라고 말씀하셨다. 공서화가 말했다. "유가 '옳은 일을 들으면 곧 그것을 행합니까?' 하고 여쭈었을 때는 선생님께서 '부형이 계신다'라고 하시고, 구가 '옳은 일을 들으면 곧 행합니까?' 하고 여쭈었을 때는 선생님께서 '옳은 일을 들으면 곧 행하여라'라고 하시니 제가 미혹스러워서 감히 그 까닭을 여쭈어보는 바입니다."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구는 뒤로 물러서기 때문에 그를 전진시켰고, 유는 잘 나서서 남의 몫까지 하기 때문에 그를 후퇴시킨 것이다."

1) 聞斯行諸(문사행저): (옳은 일을) 들으면 곧 행하는가.
• 斯(사): ~하면. 조건에 따른 결과를 표시하는 접속사.
• 諸(저): 之乎(지호)와 같으며 之(지)는 聞(문) 즉 '들은 것'을 가리키는 인칭대사이고 乎(호)는 의문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이다.

2) 如之何其聞斯行之(여지하기문사행지): 어떻게 들으면 곧 그것을 행하겠는가.
• 如之何(여지하): '어떠하다'라는 뜻의 관용어로서 부사어 또는 술어로 쓰인다. 如何(여하)·何如(하여)와 같다.
• 其(기): 음절을 조정하고 어세를 강하게 하는 어기조사.

3) 由也兼人(유야겸인): 유가 남의 몫을 겸하다.
• 兼人(겸인): 앞으로 나서서 남의 몫까지 다 할 정도로 적극적이라는 뜻이다.


23

子畏於匡, 顔淵後. 子曰: "吾以女爲死矣." 曰: "子在, 回何敢死?"
자외어광, 안연후. 자왈: "오이여위사의." 왈: "자재, 회하감사?"

 

공자가 광읍에서 두려움에 빠져 있을 때 안연이 뒤처져 왔다. 공자께서 "나는 네가 죽은 줄로 알았다" 하시니 안연이 말했다. "선생님이 계시는데 제가 어찌 감히 죽겠습니까?"

 

1) 子畏於匡(자외어광): 공자가 광읍에서 두려워하다. (「자한편 5」 참조.)
• 匡(광): 읍 이름.

2) 吾以女爲死矣(오이여위사의): 나는 네가 죽은 것으로 여기다.
• 以(이)~爲(위)~: '~을 ~라고 여기다, ~이 ~하다고 여기다'라는 뜻의 관용어.
• 矣(의): 동작이 이미 완료되었거나 상황이 이미 끝났음을 표시하는 어기조사.


24
季子然問: "仲由·冉求可謂大臣與?" 子曰: "吾以子爲異之問, 曾由與求之問. 所謂大臣者, 以道事君, 不可則止. 今由與求也, 可謂具臣矣." 曰: "然則從之者與?" 子曰: "弑父與君, 亦不從也."
계자연문: "중유·염구가위대신여?" 자왈: "오이자위이지문, 증유여구지문. 소위대신자, 이도사군, 불가즉지. 금유여구야, 가위구신의." 왈: "연즉종지자여?" 자왈: "시부여군, 역부종야."

 

계자연이 "중유와 염구는 위대한 신하라고 할 수 있습니까?" 하고 여쭈어보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당신이 특이한 것을 물을 줄 알았더니 고작 유와 구에 관하여 묻는군요. 이른바 위대한 신하란 도로써 임금을 섬기고 그것이 불가능하면 그만둡니다. 이제 유와 구는 단지 머릿수나 채우는 신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계자연이 "그렇다면 시키는 말을 잘 따를까요?" 하고 여쭈어보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아버지와 임금을 시해하는 일은 그들도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표면상 중유와 염구를 비판하는 형식을 빌려 사실상 계씨의 무도함을 풍자한 것이다.)

1) 季子然(계자연): 삼환(三桓)이라고 불리는 노나라의 세도가 가운데 하나인 계손씨의 일족. 仲由(중유)와 冉求(염구)가 계손씨의 가신을 지낸 적이 있기 때문에 물은 것이다.

2) 吾以子爲異之問(오이자위이지문): 내가 당신이 특이한 것을 물을 것으로 여기다.
• 以(이)~爲(위)~: ~이 ~하다고 여기다.
• 異之問(이지문): 강조 효과를 위하여 목적어를 동사 앞으로 끄집어내고 목적어와 동사 사이에 구조조사 之(지)를 쓴 형태 즉 問異(문이)의 변형이다.

3) 曾由與求之問(증유여구지문): 바로 유와 구에 관한 일을 묻다.
• 曾(증): 바로, 결국, 고작.
• 由與求之問(유여구지문): 問由與求(문유여구)의 변형.

4) 然則從之者與(연칙종지자여): 그렇다면 그를 잘 따르는가.
• 之(지): 계씨 또는 계씨의 명령을 가리키는 인칭대사.
• 者與(자여): 의문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25

子路使子羔爲費宰, 子曰: "賊夫人之子." 子路曰: "有民人焉, 有社稷焉, 何必讀書然後爲學?" 子曰: "是故惡夫佞者."
자로사자고위비재, 자왈: "적부인지자." 자로왈: "유민인언, 유사직언, 하필독서연후위학?" 자왈: "시고오부녕자."

 

자로가 자고에게 비읍의 수장을 시키자 공자께서 "남의 자식을 해치는구나!"라고 말씀하셨다. 자로가 "그곳에는 백성이 있고 사직이 있습니다. 어째서 꼭 책을 읽은 연후에야 배운 것이 되겠습니까?" 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이래서 나는 저 말 잘하는 사람들을 싫어하는 거야."

1) 子羔爲費宰(자고위비재): 자고가 비읍의 수장이 되다.
• 子羔(자고): 공자의 제자. 성은 고(高), 이름은 柴(시).
• 費(비): 계손씨의 식읍.

2) 賊夫人之子(적부인지자): 저 남의 아들을 해치다.
• 夫(부): 원칭 지시대사.
• 人之子(인지자): 남의 아들. 子羔(자고)를 가리키는 완곡한 표현.

3) 是故惡夫佞者(시고오부녕자): 이 때문에 (내가) 저 말 잘하는 사람들을 싫어하다.
• 夫(부): 원칭 지시대사로 일반적인 사람이나 사물을 가리키기 때문에 '저 모든'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26

子路·曾晳·冉有·公西華侍坐, 子曰: "以吾一日長乎爾, 毋吾以也. 居則曰: '不吾知也,' 如或知爾, 則何以哉?" 子路率爾而對曰: "千乘之國, 攝乎大國之間, 加之以師旅, 因之以饑饉, 由也爲之, 比及三年, 可使有勇, 且知方也." 夫子哂之. "求, 爾何如?" 對曰: "方六七十如五六十, 求也爲之, 比及三年, 可使足民. 如其禮樂, 以俟君子." "赤, 爾何如?" 對曰: "非曰能之, 願學焉. 宗廟之事如會同, 端章甫, 願爲小相焉." "點, 爾何如?" 鼓瑟希, 鏗爾舍瑟而作, 對曰: "異乎三子者之撰." 子曰: "何傷乎? 亦各言其志也." 曰: "莫春者, 春服旣成, 冠者五六人·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 夫子喟然嘆曰: "吾與點也!" 三子者出, 曾晳後. 曾晳曰: "夫三子者之言何如?" 子曰: "亦各言其志也已矣." 曰: "夫子何哂由也?" 曰: "爲國以禮, 其言不讓, 是故哂之." "唯求則非邦也與?" "安見方六七十如五六十而非邦也者?" "唯赤則非邦也與?" "宗廟·會同, 非諸侯而何? 赤也爲之小, 孰能爲之大?"
자로·증석·염유·공서화시좌, 자왈: "이오일일장호이, 무오이야. 거즉왈: '불오지야,' 여혹지이, 즉하이재?" 자로솔이이대왈: "천승지국, 섭호대국지간, 가지이사려, 인지이기근, 유야위지, 비급삼년, 가사유용, 차지방야." 부자신지. "구, 이하여?" 대왈: "방륙칠십여오륙십, 구야위지, 비급삼년, 가사족민. 여기례악, 이사군자." "적, 이하여?" 대왈: "비왈능지, 원학언. 종묘지사여회동, 단장보, 원위소상언." "점, 이하여?" 고슬희, 갱이사슬이작, 대왈: "이호삼자자지찬." 자왈: "하상호? 역각언기지야." 왈: "모춘자, 춘복기성, 관자오륙인·동자륙칠인, 욕호기, 풍호무우, 영이귀." 부자위연탄왈: "오여점야!" 삼자자출, 증석후. 증석왈: "부삼자자지언하여?" 자왈: "역각언기지야이의." 왈: "부자하신유야?" 왈: "위국이례, 기언불양, 시고신지." "유구즉비방야여?" "안견방륙칠십여오륙십이비방야자?" "유적즉비방야여?" "종묘·회동, 비제후이하? 적야위지소, 숙능위지대?"

자로·증석·염유 및 공서화가 공자를 모시고 앉아 있을 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들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다고 해서 나를 빙자하지 말아라. 너희들은 앉으면 하는 소리가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들 하는데 만약에 어떤 사람이 너희들을 알아준다면 무엇을 하겠느냐?" 자로가 대뜸 대답했다. "천승지국으로 큰 나라들 사이에 끼여 있어 군사적 침략을 받고 뒤이어 기근까지 발생한다 해도, 제가 다스린다면 삼 년 만에 그 나라 백성들을 용기가 있고 도의를 알게 만들 수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빙긋이 웃으셨다. "구야 너는 어떠냐?" 하시자 구가 대답했다. "사방 육칠십 리 혹은 오륙십 리 되는 지역을 제가 다스린다면 삼 년 만에 그 지역 백성들을 풍족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예악 같은 것은 군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적아 너는 어떠냐?" 하시자 적이 대답했다. "제가 이런 것을 할 수 있다는 말씀은 아니고 이렇게 되도록 배우고 싶습니다. 종묘에서의 제사나 제후들의 회동에 현단과 장보관을 착용하고 작은 보좌관 노릇을 하고 싶습니다." "점아 너는 어떠냐?" 하시자 점은 슬 타기를 늦추어 멈춘 다음 퉁 하며 슬을 내려놓고 일어나서 대답하기를 "세 사람이 여러 가지를 잘 갖추어서 훌륭하게 대답한 것과는 다릅니다"라고 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무슨 걱정이냐? 이 또한 각자 자기 생각을 말해보는 것인데." 그러자 점이 대답했다. "늦은 봄에 봄옷을 잘 차려입고 갓을 쓴 어른 대여섯 명 및 아이들 예닐곱 명과 함께 기수에서 세수하고 무우에서 바람을 쐰 다음 노래를 읊조리며 돌아오겠습니다." 공자께서 와 하고 찬탄하며 말씀하셨다. "나는 점의 말에 찬동하노라!" 세 사람이 나가자 증석이 뒤로 처졌다. 증석이 "저 세 사람의 말은 어떻습니까?"라고 하자 공자께서 "이 또한 각자 자기 생각을 말해본 것이다"라고 하셨다. "선생님께서는 왜 유의 말을 듣고 웃으셨습니까?" 하자 "예로써 나라를 다스리는 것인데 그의 말이 겸양하지 않았기 때문에 웃었다"라고 하셨다. "유독 구가 이야기한 것만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아닙니까?" "사방 육칠십 리나 오륙십 리가 되면서 나라가 아닌 것을 어디서 보겠느냐?" "유독 적이 이야기한 것만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아닙니까?" "종묘와 회동이 제후국의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적이 작은 보좌관이 된다면 누가 큰 보좌관이 될 수 있겠느냐?"

1) 曾晳(증석): 증삼(曾參)의 부친. 이름이 점(點)이고 晳(석)은 그의 자이다. 그도 역시 공자의 제자였다.

2) 以吾一日長乎爾(이오일일장호이): 내가 너희들보다 나이가 하루 더 많음으로 인하여.
• 以(이): 원인을 표시하는 전치사.
• 一日長(일일장): 나이가 조금 더 많음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
• 乎(호): 비교의 대상을 표시하는 전치사. 於(어)와 같다.
• 爾(이): 이인칭대사.

3) 毋吾以也(무오이야): 나를 빙자하지 말라. 내가 너희들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을 빙자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 毋(무): 금지를 표시하는 부사.
• 吾以(오이): 나를 빙자하다. 부정문에서 대사 목적어와 동사가 도치된 것.
• 也(야): 명령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4) 居則曰(거즉왈): 앉으면 곧 말하다.
 (거): 앉다. 대개 '평상시' 또는 '항상'으로 풀이하는데 則(즉)이 갖는 어감을 고려하면 '앉다'로 풀이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5) 不吾知也(불오지야): 나를 알아주지 않다.
• 吾知(오지): 부정문에서 대사 목적어와 동사가 도치된 것.

6) 何以哉(하이재): 무엇을 하는가.
• 何以(하이): 의문문에서 대사 목적어와 동사가 도치된 것.
• 以(이): 하다.

7) 子路率爾而對(자로솔이이대): 자로가 대뜸 대답하다.
• 率爾(솔이: 가벼울솔): 경솔한 모양.
• 爾(이): 형용사 접미사. 이렇게 만들어진 형용사가 동사를 수식하는 부사어로 쓰일 경우 그 부사어와 동사 사이에 양자를 연결해주는 접속사 而(이)를 함께 쓴다.

8) 加之以師旅(가지이사려): 그것에 군사적 침략을 더하다.
• 之(지): 千乘之國(천승지국)을 가리키는 인칭대사.
• 以(이): 동작의 대상을 표시하는 전치사.
• 師旅(사려): 군사 500명을 1旅(려)라 하고 5旅(려)를 1師(사)라 한다. 여기서는 그러한 군사의 침략을 뜻한다.

9) 因之以饑饉(인지이기근): 기근으로 그 뒤를 잇다. 군사적 침략에 뒤이어 기근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 因(인): 뒤따르다, 뒤를 잇다.

10) 由也爲之(유야위지): 유가 그것을 다스리다.
• 爲(위): 다스리다.

 

11) 比及三年(비급삼년): 삼년이 되다.
• 比及(비급): '때에 이르다, 때가 되다'라는 뜻의 관용어.

12) 方六七十如五六十(방륙칠십여오륙십): 사방으로 육칠십 리 혹은 오륙십 리(되는 지역).
• 如(여): ~와, 혹은. 원래 與(여)와 마찬가지로 병렬관계를 표시하는 접속사이지만 여기서는 약간 변질되어 선택관계를 표시하는 접속사에 가깝다. 왕인지(王引之)의 『경전석사(經傳釋詞)』는 이 구절의 如(여)를 與(여)와 같은 용법의 예로 제시했고 양수달(楊樹達)의 『사전(詞詮)』은 양자를 구분하여 이 구절의 如(여)를 '혹은'의 용례로 제시했다. 그러나 명확하게 '혹은'으로 풀이할 수 있는 것은 이 구절과 이 구절 바로 밑의 宗廟之事如會同(종묘지사여회동, 종묘의 일이나 제후의 회동) 이외에 다른 용례가 잘 보이지 않는다.

13) 可使足民(가사족민): (그 나라로 하여금) 백성을 만족시키게 할 수 있다.

14) 如其禮樂, 以俟君子(여기예악, 이사군자): 예악으로 말하자면 군자를 기다리다.
• 如(여): '~으로 말하자면'이라는 뜻의 접속사. 앞에서 다른 사실에 대하여 이야기한 뒤 말을 바꾸어 다른 사실을 예로 들어 이야기하고자 할 때 쓴다. 若(약)과 같다.
• 以(이): '~하면 곧'이라는 뜻의 접속사. 앞에 있는 如(여)와 호응하여 '~로 말하자면 곧'이라는 뜻이 된다. 則(즉)과 같다.

15) 端章甫(단장보): 현단(玄端)이라는 검은색 예복과 장보관(章甫冠)이라는 유학자의 예모(를 착용하다).

16) 願爲小相焉(원위소상언): 작은 보좌관이 되기를 원하다.
• 小相(소상): 신분이 대단치 않은 보좌관.
• 相(상): 의식의 진행을 도와주는 사람.

17) 鼓瑟希(고슬희): 슬을 타는 것이 뜸하다.
• 希(희): 稀(희)와 같다.

18) 鏗爾舍瑟而作(갱이사슬이작): 쿵 하며 슬을 놓고 일어나다.
• 鏗爾(갱이): 거문고를 땅에 놓을 때 나는 소리를 나타내는 형용사.
• 爾(이): 형용사 접미사.
• 舍(사): 捨(사)와 같다.
• 作(작): 일어나다.

19) 異乎三子者之撰(이호삼자자지찬): 세 사람이 잘 갖추어 대답한 것과 다르다.
• 乎(호): 비교의 대상을 표시하는 전치사.
• 者(자): 복수의 수량사(數量詞) 뒤에 붙는 구조조사.
• 之(지): 주어와 술어 사이에 쓰여 주술구조로 하여금 독립성을 잃고 명사구 또는 절이 되게 하는 구조조사.
• 撰(갖출찬): 구비하다. 여러 가지 조건을 잘 갖추어 훌륭하게 대답함을 뜻한다.

20) 何傷乎(하상호): 무엇을 걱정하는가.
• 何傷(하상): 의문문에서 대사 목적어와 동사가 도치된 것.

21) 莫春者(모춘자): 늦은 봄.
• 莫(막): 暮(모)와 같다.
• 者(자): 시간을 표시하는 말 뒤에 붙는 명사 접미사.

22) 春服旣成(춘복기성): 봄옷을 차려입는 일이 이미 끝나다. '봄옷을 만드는 일이 이미 끝나다'로 보기도 하나 늦은 봄에 봄옷을 만드는 일이 끝난다는 것이 사리에 맞지 않는다.

23) 浴乎沂(욕호기): 기수에서 세수하다.
• 浴(욕): 여기서는 전신을 씻는다는 뜻이 아니라 얼굴과 손발을 씻는 정도를 말한다. 늦은 봄에는 아직 목욕을 하기에는 날씨가 춥다.
• 沂(기): 산동성 곡부의 남쪽으로 흐르는 강의 이름.

24) 風乎舞雩(풍호무우): 무우에서 바람을 쐬다.
• 舞雩(무우): 산동성 곡부의 기수 가에 있는 제단으로 노나라가 기우제를 지내던 곳.

25) 吾與點也(오여점야): 내가 점의 말에 찬동하다.
• 與(여): 찬동하다, 찬양하다.

26) 唯求則非邦也與(유구즉비방야여): 유독 구(가 이야기한 것)만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아닌가. 구도 유와 마찬가지로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 관하여 이야기했는데 어째서 유독 구가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만은 웃지 않았느냐는 뜻이다.
• 則(즉): 두 가지 또는 여러 가지 사실의 대비관계를 표시하는 접속사.
• 也與(야여): 의문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27) 安見方六七十如五六十而非邦也者(안견방륙칠십여오륙십이비방야자): 어디에서 사방으로 육칠십 리 혹은 오륙십 리이면서 나라가 아닌 것을 보는가.
• 安(안): 어디.
• 而(이): 역접관계를 표시하는 접속사.
• 非(비): 아니다.
• 也(야): 판단 또는 진술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 者(자): 앞 말의 수식을 받아 전체를 명사구로 만들어주는 특수대사. 보통 '~하는 사람' 또는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方六七十如五六十而非邦也(방륙칠십여오륙십이비방야)의 수식을 받아 전체를 명사구로 만들어준다.

28) 赤也爲之小(적야위지소): 적이 그 가운데 작은 보좌관이 되다.
• 赤(적): 公西華(공서화).
• 也(야): 음절을 조정하고 어기를 고르는 어기조사.
• 之(지): 그. 其(기)와 같다.
• 小(소): 小相(소상)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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