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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논어

[논어] 鄕黨(향당)편 - 항상 깨어 있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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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孔子於鄕黨, 恂恂如也, 似不能言者. 其在宗廟朝廷, 便便言, 唯謹爾.
공자어향당, 순순여야, 사불능언자. 기재종묘조정, 변변언, 유근이.

 

공자께서 마을에 계실 때는 공손하고 조심스러우셔서 마치 말을 할 줄 모르는 것 같았고, 그가 종묘와 조정에 계실 때는 분명하고 유창하게 말을 잘하셨지만 다만 신중하게 했을 따름이다.

 

1) 孔子於鄕黨(공자어향당): 공자가 마을에 있다.
• 於(어): '처하다, 존재하다'라는 뜻의 동사.

• 鄕黨(향당): 원래 12,500호가 鄕(향), 500호가 黨(당)이지만 여기서는 합쳐서 마을이라는 뜻이다.

2) 恂恂如也(순순여야): 공손하고 조심스럽다.
• 恂恂(순순): 공손하고 두려워하는 모양.
• 如(여): 형용사 접미사.
• 也(야): 판단 또는 진술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3) 似不能言者(사불능언자): 말을 할 줄 모르는 것 같다.
• 者(자): 추측이나 불확실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4) 便便言(변변언): 분명하고 유창하게 말하다.
• 便便: 말이 분명하고 막힘이 없는 모양.

5) 唯謹爾(유근이): 다만 삼갔을 따름이다.
• 爾(이): 단정적인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而已(이이)와 같다.


2

朝, 與下大夫言, 侃侃如也; 與上大夫言, 誾誾如也. 君在, 踧踖如也, 與與如也.
조, 여하대부언, 간간여야; 여상대부언, 은은여야. 군재, 축적여야, 여여여야.

 

조회에 나아가 하대부와 이야기할 때는 희희낙락하며 마음 편하게 이야기하셨고, 상대부와 이야기할 때는 공손하면서도 정직하셨으며, 임금이 계실 때는 조심스럽고 점잖으셨다.

 

1) 與下大夫言, 侃侃如也(여하대부언, 간간여야): 하대부와 이야기할 때는 유쾌하다. 공자는 노나라에서 하대부가 담당하는 사구(司寇)라는 벼슬을 지낸 적이 있으므로 자신과 같은 신분인 하대부와는 거리감 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말이다.
• 侃侃(간간): 즐겁고 유쾌한 모양.
• 如(여): 형용사 접미사.

2) 誾誾(은은): 공손하면서도 정직한 모양.

3) 踧踖(축적): 조심스러운 모양.

4) 與與(여여): 위의가 있는 모양.


3
君召使擯, 色勃如也, 足躩如也. 揖所與立, 左右手, 衣前後, 襜如也, 趨進, 翼如也. 賓退, 必復命曰: "賓不顧矣."
군소사빈, 색발여야, 족곽여야. 읍소여립, 좌우수, 의전후, 첨여야, 추진, 익여야. 빈퇴, 필복명왈: "빈불고의."

임금이 불러서 귀빈을 영접하게 하면 공자는 얼른 정색을 하시고 발걸음이 빨라지셨다. 함께 서 있는 사람에게 읍을 할 때는 왼쪽에 서 있는 사람에게는 손을 왼쪽으로 돌려서 읍하고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에게는 손을 오른쪽으로 돌려서 읍하는데 옷자락이 앞뒤로 흔들리는 것이 흐트러지지 않고 반듯했다. 또 종종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실 때에도 새가 두 날개를 편 것과 같이 태도가 단정하셨다. 귀빈이 물러가면 반드시 "귀빈이 돌아보지 않고 잘 가셨습니다"라고 결과를 보고하셨다.

 

1) 君召使擯(군소사빈): 임금이 (그를) 불러서 (그로 하여금 손님을) 영접하게 하다.
• 擯(빈): 손님을 대접하다. 儐(빈)과 같다.

2) 勃如(발여): 갑자기 안색이 바뀌는 모양.

3) 躩如(곽여): 발걸음이 빠른 모양.

4) 左右手(좌우수): 손을 좌우로 옮기다. 왼쪽을 향하여 읍하고 또 오른쪽을 향하여 읍하다.

5) 襜如(첨여): 옷자락이 가지런한 모양.

6) 翼如(익여): 새가 날개를 편 것처럼 균형이 잡힌 모양.


4
入公門, 鞠躬如也, 如不容. 立不中門, 行不履閾. 過位, 色勃如也, 足躩如也, 其言似不足者. 攝齊升堂, 鞠躬如也, 屛氣似不息者. 出, 降一等, 逞顔色, 怡怡如也; 沒階, 趨進, 翼如也; 復其位, 踧踖如也.
입공문, 국궁여야, 여불용. 립부중문, 행불리역. 과위, 색발여야, 족곽여야, 기언사부족자. 섭자승당, 국궁여야, 병기사불식자. 출, 강일등, 령안색, 이이여야; 몰계, 추진, 익여야; 복기위, 축적여야.

제후의 대궐 문을 들어가실 때는 구부정하게 몸을 구부리시는 것이 마치 문이 낮아 들어갈 수 없어서 그러시는 것 같았다. 멈추어 서실 때는 문 가운데 서지 않으시고 다니실 때는 문지방을 밟지 않으셨다. 임금의 자리를 지나가실 때는 표정은 갑자기 정색을 하시고 발걸음은 빨라지셨으며 그의 말은 마치 기력이 부족하신 것 같았다. 옷자락을 걷어쥐고 대청에 오르실 때는 몸을 구부정하게 굽히시고 숨을 죽여 마치 숨쉬지 않는 것 같았다. 나가실 때는 층계를 한 계단 내려가서야 얼굴에 긴장한 표정을 풀고 즐거운 자태를 지으셨고, 층계를 다 내려가서 종종걸음으로 나아가실 때는 새가 두 날개를 펼친 듯 태도가 단정하셨으며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가셔서는 조심스럽고 공손하셨다.

1) 鞠躬如也(국궁여야): 구부정하다.
• 鞠躬(국궁): 존경의 표시로 몸을 약간 굽히다.
• 如(여): 형용사 접미사.
• 也(야): 판단 또는 진술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2) 立不中門(립부중문): 멈추어 섬에 있어서 문에 맞추지 않다.
• 中(중): '적중하다, 맞히다, 맞추다, 일치시키다'라는 뜻의 동사.

3) 過位(과위): (임금의) 자리를 지나다.
• 位(위): 임금이 앉도록 정해져 있는 자리를 가리키며 현재 임금이 앉아 있다는 뜻은 아니다.

4) 其言似不足者(기언사부족자): 그의 말이 부족한 것 같다.
• 者(자): 추측이나 불확실의 어기를 표시하는 어기조사.

5) 攝齊升堂(섭자승당): 옷자락을 걷고 대청에 오르다.
• 齊(옷자락자): 옷자락.

6) 逞顔色(령안색): 안색을 부드럽게 하다.

7) 怡怡(이이): 즐거워하는 모양.


5

執圭, 鞠躬如也, 如不勝. 上如揖, 下如授. 勃如戰色, 足蹜蹜如有循. 享禮, 有容色. 私覿, 愉愉如也.
집규, 국궁여야, 여불승. 상여읍, 하여수. 발여전색, 족축축여유순. 향례, 유용색. 사적, 유유여야.

 

옥으로 만든 홀을 잡으실 때는 몸이 구부정하여 마치 무거워서 감당하지 못하시는 것 같았다. 방문국 제후에게 홀을 드리기 위하여 그것을 위로 드시는 것은 마치 읍을 하시는 것 같았고 아래로 내리시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물건을 건네주시는 것 같았으며, 안색은 갑자기 바뀌어 두려움에 떠는 표정이 되고 발은 종종걸음을 치는 것이 마치 무언가를 따라가시는 것 같았다. 예물 봉정식에서는 점잖은 용모와 안색을 하시고 개인적인 접견에서는 희희낙락하셨다.


1) 圭(규): 옥으로 만든 홀(笏). 위는 삼각형에 가까운 반타원형이고 아래는 모가 난 길쭉한 옥기(玉器)로 제후가 천자를 만나거나 제후끼리 회동할 때 또는 사신이 다른 나라의 제후를 만날 때 손에 들던 패.

2) 足蹜蹜如有循(족축축여유순): 발이 종종걸음치는 것이 마치 좇아가는 것이 있는 것 같다.
• 蹜蹜(축축): 종종걸음을 치는 모양.

3) 勃如戰色(발여전색): 갑자기 안색이 바뀌어 전율하는 표정이 되다.

4) 享禮(향례): 사신이 방문국 제후에게 예물을 바치는 의례.

5) 有容色(유용색): (점잖고 체모 있는) 용모와 안색을 지니다.

6) 愉愉(유유): 기뻐하는 모양.


6

君子不以紺緅飾, 紅紫不以爲褻服. 當暑袗絺綌, 必表而出之. 緇衣, 羔裘; 素衣, 麑裘; 黃衣, 狐裘. 褻裘長, 短右袂. 必有寢衣, 長一身有半. 狐貉之厚以居. 去喪, 無所不佩. 非帷裳, 必殺之. 羔裘玄冠不以吊. 吉月, 必朝服而朝.
군자불이감추식, 홍자불이위설복. 당서진치격, 필표이출지. 치의, 고구; 소의, 예구; 황의, 호구. 설구장, 단우몌. 필유침의, 장일신유반. 호학지후이거. 거상, 무소불패. 비유상, 필쇄지. 고구현관불이조. 길월, 필조복이조.

군자께서는 감색과 보라색으로 옷의 가장자리 선을 만들지 않고, 붉은색과 자주색으로 평상복을 만들지 않으셨다. 여름이 되면 칡베로 만든 홑옷을 입으시되, 외출할 때는 반드시 겉옷을 입고 나가셨다. 검은 옷에는 검은 염소 가죽으로 만든 모피 옷을 입으시고, 흰 옷에는 흰 사슴 가죽으로 만든 모피 옷을 입으시고, 누런 옷에는 누런 여우 가죽으로 만든 모피 옷을 입으셨다. 집에서 입는 평상복은 조금 길게 하되 일할 때 편리하도록 오른쪽 소매를 짧게 하셨다. 반드시 잠옷을 갖추어놓고 계셨는데 그 길이는 한 길 반이었다.

여우와 오소리의 두꺼운 가죽은 방석으로 만들어 깔고 앉으셨다. 상을 벗으면 몸에 차지 않는 패물이 없으셨다. 조회에 나가거나 제사를 지낼 때 입는 예복은 예법대로 온폭 천을 썼지만, 예복이 아닌 옷은 반드시 남은 천을 잘라내셨다. 염소 가죽으로 만든 검정색 모피 옷을 입거나 검은 갓을 쓰고는 조문을 가지 않으셨다. 매월 초하룻날에는 반드시 조복을 입고 임금님을 뵈었다.

1) 君子不以紺緅飾(군자불이감추식): 군자가 감색과 보라색으로 옷의 가장자리 선을 만들지 않다.
• 君子(군자): 공자를 가리킨다. 紺(감)은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목욕 재계한 뒤에 입는 옷의 색깔이고 緅(추)는 상복의 가장자리 선으로 쓰는 색깔이기 때문에 피한 것이다.

2) 紅紫不以爲褻服(홍자불이위설복): 붉은색과 자주색은 (그것으로) 평상복을 만들지 않다. 以(이) 다음에 紅紫(홍자)를 가리키는 인칭대사가 생략되어 있다. 紅(홍)과 紫(자)는 여자들의 옷에 즐겨 쓰는 색깔이기 때문에 피한 것이다.

3) 當暑袗絺綌(당서진치격): 여름을 만나면 칡베로 만든 홑옷을 입다.
• 當(당): 만나다, 부닥치다.
• 袗(진): 홑옷. 여기서는 '홑으로 입다'라는 뜻의 동사로 전용되었다.
• 絺(치): 올이 고운 칡베(로 만든 옷).
• 綌(격): 올이 굵은 칡베(로 만든 옷).

4) 表而出之(표이출지): 겉옷을 입고 외출하다. 칡베로 만든 옷은 시원하기 때문에 집에서 입기는 편리하지만 외출복으로는 적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여 그 위에 다른 겉옷을 덮어 입은 것이다.
• 表(표): 겉옷을 입다.
• 之(지): 일반적인 사실·사물·사람을 가리키는 인칭대사.

5) 緇衣羔裘(치의고구): 검은 옷에는 (검정색인) 염소 가죽으로 만든 모피 외투를 입다.
• 裘(구): 갖옷. 짐승의 모피로 만든 옷.

6) 褻裘長(설구장): 평상시에 입는 모피 옷이 비교적 길다. 이는 보온 효과를 높이기 위함이다.

7) 短右袂(단우몌): 오른쪽 소매를 짧게 하다. 이는 일을 할 때 편리하게 하기 위함이다.
• 短(단): 형용사가 사역동사로 전용된 것.

8) 長一身有半(장일신유반): 길이가 한 길 반이다. 역시 보온 효과를 높이기 위함이다.
• 有(유): '~와, 그리고, 또'라는 뜻의 접속사. 又(우)와 같다.

9) 狐貉之厚以居(호학지후이거): 여우와 오소리의 두꺼운 가죽은 (그것을) 깔고 앉다. 以(이) 다음에 狐貉之厚(호학지후)를 가리키는 인칭대사가 생략되어 있다.
• 居(거): 앉다.

 

10) 帷裳(유상): 조회에 나가거나 제사를 지낼 때 입는 예복.

11) 必殺之(필쇄지): 반드시 그것을 잘라내다.
• 殺(덜쇄): 덜다, 잘라내다.

12) 羔裘玄冠不以吊(고구현관불이조): (검정색인) 염소 모피 옷과 검은 갓으로 조문을 하지 않다. 以(이) 다음에 羔裘玄冠(고구현관)을 가리키는 인칭대사가 생략되어 있다.

13) 吉月(길월): 매월 초하루. '정월 초하루'라는 설도 있다.


7

齊, 必有明衣, 布. 齊必變食, 居必遷坐.
재, 필유명의, 포. 재필변식, 거필천좌.

 

재계를 할 때는 반드시 깨끗한 새 옷이 준비되어 있어서 그것으로 갈아입으셨으니 그것은 칡베로 만든 것이었다. 재계를 할 때는 반드시 음식을 바꾸셨고 반드시 거처하는 자리를 옮기셨다.

 

1) 齊, 必有明衣(재, 필유명의): 재계함에 있어서 반드시 (갈아입을) 새 옷이 있다.
• 齊(재계할재): 齋(재)와 같다.
• 明衣(명의): 목욕을 하고 나서 입는 깨끗한 새 옷.

2) 布(포): 칡베 또는 삼베. 당시는 아직 무명은 없었다.

3) 齊必變食(재필변식): 재계함에 있어서 반드시 음식을 바꾸다. 술·마늘·파·생강 따위의 냄새가 나는 음식을 먹지 않음을 말한다.

4) 居必遷坐(거필천좌): 거처함에 있어서 반드시 자리를 옮기다. 안방에서 사랑방으로 옮겨 여자와 함께 지내지 않음을 말한다.
• 坐(좌): 座(좌)와 같다.


8
食不厭精, 膾不厭細. 食饐而餲·魚餒而肉敗, 不食; 色惡, 不食; 臭惡, 不食; 失飪, 不食; 不時, 不食; 割不正, 不食; 不得其醬, 不食. 肉雖多, 不使勝食氣. 惟酒無量, 不及亂. 沽酒市脯, 不食. 不撤薑食, 不多食.
사불염정, 회불염세. 사의이애·어뇌이육패, 불식; 색악, 불식; 취악, 불식; 실임, 불식; 불시, 불식; 할부정, 불식; 부득기장, 불식. 육수다, 불사승사기. 유주무량, 불급란. 고주시포, 불식. 불철강식, 부다식.

밥은 곱게 찧은 쌀로 지은 것을 싫어하지 않으셨고 회는 잘게 썬 것을 싫어하지 않으셨다. 밥이 쉬어서 냄새가 나고 맛이 변한 것과 어물이 썩은 것과 육류가 썩은 것을 잡수시지 않으셨고, 빛깔이 나쁜 것을 잡수시지 않으셨고, 냄새가 나쁜 것을 잡수시지 않으셨고, 알맞게 익지 않은 것을 잡수시지 않으셨고, 제때가 아니면 잡수시지 않으셨고, 자른 모양이 반듯하지 않으면 잡수시지 않으셨고, 그 음식에 어울리는 장이 없으면 잡수시지 않으셨다. 고기가 비록 많을지라도 고기 기운이 밥 기운을 능가하게 하지는 않으셨다. 다만 술은 정해진 양이 없으되 난잡한 지경에는 이르지 않으셨다. 사온 술과 사온 고기포는 잡수시지 않으셨다. 생강을 곁들여 먹는 것을 그만두지 않으셨으나 많이 잡수시지는 않으셨다.

1) 食不厭精(사불염정): 밥은 잘 찧은 것을 싫어하지 않다.
• 食(밥사): 밥.
• 精(정): 쌀을 곱게 찧다, 정미하다.

2) 食饐而餲(사의이애): 밥이 쉬어서 냄새가 나고 맛이 변한 것.
• 食(밥사): 밥.
• 饐(쉴의): 음식이 쉬어서 냄새가 나다.
• 餲(쉴애): 음식이 쉬어서 맛이 변하다. 饐(의)와 餲(애)는 같은 것으로 정도의 차이가 약간 있을 뿐이다.

3) 魚餒而肉敗(어뇌이육패): 물고기가 썩은 것과 육류가 썩은 것.
• 餒(썩을뇌): 물고기가 썩다.
• 而(이): '~와'라는 뜻의 접속사. 與(여)와 같다.
• 敗(패): 육류가 썩다.

4) 失飪(실임): 익히는 데 있어서 적정선을 놓치다. 덜 익거나 너무 익은 것을 말한다.

5) 不時(불시): 때가 아니다. 과일이나 곡식이 제대로 성숙하지 않아 해로울 가능성이 있음을 말한다. 아침·점심·저녁의 식사 시간이 아닌 경우라고 풀이하기도 하는데 음식의 상태를 이야기하고 있는 앞뒤의 문맥과 어울리지 않는다.
• 不(불): 非(비)와 같다.

6) 不得其醬(부득기장): 그것에 어울리는 장을 얻지 못하다. 예컨대 회를 먹을 때는 겨자를 푼 장이 필요한 것처럼 음식에 따라 각기 그것에 어울리는 장이 있어야 하는 법인데 그것이 없음을 말한다.

7) 不使勝食氣(불사승사기): (고기 기운으로 하여금) 밥기운을 이기도록 하지 않다. 使(사) 다음에 肉(육)을 가리키는 인칭대사가 생략되어 있다.

8) 沽酒市脯, 不食(고주시포, 불식): 사온 술과 사온 고기포는 먹지 않다. 변질되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9) 不撤薑食(불철강식): 생강을 곁들여 먹기를 그만두지 않다.


9

祭於公, 不宿肉. 祭肉不出三日, 出三日, 不食之矣.
제어공, 불숙육. 제육불출삼일, 출삼일, 불식지의.

 

나라의 종묘에서 제사를 지내고 가져온 고기는 그날을 넘기지 않으셨다. 집안의 제사에 쓴 고기는 사흘을 넘기지 않으셨으며 사흘이 지나면 잡수시지 않으셨다.


1) 祭於公, 不宿肉(제어공, 불숙육): 나라의 종묘에서 제사를 지내고 (그 고기를 가지고 오면) 고기를 하룻밤 재우지 않다. 천자나 제후의 제사는 당일 아침에 희생을 잡아서 제사를 지내고 그 다음날 다시 역제(繹祭)를 지내야 제례 절차가 끝나는데 이때 제사에 사용한 고기를 참석자들에게 나누어준다. 그러므로 고기가 이미 이틀이 지난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 둘 수가 없다.


10
食不語, 寢不言.
식불어, 침불언.

 

식사를 하실 때도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고 잠자리에 드셔서도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1) 寢不言(침불언): 누워잘 때 말하지 않다. 원래 語(어)는 남의 질문에 대답하거나 담론하는 것이고 言(언)은 스스로 말하는 것으로 성질이 서로 다르지만 여기서는 굳이 양자를 구분하여 한 말이라기보다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하여 표현을 달리했을 뿐 궁극적으로 뜻하는 바는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11

雖疏食菜羹, 瓜祭, 必齊如也.
수소사채갱, 과제, 필제여야.

 

비록 거친 밥과 나물국일지라도 감사의 제사를 드리셨으며 그 자태가 반드시 엄숙하고 경건하셨다.


1) 雖疏食菜羹, 瓜祭(수소사채갱, 과제): 비록 거친 밥과 나물국이라고 할지라도 간단하게 제사를 지내다. 옛날 중국 사람들은 식사를 하기 전에 항상 먼저 각종 음식을 조금씩 덜어서 식탁의 한곳에 모아놓고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해준 조상에게 간단하게 감사의 제사를 드렸다.
• 疏食(소사: 밥사): 거친 밥, 질이 좋지 않은 밥.
• 瓜祭(과제): 옛날 사람들이 첫물의 오이를 먹기 전에 먼저 그것을 먹을 수 있게 해준 조상에게 드리는 감사의 제사. 일종의 고수레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는 그처럼 간단하게 감사의 제사를 드린다는 뜻의 동사로 쓰였다.

2) 齊如(제여): 엄숙하고 경건하다.
• 如(여): 형용사 접미사.


12

席不正, 不坐.
석부정, 부좌.


자리가 반듯하지 않으면 앉지 않으셨다. (사소한 일일지라도 바르지 않은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공자의 엄정한 태도를 엿보게 하는 말이다.)


13

鄕人飮酒, 杖者出, 斯出矣.
향인음주, 장자출, 사출의.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술을 마실 때는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먼저 나가면 그제야 나가셨다.

1) 鄕人飮酒(향인음주): 마을 사람들이 함께 술을 마시다. 즉 향음주례(鄕飮酒禮)를 거행하다. 향음주례란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술을 마시는 의례로 여러 가지 경우가 있는데 여기서는 마을 즉 당(黨)의 수령인 당정(黨正)이 주관하여 매년 섣달의 납일(臘日)에 모든 신에게 지내는 제사인 납제(臘祭) 때의 향음주례를 가리킨다.

2) 杖者出, 斯出矣(장자출, 사출의): 지팡이 짚은 사람이 나가면 (그제야 비로소) 나가다.
• 斯(사): ~하면. 조건에 따른 결과를 표시하는 접속사. 원래 '이렇게 되면'이라는 뜻으로 문맥에 따라 '~하면 곧' 또는 '~하면 그제야'라는 어감 즉, 현대 중국어의 這就(저취) 또는 這才(저재)의 어감을 갖는다. 여기서는 후자에 속한다.


14

鄕人儺, 朝服而立於阼階.
향인나, 조복이립어조계.

 

마을 사람들이 나례를 거행할 때는 조복을 입고 동쪽 층계에 서 계셨다. (공자가 귀신에 대하여 경건한 태도를 취했음을 말한다.)


1) 鄕人儺(향인나): 마을 사람들이 나례(儺禮)를 거행하다. 나례란 전염병을 퍼뜨리는 역귀(疫鬼)를 쫓아내기 위하여 연말에 거행하던 행사로 방상시(方相氏)의 가면을 쓰고 무서운 동작을 하여 역귀를 쫓아내는 시늉을 했다. 오늘날도 중국의 남방에는 이것이 발전한 나희(儺戱)라는 연극이 성행하고 있다.


15
問人於他邦, 再拜而送之.
문인어타방, 재배이송지.

 

사람을 보내어 다른 나라로 가서 사람을 문안하게 할 때는 두 번 절하고 나서 보냈다. (문안 받는 상대방을 경애했기 때문이다.)


1) 問人於他邦(문인어타방): 다른 나라로 다른 사람을 문안하다.


16

康子饋藥, 拜而受之, 曰: "丘未達, 不敢嘗."
강자궤약, 배이수지, 왈: "구미달, 불감상."

 

계강자가 약을 보내오자 절을 하고 받고 나서 말씀하셨다. "내가 알지 못하니 감히 먹을 수가 없구나." (공자의 신중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말이다.)

1) 康子饋藥(강자궤약): 계강자가 약을 보내오다.
• 康子(강자): 노(魯)나라의 대부 계강자(季康子). (「위정편 20」 참조.)

2) 不敢嘗(불감상): 감히 먹지 못하다.
• 嘗(상): 먹다.


17

廐焚, 子退朝, 曰: "傷人乎?" 不問馬.
구분, 자퇴조, 왈: "상인호?" 불문마.

 

마구간이 불탔는데 공자께서 퇴조하여 "사람이 다쳤느냐?" 하고 물으시고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으셨다. (사람의 생명을 중시했다는 말이다.)


1) 傷人乎(상인호): (불이) 사람을 다치게 했는가?


18
君賜食, 必正席先嘗之; 君賜腥, 必熟而薦之; 君賜生, 必畜之. 侍食於君, 君祭, 先飯.
군사식, 필정석선상지; 군사성, 필숙이천지; 군사생, 필휵지. 시식어군, 군제, 선반.

 

임금이 음식을 하사하시면 반드시 좌석을 똑바로 하여 먼저 맛을 보셨고, 임금이 날고기를 하사하시면 반드시 익혀서 먼저 조상의 영전에 제물로 바쳤으며, 임금이 산 짐승을 하사하시면 반드시 기르셨다. 임금 곁에서 모시고 식사를 할 때 임금이 감사의 제사를 드리는 동안 먼저 시식을 하셨다.

1) 君祭, 先飯(군제, 선반): 임금이 감사의 제사를 드리면 (그 동안에) 먼저 먹다.
• 飯(반): 먹다. 여기서는 임금을 위하여 조금씩 시식(試食)하는 것을 말한다.


19
疾, 君視之, 東首, 加朝服, 拖紳.
질, 군시지, 동수, 가조복, 타신.

 

병환이 심하시어 임금이 와서 보시면 머리를 동쪽으로 두고 조복을 덮은 뒤 띠를 발 밑으로 늘어뜨려놓으셨다.

1) 東首, 加朝服, 拖紳(동수, 가조복, 타신): 머리를 동쪽으로 하고 조복을 덮고 띠를 끌 듯이 아래로 처지게 늘여놓다. 마치 신하가 조정에 들어가 임금을 뵙는 듯이 했다는 말이다.
• 紳(신): 벼슬아치가 조복 위에 매는 기다란 띠. 매고 남는 부분은 늘어뜨려서 끌게 되어 있었다.


20
君命召, 不俟駕行矣.
군명소, 불사가행의.

임금이 명령을 내려 소환하시면 수레에 말을 매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가셨다. (지체 없이 임금의 부름에 응하는 것이 신하의 도리이다.)



21

入太廟, 每事問.
입태묘, 매사문.

태묘에 들어가면 매사를 꼬치꼬치 물으셨다.


22

朋友死, 無所歸, 曰: "於我殯."
붕우사, 무소귀, 왈: "어아빈."

 

친구가 죽었는데 의탁할 곳이 없자 "내 집에 안치해라"라고 하셨다.


1) 無所歸(무소귀): 의탁할 곳이 없다.
• 歸(귀): 귀의하다, 의탁하다.

 

2) 於我殯(어아빈): 내가 있는 곳에 초빈하다.
• 殯(빈): 시체를 입관한 후 매장할 때까지 임시로 안치하다.


23
朋友之饋, 雖車馬, 非祭肉, 不拜.
붕우지궤, 수거마, 비제육, 불배.

친구가 보내온 선물은 비록 수레나 말일지라도 제사에 사용한 고기가 아니면 절을 하지 않으셨다. (주희의 『논어집주』에 의하면 친구 사이에는 재물을 함께하는 의리가 있기 때문에 거마처럼 큰 선물일지라도 부담 없이 받을 수가 있는데 다만 제수로 사용한 고기에게 절을 하는 것은 그의 조상을 공경하기 때문이다.)


24

寢不尸, 居不容.
침불시, 거불용.

 

주무실 때는 시체처럼 반듯하게 눕지 않으셨고, 댁에 계실 때는 근엄한 표정을 짓지 않으셨다.

1) 寢不尸(침불시): 잘 때 (몸을) 시체처럼 (반듯하게) 펴지 않다.
• 尸(시): '시체처럼 펴다'라는 뜻의 동사.

2) 居不容(거불용): 집에 있을 때 모양을 내지 않다. 공자가 모양을 낸다는 것은 곧 근엄한 표정을 짓는 것을 말한다.
• 容(용): '꾸미다, 모양내다'라는 뜻의 동사.


25

見齊衰者, 雖狎, 必變. 見冕者與瞽者, 雖褻, 必以貌. 凶服者式之, 式負版者. 有盛饌, 必變色而作. 迅雷風烈, 必變.
견자최자, 수압, 필변. 견면자여고자, 수설, 필이모. 흉복자식지, 식부판자. 유성찬, 필변색이작. 신뢰풍렬, 필변.

 

상복 입은 사람을 만나면 비록 친한 사이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변색하셨고, 예모를 쓴 관리와 눈먼 사람을 만나면 비록 허물없는 사이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예의 있는 용모를 갖추셨다. 수레를 타고 가다가도 상복 입은 사람에게는 수레의 손잡이를 잡은 채로 몸을 굽혀 절하셨고, 국가의 도적(圖籍)을 지고 가는 사람에게도 몸을 굽혀 절하셨다. 성찬이 나오면 반드시 변색하며 일어서셨다. 무서운 천둥이 치고 바람이 세차게 불면 반드시 변색하셨다.


1) 齊衰者(자최자): 상복 입은 사람.
• 齊(상복자)衰(상복최): 상복.

2) 必以貌(필이모): 반드시 (예의에 맞는) 용모를 갖추다.
• 以(이): 가지다, 지니다. 以(이)는 보통 수단이나 방법을 표시하는 전치사로 쓰이지만 여기서는 貌(모) 뒤에 와야 할 동사가 생략됨으로써 동사적 용법으로 쓰인 것이다.


3) 凶服者式之(흉복자식지): 상복을 입은 사람에게 수레의 앞턱가로나무를 잡고 윗몸을 굽혀 절을 하다.
• 式(식): 軾(식)과 같다.
• 之(지): 凶服者(흉복자)를 가리키는 인칭대사.

4) 式負版者(식부판자): 국가의 도적(圖籍)을 짊어진 사람에게 절하다.
• 式(식): 軾(식)과 같다.

5) 迅雷風烈(신뢰풍렬): 빠른 천둥이 치고 바람이 세차다.


26
升車, 必正立, 執綏. 車中不內顧, 不疾言, 不親指.
승거, 필정립, 집수. 거중불내고, 부질언, 불친지.

 

수레에 오르실 때는 반드시 똑바로 서서 손잡이를 잡으셨다. 수레 안에서는 안으로 돌아보지 않으셨고, 빠르게 말하지 않았으며, 직접 손가락질을 하지 않으셨다.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거나 예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1) 執綏(집수): 손잡이를 잡다.
• 綏(수): 수레에 오를 때 잡아당기는 손잡이. 탈 사람이 수레 앞에 서면 마부가 손잡이를 내어주어 그것을 잡고 타게 했다.


27
色斯擧矣, 翔而後集. 曰: "山梁雌雉, 時哉時哉!" 子路共之, 三嗅而作.
색사거의, 상이후집. 왈: "산량자치, 시재시재!" 자로공지, 삼후이작.

꿩들은 자로가 수상한 표정을 지으면 곧 날아올라 하늘에서 빙빙 돈 뒤에 다시 내려와 앉았다. 이것을 보고 공자께서 "산속 다리목의 까투리들은 때를 잘 타는구나 때를 잘 타!"라고 하시자 자로가 꿩을 잡아가지고 구워서 바쳤더니, 세 번 냄새를 맡고는 일어나 가버리셨다. (『易經(역경)·繫辭傳(계사전)』에 "군자는 낌새를 보면 곧 착수하지 하루종일 기다리지 않는다"[君子見幾而作(군자견기이작), 不俟終日(불사종일)]라고 했거니와 꿩이 사람의 표정만 변해도 금방 날아가버리는 것을 본 공자가 꿩의 이러한 품성에 감탄한 것인데 자로가 공자의 뜻을 오해하여 그가 꿩을 먹고 싶어하는 줄 알고 꿩을 잡아 바쳤다. 공자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자로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서 이렇게 한 것이다.)

1) 色斯擧矣(색사거의): (자로가 꿩을 잡을 것 같은 수상한) 안색을 하면 곧 날아오르다.
• 斯(사): 조건에 따른 결과를 표시하는 접속사.

 

2) 翔而後集(상이후집): 날개를 펴고 빙빙 돈 뒤에 내려앉다.
• 而後(이후): 이후. 以後(이후)와 같다.

• 集(집): 여러 마리의 새가 나뭇가지에 내려앉다.

3) 子路共之(자로공지): 자로가 그것을 (활로 잡아가지고 구워서) 바치다.
• 共(공): 供(공)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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