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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 - 전집 001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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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에 대하여

 

중국 명(明)나라 말 홍응명(洪應明 自誠)이 지은 책. 책의 이름은 송(宋)나라 왕신민(汪信民)의 소학(小學) 가운데 <사람이 항상 채근(菜根)을 씹을 수 있다면 백사(百事)를 이룰 수 있다> 에서 따온 것이다. 명나라 말 유교적인 교양을 기초로 도교· 불교를 조화시킨 재치 있는 문장으로 구성된 책들이 유행하였는데 이 책도 그 가운데 하나로 전집 222조, 후집 135조, 총 357조의 청담(淸談)으로 이루어졌다. 전집은 주로 사람끼리 교감하는 도(道)를 논하면서 처세훈(處世訓)과 같은 도덕적 훈계의 말을, 후집은 자연의 정취와 산속에 은거하는 즐거움을 논하면서 인생의 철리(哲理)와 우주의 이치에 대한 것을 기록하였다. 대부분이 단문이지만 사람의 도리에 대해서 참으로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전집과 후집으로 나뉘어 있기도 하나, 일반적으로 섭세 편, 도심 편, 자연 편 그리고 수성 편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 인생의 철리와 우주의 이치는 유교· 불교· 도교를 통한 진리로 이것을 어록 형식에 따라 대구(對句)를 사용, 문학적으로 표현하여 구약성서의 지혜서나 선시(禪詩)를 읽는 듯한 깔끔한 깨달음을 후세사람들에게까지 준다.

 


영원한 처량함 보다 일시 적막하라

 

【前集(전집) 001】

 

棲守道德者, 寂寞一時. 依阿權勢者, 凄凉萬古.

서수도덕자, 적막일시. 의아권세자, 처량만고.

達人觀物外之物, 思身後之身,

달인관물외지물, 사신후지신,

寧受一時之寂寞, 毋取萬古之凄凉.

영수일시지적막, 무취만고지처량.

 

도리를 지키면서 사는 사람은 한 때 적막하지만

권세에 의지하여 아첨하는 이는 영원토록 처량하다

깨달은 사람은

사물의 밖에 있는 사물을 보며

자신의 뒤에 있는 자기를 생각한다

차라리 한 때의 적막함을 겪을지라도

영원히 처량함을 당하지 말라.


경험이 적을수록 깨끗하다

 

【前集 002】

 

涉世淺, 點染亦淺. 歷事深, 機械亦深.

섭세천, 점염역천. 역사심, 기계역심.

故君子 與其達練, 不若朴魯. 與其曲謹, 不若疎狂.

고군자 여기달련, 불약박로. 여기곡근, 불약소광.

 

세상일에 경험이 깊지 않을수록

그만큼 때 묻지 않을 것이고,

세상일에 경험이 깊을수록

남을 속이는 재주 또한 깊어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능란하기보다는 차라리 소박한 것이 낫고

치밀하기보다는 오히려 소탈한 편이 낫다.


마음은 보이되 재주는 감춰라

 

【前集 003】

 

君子之心事, 天靑日白, 不可使人不知.

군자지심사, 천청일백, 불가사인부지.

君子之才華, 玉韞珠藏, 不可使人易知.

군자지재화, 옥온주장, 불가사인이지.

 

참된 사람은

마음을

하늘처럼 푸르고 태양처럼 밝게 하여

모든 사람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재주와 지혜는

옥돌이 바위 속에 박혀 있고,

진주가 바다 깊이 잠겨 있는 것처럼

남들이 쉽게 알지 못하게 하라.


물들지 않는 자가 가장 깨끗하다

 

【前集 004】

 

勢利紛華, 不近者爲潔. 近之而不染者爲尤潔.

세리분화, 불근자위결. 근지이불염자위우결.

智械機巧, 不知者爲高. 知之而不用者爲尤高.

지계기교, 부지자위고. 지지이불용자위우고.

 

권력과 명예, 이익과 사치를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은 깨끗하다.

그것을 가까이하더라도

물들지 않는 사람은 더욱 깨끗하다.

권모술수를 모르는 사람은

마음이 높은 사람이다.

그것을 알더라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더욱 마음이 높은 사람이다.


거슬리는 모든 것은 나를 닦는 숫돌이다

 

【前集 005】

 

耳中常聞逆耳之言, 心中常有拂心之事,

이중상문역이지언, 심중상유불심지사,

總是進德修行的砥石. 

총시진덕수행적지석. 

若言言悅耳, 事事快心, 便把此生, 埋在鴆毒中矣.

약언언열이, 사사쾌심, 편파차생, 매재짐독중의.

 

귀로는 항상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듣고,

마음속에는 항상 마음에 거슬리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곧

덕을 발전시키고 행실을 갈고닦는 숫돌과 같다.

만약 말마다 귀를 기쁘게 해 주고,

일마다 마음을 즐겁게 해 준다면

그것은 곧 인생을

무서운 독극물 속에 파묻는 것과 같다.


즐거운 기분으로 살아야 한다

 

【前集 006】

 

疾風怒雨, 禽鳥戚戚. 霽日光風, 草木欣欣.

질풍노우, 금조척척. 제일광풍, 초목흔흔.

可見天地不可一日無和氣, 人心不可一日無喜神.

가견천지불가일일무화기, 인심불가일일무희신.

 

세찬 바람과 성난 빗줄기에는

새들도 근심하고,

개인 날씨와 맑은 바람에는

초목도 싱그러우니.

천지에는 하루도

화기가 없어서는 안 되고.

사람의 마음에는 하루도

즐거워하는 기분이 없어서는 안 된다.


담백한 것이 참다운 맛이다

 

【前集 007】

 

醴肥辛甘非眞味. 眞味只是淡.

예비신감비진미. 진미지시담.

神奇卓異非至人. 至人只是常.

신기탁이비지인. 지인지시상.

 

진한 술과 기름진 고기, 맵거나 단 것은

참다운 맛이 아니다.

참다운 맛은 오직 담담할 뿐이다.

신기하고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지극한 경지에 이른 사람이 아니다.

지극한 사람은 오직 평범할 뿐이다.


바쁠 때일수록 여유를 가져라

 

【前集 008】

 

天地寂然不動, 而氣機無息少停.

천지적연부동, 이기기무식소정.

日月晝夜奔馳, 而貞明萬古不易.

일월주야분치, 이정명만고불이.

故君子 閒時要有喫緊的心事, 忙處要有悠閒的趣味.

고군자 한시요유끽긴적심사, 망처요유유한적취미.

 

천지는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으나

그 작용은 쉬지 않고,

해와 달은 밤낮으로 분주하게 움직여도

그 밝음은 만고에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람은 한가한 때일수록

다급한 일에 대처하는 마음을 마련하고,

바쁜 때일수록 여유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홀로 고요히 마음을 살피면 진실이 보인다

 

【前集 009】

 

夜深人靜, 獨坐觀心,

야심인정, 독좌관심,

始覺妄窮而眞獨露, 每於此中, 得大機趣.

시각망궁이진독로, 매어차중, 득대기취.

旣覺眞現而妄難逃, 又於此中, 得大慚忸.

기각진현이망난도, 우어차중, 득대참뉴.

 

밤이 깊어

인적 고요한 때에

홀로 제 마음을 살피노라면

거짓은 사라지고

진실만이 나타남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속에서

자유자재한 마음의 움직임을 체득할 것이다.

진실이 나타났음에도

거짓이 사라지지 않음을 깨닫게 되면

이 가운데서 크나큰 부끄러움을 체득하게 될 것이다.


만족스러울 때 머리 돌려 주위를 보라

 

【前集 010】

 

恩裡, 由來生害. 故快意時, 須早回頭.

은리, 유래생해. 고쾌의시, 수조회두.

敗時, 或反成功. 故拂心處, 莫便放手.

패시, 혹반성공. 고불심처, 막변방수.

 

예로부터 재앙은

은혜 속에서 자라나나니,

만족스러운 때에

빨리 머리를 돌려 주위를 보라.

실패한 뒤에 오히려 성공할 수도 있나니,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하여

서둘러 포기하지 말라.


부귀를 탐하면 지조를 잃는다

 

【前集 011】

 

藜口莧腸者, 多氷淸玉潔. 袞衣玉食者, 甘婢膝奴顔.

여구현장자, 다빙청옥결. 곤의옥식자, 감비슬노안.

蓋志以澹泊明, 而節從肥甘喪也.

개지이담박명, 이절종비감상야.

 

명아주를 먹고 비름으로 배를 채우는 사람은

얼음같이 맑고 옥처럼 깨끗함이 많지만,

비단옷 입고 좋은 음식 먹는 사람은

종처럼 비굴하게 아첨함도 마다하지 않는다.

뜻은 담백함으로써 뚜렷해지고

지조란 부귀를 탐하면 잃고 마는 것이다.


마음을 활짝 열어 너그럽게 하라

 

【前集 012】

 

面前的田地, 要放得寬, 使人無不平之歎.

면전적전지, 요방득관, 사인무불평지탄.

身後的惠澤, 要流得久, 使人有不匱之思.

신후적혜택, 요류득구, 사인유불궤지사.

 

살아 있을 때의 마음은

활짝 열어 너그럽게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불평하지 않도록 하라.

죽은 후의 혜택은

오래도록 흐르게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부족한 느낌이 없게 하라.


가장 편안한 처세는 배려하는 것이다

 

【前集 013】

 

徑路窄處, 留一步與人行. 滋味濃的, 減三分讓人嗜.

경로착처, 유일보여인행. 자미농적, 감삼분양인기.

此是涉世一極安樂法. 

차시섭세일극안락법. 

 

작고 좁은 길에서는

한 걸음쯤 멈추어 남을 먼저 가게 하라.

맛있는 음식은

삼등분으로 덜어서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즐기게 하라.

이것이 세상살이의 가장 안락한 방법 중의 하나이다.


마음에 욕심이 없으면 성인이 될 수 있다

 

【前集 014】

 

作人, 無甚高遠事業, 擺脫得俗情, 便入名流.

작인, 무심고원사업, 파탈득속정, 변입명류.

爲學, 無甚增益工夫, 減除得物累, 便超聖境.

위학, 무심증익공부, 감제득물루, 변초성경.

 

사람으로서

뛰어나게 위대한 일은 못 하더라도

세속의 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명사라 일컬을 수 있다.

학문을 연마하되

뛰어나게 공부하지 못하더라도

물욕을 마음에서 덜어 낼 수 있다면

성인의 경지에까지 이르게 된다.


순수한 본마음을 지녀야 한다

 

【前集 015】

 

交友, 須帶三分俠氣. 作人, 要存一點素心.

교우, 수대삼분협기. 작인, 요존일점소심.

 

벗을 사귐에는

반드시

삼분의 의협심을 지녀야 하고,

사람이 되는 길에는

반드시 한 점의 본마음을 지녀야 한다.


받아서 누림에는 분수를 넘지 말라

 

【前集 016】

 

寵利, 毋居人前. 德業, 毋落人後.

총리, 무거인전. 덕업, 무락인후.

受享, 毋踰分外. 修爲, 毋減分中.

수향, 무유분외. 수위, 무감분중.

 

은총과 이익을 받는 데는

남의 앞에 서지 말고

덕행과 사업 위함에는

남의 뒤에 처지지 말라.

받아서 누림에는 분수를 넘지 말고

닦아서 행함에는 분수를 줄이지 말라.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前集 017】

 

處世, 讓一步爲高. 退步, 卽進步的張本.

처세, 양일보위고. 퇴보, 즉진보적장본.

待人, 寬一分是福. 利人, 實利己的根基.

대인, 관일분시복. 이인, 실리기적근기.

 

처세에는

한 발자국 양보하는 것을 높다 하나니

물러서는 것은 곧 나아갈 바탕이 된다.

사람을 대하는 일에는

너그러움이 복이 되나니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자신을 이롭게 하는 바탕이 된다.


큰 공로라도 뽐냄으로써 사라지게 된다

 

【前集 018】

 

蓋世功勞, 當不得一箇矜字.

개세공로, 당부득일개긍자.

彌天罪過, 當不得一箇悔字.

미천죄과, 당부득일개회자.

 

세상을 뒤덮는 공로도

‘뽐낼 긍(矜)’자 하나를 당하지 못하고

하늘에 가득 찬 허물도

‘뉘우칠 회(悔)’자 하나를 당하지 못한다.


명예와 절의는 혼자 차지하지 마라

 

【前集 019】

 

完名美節, 不宜獨任. 分些與人, 可以遠害全身.

완명미절, 불의독임. 분사여인, 가이원해전신.

辱行汚名, 不宜全推. 引些歸己, 可以韞光養德.

욕행오명, 불의전추. 인사귀기, 가이온광양덕.

 

명예로움과 아름다운 절의는

혼자서만 차지하지 말라.

조금이라도 남에게 나눠주어야만

해로움을 멀리하여

몸을 보전할 수가 있다.

욕된 행실과 오명을

절대로 남에게 돌리지 말라.

조금이라도 끌어다 자신의 것으로 해야

자신의 빛을 감추고 덕을 기를 수가 있다.


모든 일에 완벽하기를 바라지 말라

 

【前集 020】

 

事事留個有餘不盡的意思, 

사사유개유여부진적의사, 

便造物不能忌我, 鬼神不能損我.

변조물불능기아, 귀신불능손아.

若業必求滿, 功必求盈者, 不生內變, 必召外憂.

약업필구만, 공필구영자, 불생내변, 필소외우.

 

모든 일에 여분을 남겨 못다 한 뜻을 둔다면

조물주도 시기하지 않으며,

귀신도 해하지 않는다.

모든 일에서 성공을 구하고

공로 또한 완전하길 바란다면

안으로부터 변란이 일어나거나


즐거운 얼굴 부드러운 말씨로 가족을 대하라

 

【前集 021】

 

家庭有個眞佛, 日用有種眞道.

가정유개진불, 일용유종진도.

人能誠心和氣, 愉色婉言, 使父母兄弟間, 形骸兩釋, 意氣交流,

인능성심화기, 유색완언, 사부모형제간, 형해양석, 의기교류,

勝於調息觀心萬倍矣. 

승어조식관심만배의. 

 

가정에도 하나의 참 부처가 있고

일상 속에도 하나의 참다운 도가 있다.

사람이 성실한 마음과 온화한 기운을 지니고

즐거운 얼굴과 부드러운 말씨로

부모 형제를 한 몸 같이 하여

뜻이 통하게 되면

이는 숨을 고르게 하고 내면을 관조하는 것보다

만 배나 나은 것이다.


고요한 가운데에도 힘찬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前集 022】

 

好動者, 雲電風燈. 嗜寂者, 死灰槁木.

호동자, 운전풍등. 기적자, 사회고목.

須定雲止水中, 有鳶飛魚躍氣象, 總是有道的心體.

수정운지수중, 유연비어약기상, 총시유도적심체.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구름 속의 번개나

바람 앞의 흔들리는 등불과 같다.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은

불 꺼진 재나 마른 나뭇가지와 같다.

사람은 멈춘 구름이나 잔잔한 물과 같은 경지에서도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노는 기상이 있어야 하나니

이것이 바로

도를 깨우친 사람의 마음이다.


지나치게 엄하게 꾸짖지 말라

 

【前集 023】

 

攻人之惡, 毋太嚴. 要思其堪受.

공인지악, 무태엄. 요사기감수.

敎人以善, 毋過高. 當使其可從.

교인이선, 무과고. 당사기가종.

 

남의 허물을 꾸짖을 때는

너무 엄하게 꾸짖지 말라.

그가 받아서

감당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사람을 선으로 가르치되

지나치게 고상하게 하지 말라.

그 사람이 듣고서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밝음은 어두움에서 비롯된다

 

【前集 024】

 

糞蟲至穢, 變爲蟬而飮露於秋風. 腐草無光, 化爲螢而輝采於夏月.

분충지예, 변위선이음로어추풍. 부초무광, 화위형이휘채어하월.

固知潔常自汚出, 明每從晦生也.

고지결상자오출, 명매종회생야.

 

굼벵이는 더럽지만

매미로 변하여

가을바람에 맑은 이슬을 마시고,

썩은 풀은 빛이 없지만

반딧불로 변해서 여름밤을 빛낸다.

깨끗함은 항상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음은 항상 어둠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객기를 물리쳐야 정기가 자라난다

 

【前集 025】

 

矜高妄傲, 無非客氣. 降伏得客氣下, 而後正氣伸.

긍고망오, 무비객기. 항복득객기하, 이후정기신.

情欲意識, 盡屬妄心. 消殺得妄心盡, 而後眞心現.

정욕의식, 진속망심. 소살득망심진, 이후진심현.

 

뽐내고 오만한 것 중

객기 아닌 것이 없다.

객기를 물리친 뒤에야

바른 기운이 자라난다

정욕과 분별은 모두가 망령 된 마음이다.

망녕된 마음을 물리친 뒤에야 진심이 나타난다.


사후의 후회를 사전에 생각하

 

【前集 026】

 

飽後思味, 則濃淡之境都消. 色後思婬, 則男女之見盡絶.

포후사미, 즉농담지경도소. 색후사음, 즉남녀지견진절.

故人常以事後之悔悟, 破臨事之癡迷, 則性定而動無不正.

고인상이사후지회오, 파임사지치미, 즉성정이동무부정.

 

배부른 뒤에 음식을 생각하면

맛있고 없음의 구별이 사라지고,

성교 후에 음란한 생각을 하면

남녀의 구분도 없어진다.

그러므로 사람이

일이 지난 후에 뉘우칠 것을 미리 알아

일을 시작하기 전에

어리석음을 깨뜨려 버리면

본성이 바로잡혀

바르지 않은 행동이란 있을 수가 없다.


초월하되 등한히 하여서는 안 된다

 

【前集 027】

 

居軒冕之中, 不可無山林的氣味.

거헌면지중, 불가무산림적기미.

處林泉之下, 須要懷廊廟之經綸.

처임천지하, 수요회낭묘지경륜.

 

높은 지위에 있을 때에도

산림에 묻혀 사는 풍취가

없어서는 안 되고,

산림에 묻혀 있을지라도 반드시

국가에 대한 경륜을 품어야 한다.


과실이 없으면 그것이 성공이다

 

【前集 028】

 

處世不必邀功. 無過便是功.

처세불필요공. 무과변시공.

與人不求感德. 無怨便是德.

여인불구감덕. 무원변시덕.

 

세상을 살아감에

성공만을 바라지 말라.

그르침이 없으면 그것이 성공이다.

남에게 베풀음에

감격해 하기를 바라지 말라.

원망만 없다면 그것이 바로 덕이다.


청백함도 지나치면 이로울 게 없다

 

【前集 029】

 

憂動是美德. 太苦則無以適性怡情.

우동시미덕. 태고즉무이적성이정.

澹泊是高風. 太枯則無以濟人利物.

담박시고풍. 태고즉무이제인리물.

 

염려하고 부지런한 것이 미덕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수고하면

본연의 성정을 즐겁게 할 수가 없다.

청렴하고 결백한 것이

높은 품격이긴 하지만

그 또한 지나치면

사람을 구하고 사물을 이롭게 할 수 없다.


일이 막혀 고달플 땐 첫 마음을 생각하라

 

【前集 030】

 

事窮勢蹙之人, 當原其初心.

사궁세축지인, 당원기초심.

功成行滿之士, 要觀其末路.

공성행만지사, 요관기말로.

 

일이 막혀 궁지에 빠진

고달픈 사람은

마땅히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생각해 보라.

성공하여 만족한 사람은

반드시

그 일의 마지막을 미리 내어다 보아라.


총명함을 자랑하면 어리석은 병이 깊은 것이다

 

【前集 031】

 

富貴家, 宜寬厚而反忌刻. 是富貴而貧賤其行矣, 如何能享?

부귀가, 의관후이반기각. 시부귀이빈천기행의, 여하능향?

聰明人, 宜斂藏而反炫耀. 是聰明而愚懵其病矣, 如何不敗?

총명인, 의렴장이반현요. 시총명이우몽기병의, 여하불패?

 

부귀한 집안은 너그럽고 후덕해야 하건만

오히려 시기하고 각박하다면

그것은 곳

부귀하면서도 행실은 가난하고 천한 것이니

어찌 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총명한 사람은

그 재주를 거두고 감추어야 하건만

오히려 드러내 자랑한다면

총명하면서도 어둡고 어리석음에 병든 것이니

어찌 실패하지 않겠는가.


침묵을 겪어 본 후에 말 많음이 시끄러움을 안다

 

【前集 032】

 

居卑而後知登高之爲危. 處晦而後知向明之太露.

거비이후지등고지위위. 처회이후지향명지태로.

守靜而後知好動之過勞. 養黙而後知多言之爲躁.

수정이후지호동지과로. 양묵이후지다언지위조.

 

낮은 곳에 살아본 뒤에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이

위태로운 줄을 알게 되고

어두운 곳에 있어 보아야

밝은 곳으로 향하는 것이 눈부심을 알 것이며

고요함을 지켜 살아본 뒤에야

움직임을 좋아하는 것이

수고로움을 알게 되고

말없음을 겪어 보아야

말 많음이 시끄러운 것임을 알게 된다.


인의 도덕을 버려야 성인의 경지에 들 수 있다

 

【前集 033】

 

放得功名富貴之心下, 便可脫凡.

방득공명부귀지심하, 변가탈범.

放得道德仁義之心下, 便可入聖.

방득도덕인의지심하, 변가입성.

 

부귀와 공명에 대한 마음을

모두 버려야

범속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인의와 도덕에 대한 마음을

모두 놓아 버려야

비로소 성인의 경지에 들어설 수 있다.


독선적인 생각이 마음을 해친다

 

【前集 034】

 

利欲未盡害心. 意見乃害心之蟊賊.

이욕미진해심. 의견내해심지모적.

聲色未必障道. 聰明乃障道之藩屛.

성색미필장도. 총명내장도지번병.

 

이욕이 사람의 마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독선적인 생각이

곧 마음을 해치는 해충이다.

여색이 반드시

도를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총명함이 오히려 도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어려운 길에서는 한 걸음 물러설 줄 알라

 

【前集 035】

 

人情反復, 世路崎嶇.

인정반복, 세로기구.

  行不去處, 須知退一步之法. 行得去處, 務加讓三分之功.

  행불거처, 수지퇴일보지법. 행득거처, 무가양삼분지공.

 

사람의 마음은 쉼 없이 변하고

세상의 길은 험난하다.

가기 어려운 곳에서는

한 걸음 물러설 줄 알고

쉽게 갈 수 있는 곳에서는

공로를 양보하는 것이 옳다.


엄하게 하기보다 미워하지 않기가 어렵다

 

【前集 036】

 

待小人, 不難於嚴而難於不惡.

대소인, 불난어엄이난어불오.

待君子, 不難於恭而難於有禮.

대군자, 불난어공이난어유례.

 

소인을 대함에 있어

엄하게 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미워하지 않기가 어려우며

군자를 대함에 있어

공손하게 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예를 바르게 하기가 어렵다.


우직함을 지키고 총명함을 버려라

 

【前集 037】

 

寧守渾噩, 而黜聰明, 留些正氣還天地.

영수혼악, 이출총명, 유사정기환천지.

寧謝紛華, 而甘澹泊, 遺個淸名在乾坤.

영사분화, 이감담박, 유개청명재건곤.

 

차라리 우직함을 지켜

총명함을 물리치고

다소의 정기를 남겨 천지에 돌려줘라.

차라리 화려함을 물리치고

담박함을 달게 여겨

깨끗한 이름을 온 세상에 남겨라.


객기가 사라지면 포악함도 사라진다

 

【前集 038】

 

降魔者, 先降自心. 心伏, 則群魔退聽.

항마자, 선항자심. 심복, 즉군마퇴청.

馭橫者, 先馭此氣. 氣平, 則外橫不侵.

어횡자, 선어차기. 기평, 즉외횡불침.

 

마를 굴복 시키려면

먼저 자신의 마음부터 굴복시켜라.

마음이 굴복한다면

모든 마귀는 스스로 물러난다.

포악함을 제어하려면

먼저 자신의 마음속의 객기부터 제어하라.

객기가 평정되면

포악한 마음이 침입할 수가 없다.


제자를 가르침은 처녀를 기름과 같다

 

【前集 039】

 

敎弟子, 如養閨女, 最要嚴出入, 謹交遊.

교제자, 여양규녀, 최요엄출입, 근교류.

若一接近匪人, 是淸淨田中, 下一不淨種子, 便終身難植嘉禾.

약일접근비인, 시청정전중, 하일부정종자, 변종신난식가화.

 

제자를 가르치는 것은

처녀를 기르는 것과 같아서

출입을 엄하게 하고

친구 사귐을 조심해야 한다.

만약 한 번 나쁜 친구와 가까이하게 되면

깨끗한 논밭에

잡초의 씨앗을 심는 것과 같아서

평생토록 좋은 곡식을 심기 어렵다.


욕망을 끊고 도리를 찾아야 한다

 

【前集 040】

 

欲路上事, 毋樂其便而姑爲染指. 一染指, 便深入萬仞.

욕로상사, 무락기편이고위염지. 일염지, 변심입만인.

理路上事, 毋憚其難而稍爲退步. 一退步, 便遠隔千山.

이로상사, 무탄기난이초위퇴보. 일퇴보, 변원격천산.

 

욕망에 관한 일은

쉽게 얻을 수 있다 하여도

손가락에 끝에라도 물들게 하지 마라

한 번이라도 가까이하면

만길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도리에 관한 일은 어렵다 하여

뒤로 물러서지 마라.

한 번 물러서면

천산이 가로막 듯 멀어진다.


즐기고 좋아함은 적당해야 한다

 

【前集 041】

 

念頭濃者, 自待厚, 待人亦厚, 處處皆濃.

염두농자, 자대후, 대인역후, 처처개농.

念頭淡者, 自待薄, 待人亦薄, 事事皆淡.

염두담자, 자대박, 대인역박, 사사개담.

故君子居常嗜好, 不可太濃艶, 亦不可太枯寂.

고군자거상기호, 불가태농염, 역불가태고적.

 

생각이 깊은 사람은

자신뿐 아니라 남에게도 후하여

이르는 곳마다 후하다.

생각이 얕은 사람은

자신에게뿐 아니라 남에게도 박대하여

부딪치는 일마다 척박하다.

사람은 평상시의 기호를

너무 농염하게 해서도 안 되고

또한 너무 고적하게 해서도 안 된다.


사람이 힘을 모으면 하늘을 이긴다

 

【前集 042】

 

彼富我仁, 彼爵我義. 君子固不爲君相所牢籠.

피부아인, 피작아의. 군자고불위군상소뢰롱.

人定勝天, 志一動氣. 君子亦不受造物之陶鑄.

인정승천, 지일동기. 군자역불수조물지도주.

 

그가 부를 내세우면 나는 인을 내세우고

그가 지위를 내세우면

나는 의로움을 내세운다

군자는 본디 지위에 농락되지 않는다.

사람이 힘을 모으면 하늘을 이기고

뜻을 하나로 한결같으면 기질도 바꿀 수 있다.

때문에 군자는 조물주의 틀 속에 갇히지 않는다.


세상을 살아감에는 한 걸음 물러서라

 

【前集 043】

 

立身, 不高一步位, 如塵裡振衣, 泥中濯足, 如何超達?

입신, 불고일보위, 여진리진의, 이중탁족, 여하초달?

處世, 不退一步處, 如飛蛾投燈, 羝羊觸藩, 如何安樂?

처세, 불퇴일보처, 여비아투등, 저양촉번, 여하안락?

 

뜻을 세우려면

남보다 한 걸음 높이 서라.

그렇지 않으면 마치 티끌 속에서 옷을 털고

진흙 속에서 발을 씻는 것과 같으니

어찌 초탈할 수가 있겠는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한 걸음 물러서라.

그렇지 않으면 마치 부나비가 등불에 뛰어들고

숫양이 울타리에 부딪치는 것과 같으리니

어찌 안락함을 바라겠는가.


배우는 사람은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前集 044】

 

學者要收拾精神, 倂歸一路.

학자요수습정신, 병귀일로.

如修德而留意於事功名譽, 必無實詣.

여수덕이유의어사공명예, 필무실예.

讀書而寄興於吟咏風雅, 定不深心.

독서이기흥어음영풍아, 정불심심.

 

배우는 사람은 정신을 가다듬어

뜻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

만일 덕을 닦으면서

뜻을 사업이나 명예에 둔다면

진리의 깊은 경지에 다다를 수 없고,

책을 읽으면서

읊조림이나 놀이에만 머문다면

결코 깊은 마음까지 다다를 수 없다.


욕심과 정에 가려지면 지척이 천리가 된다

 

【前集 045】

 

人人有個大慈悲, 維摩屠劊, 無二心也.

인인유개대자비, 유마도회, 무이심야.

處處有種眞趣味, 金屋茅簷, 非兩地也.

처처유종진취미, 금옥모첨, 비양지야.

只是欲蔽情封, 當面錯過, 使咫尺千里矣.

지시욕폐정봉, 당면착과, 사지척천리의.

 

사람마다 모두 자비심이 있으니

도가 높은 자와 백정이

두 마음이 아니다.

어디에나 참다운 취미가 있으니

대저택과 초가집이

서 있는 땅은 다르지 않다.

다만 욕심에 가려지고 사사로운 정 때문에 그르쳐

눈앞의 잘못이 지척을 천리가 되게 한다.


탐욕에 집착하면 위기를 당하게 된다

 

【前集 046】

 

進德修道, 要個木石的念頭. 若一有欣羨, 便超欲境.

진덕수도, 요개목석적염두. 약일유흔선, 변초욕경.

濟世經邦, 要段雲水的趣味. 若一有貪著, 便墮危機.

제세경방, 요단운수적취미. 약일유탐저, 변타위기.

 

도와 덕을 닦아 나감에는

목석 같이 굳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만일 한번 탐내고

부러워하는 마음이 일어나게 되면

곧장 물욕의 세계로 치닫게 된다.

세상을 구하고 나라를 다스림에는

흐르는 물이나 구름처럼

맑은 취미를 가져야 한다.

만일 한 번 탐욕에 집착하게 되면

금방 위기에 떨어질 것이다.


악한 자는 웃음소리에도 살기가 있다

 

【前集 047】

 

吉人無論作用安詳, 則夢寐神魂, 無非和氣.

길인무론작용안상, 즉몽매신혼, 무비화기.

凶人無論行事狼戾, 則聲音咲語, 渾是殺機.

흉인무론행사낭려, 즉성음소어, 혼시살기.

 

착한 사람은 몸가짐이 편안함은 물론

잠자는 동안이나 영혼까지

온화함으로 가득 차 있다.

악한 사람은 행동이 사나운 것은 물론

목소리와 웃으며 하는 말에서도 살기가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죄 짓지 말아야 한다

 

【前集 048】

 

肝受病, 則目不能視. 腎受病, 則耳不能聽.

간수병, 즉목불능시. 신수병, 즉이불능청.

病受於人所不見, 必發於人所共見.

병수어인소불견, 필발어인소공견.

故君子欲無得罪於昭昭, 先無得罪於冥冥.

고군자욕무득죄어소소, 선무득죄어명명.

 

간이 병들면 눈이 멀게 되고

콩팥이 병들면 귀가 들리지 않는다.

병은 사람이 볼 수 없는 데서 생겨서

반드시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군자는 밝은 곳에서 죄를 짓지 않으려면

먼저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서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마음 쓸 일 많은 것이 가장 큰 재앙이다

 

【前集 049】

 

福莫福於少事, 禍莫禍於多心.

복막복어소사, 화막화어다심.

唯苦事者, 方知少事之爲福. 唯平心者, 始知多心之爲禍.

유고사자, 방지소사지위복. 유평심자, 시지다심지위화.

 

일이 적은 것보다 더한 복이 없고

마음 쓸 일이 많은 것보다 더한 재앙은 없다.

일에 시달려 본 사람만이

일 적음이 참 복인 줄 알고

마음이 화평한 사람만이

마음 쓸 일 많음이 큰 재앙임을 안다.


난세에는 원만히 살아가야 한다

 

【前集 050】

 

處治世宜方. 處亂世宜圓. 處叔季之世, 當方圓並用.

처치세의방. 처난세의원. 처숙계지세, 당방원병용.

待善人宜寬. 待惡人宜嚴. 待庸衆之人, 當寬嚴互存.

대선인의관. 대악인의엄. 대용중지인, 당관엄호존.

 

태평한 세상을 살아감에는

몸가짐을 방정하게 하는 것이 좋고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원만히 살아가야 하며

말세에는 방정함과 원만함을 아울러 가져야 한다.

착한 사람은 너그럽게 대해야 하고

악한 사람은 엄하게 대해야 하며

보통 사람들은 너그럽고도 엄하게 대해야 한다.


은혜는 기억하되 원한은 잊어라

 

【前集 051】

 

我有功於人, 不可念, 而過則不可不念.

아유공어인, 불가념, 이과즉불가불념.

人有恩於我, 不可忘, 而怨則不可不忘.

인유은어아, 불가망, 이원즉불가불망.

 

내가 남에게 베푼 것은

마음에 새겨 두지 말고,

나의 잘못은

마음 깊이 새겨 두어라.

남이 내게 베푼 것은 잊지 말고,

남에게 원한이 있거든 잊어버려라.


베풀되 의식하지 마라

 

【前集 052】

 

施恩者, 內不見己, 外不見人, 則斗粟可當萬鍾之惠.

시은자, 내불견기, 외불견인, 즉두속가당만종지혜.

利物者, 計己之施, 責人之報, 則百鎰難成一文之功.

이물자, 계기지시, 책인지보, 즉백일난성일문지공.

 

은혜를 베푸는 사람이

안으로 자신을 의식하지 않고

밖으로 받을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한 알의 곡식도

만 섬의 은혜가 된다.

남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

자기가 베푼 은혜를 따지고 보상을 바란다면

비록 아무리 많은 돈일지라도

한 푼의 공도 이룰 수가 없다.


서로의 입장을 비교하며 균형을 잡아라

 

【前集 053】

 

人之際遇, 有齊有不齊, 而能使己獨齊乎?

인지제우, 유제유부제, 이능사기독제호?

己之情理, 有順有不順, 而能使人皆順乎?

기지정리, 유순유불순, 이능사인개순호?

以此相觀對治, 亦是一方便法門.

이차상관대치, 역시일방편법문.

 

사람들은 제각기

모든 것을 갖출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거늘

어찌 자기 혼자서만 갖추게 할 수 있겠는가,

또 자기의 마음을 보더라도

순할 때가 있고 순하지 못할 때가 있거늘

어찌 다른 사람을 모두 순하게 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균형을 잡는 일도

세상을 사는 한 방법일 것이다.


책은 깨끗한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前集 054】

 

心地乾淨, 方可讀書學古.

심지건정, 방가독서학고.

不然, 見一善行, 竊以濟私, 聞一善言, 假以覆短.

불연, 견일선행, 절이제사, 문일선언, 가이복단.

是又藉寇兵而齎盜糧矣.

시우자구병이재도량의.

 

깨끗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야

참된 옛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 가지 선행을 보고

이것을 훔쳐 자기의 욕심을 채우게 되고,

한 마디의 좋은 말을 들으면

그것을 빌어

자기의 잘못을 덮는 데 쓴다.

이것이야말로 적에게 무기를 빌려주고

도둑에게 양식을 제공하는 것과 같다.


사치하는 사람은 부유해도 항상 부족하다

 

【前集 055】

 

奢者, 富而不足. 何如儉者, 貧而有餘?

사자, 부이부족. 하여검자, 빈이유여?

能者, 勞而府怨. 何如拙者, 逸而全眞?

능자, 노이부원. 하여졸자, 일이전진?

 

사치하는 사람은

아무리 부유해도 항상 부족하다.

검소한 가난 속의 여유와 어찌 같으랴.

유능한 사람은 애써 일하면서도

원망을 불러들인다.

어찌 무능한 사람의

한가로움 속의 천진함과 같을 수 있으랴.


책을 읽되 깨닫지 못하면 글의 노예일 뿐

 

【前集 056】

 

讀書, 不見聖賢, 爲鉛槧傭. 居官, 不愛子民, 爲衣冠盜.

독서, 불견성현, 위연참용. 거관, 불애자민, 위의관도.

講學, 不尙躬行, 爲口頭禪. 立業, 不思種德, 爲眼前花.

강학, 불상궁행, 위구두선. 입업, 불사종덕, 위안전화.

 

글을 읽어도

성현을 보지 못하면

종이와 붓의 노예에 불과하고,

공직에 있으며 백성을 사랑하지 않으면

의관을 훔친 도둑에 불과하다.

가르치면서 몸소 실천하지 않는다면

입으로만 참선을 하는 것이며

큰 사업을 세우고도 베풀음에 인색한 것은

눈앞에서 피고 지는 꽃에 지나지 않는다.


참된 진리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

 

【前集 057】

 

人心有一部眞文章, 都被殘編斷簡封錮了. 有一部眞鼓吹, 都被妖歌艶舞湮沒了.

인심유일부진문장, 도피잔편단간봉고료. 유일부진고취, 도피요가염무인몰료.

學者須掃除外物, 直覓本來, 纔有個眞受用.

학자수소제외물, 직멱본래, 재유개진수용.

 

사람마다 마음속에 참 문장이 있지만

옛사람의 하찮은 말에 모두 막혀 버리고,

사람마다 마음속에 참 풍류가 있지만

세상의 난잡한 가무에 모두 묻혀버린다.

배우는 사람은 하찮은 외물을 쓸어버리고

본래의 마음을 찾을 때 참 보람을 얻는다.


항상 반대의 상황에 대비하라

 

【前集 058】

 

苦心中, 常得悅心之趣. 得意時, 便生失意之悲.

고심중, 상득열심지취. 득의시, 변생실의지비.

 

괴로움 속에서

언제나

마음을 즐겁게 하는 멋을 얻으며.

득의만면할 때에

갑자기 실의의 슬픔을 낳게 된다.


부도덕한 부귀와 명예는 오래가지 못한다

 

【前集 059】

 

富貴名譽, 自道德來者, 如山林中花, 自是舒徐繁衍.

부귀명예, 자도덕래자, 여산림중화, 자시서서번연.

自功業來者, 如盆檻中花, 便有遷徙廢興.

자공업래자, 여분함중화, 변유천사폐흥.

若以權力得者, 如甁鉢中花, 其根不植, 其萎可立而待矣.

약이권력득자, 여병발중화, 기근불식, 기위가립이대의.

 

부귀와 명예가 도덕에서 온 것이면

숲 속의 꽃처럼 그 뿌리와 잎이

자연히 자랄 것이며,

부귀와 명예가 공로에서 온 것이면

화분 속의 꽃처럼

자주 자리를 옮겨 흥망이 있다.

부귀와 명예가 권력에서 온 것이면

그것은 화병 속의 꽃처럼

뿌리를 심지 않은 탓으로 금방 시들어 버린다.


베풀지 않는 백 년살이 하루살이만 못하다

 

【前集 060】

 

春至時和, 花尙鋪一段好色, 鳥且囀幾句好音.

춘지시화, 화상포일단호색, 조차전기구호음.

士君子, 幸列頭角, 復遇溫飽,

사군자, 행렬두각, 부우온포,

不思立好言行好事, 雖是在世百年, 恰似未生一日.

불사입호언행호사, 수시재세백년, 흡사미생일일.

 

봄이 되어 화창하면

꽃들은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새들은 고운 노래를 지저귄다.

사람이 세상에 두각을 나타내어

부유하게 살더라도

좋은 말과 좋은 일하기를 생각하지 않으면

백년을 살아도 하루도 살지 않음과 같다.


지나친 엄함과 결백은 생명력이 없다

 

【前集 061】

 

學者要有段兢業的心思, 又要有段瀟灑的趣味.

학자요유단긍업적심사, 우요유단소쇄적취미.

若一味斂束淸苦, 是有秋殺無春生, 何以發育萬物?

약일미렴속청고, 시유추살무춘생, 하이발육만물?

 

학문을 하는 사람은

항상 조심하는 마음을 지녀야 하고

한편으로는

활달한 멋을 지녀야 한다.

몸가짐을 너무 엄하게 하여

지나치게 결백하기만 하면

그것은 쌀쌀한 가을의 냉기만 있을 뿐

따뜻한 봄기운이 없어

만물을 자라게 할 수가 없다.


참으로 큰 재주는 별다른 재주가 없는 것

 

【前集 062】

 

眞廉, 無廉名. 立名者, 正所以爲貪.

진렴, 무염명. 입명자, 정소이위탐.

大巧, 無巧術. 用術者, 乃所以爲拙.

대교, 무교술. 용술자, 내소이위졸.

 

참된 청렴은

청렴하다는 이름이 없나니,

명성을 얻는 것은 바로 이름을 탐하기 때문이다.

참으로 큰 재주는

별달리 교묘한 재주가 없나니,

재주를 부리는 것은 그만큼 졸렬하기 때문이다.


군자는 모자라는 곳에 머문다

 

【前集 063】

 

敧器, 以滿覆. 撲滿, 以空全.

기기, 이만복. 박만, 이공전.

故君子寧居無, 不居有. 寧處缺, 不處完.

고군자녕거무, 불거유. 영처결, 불처완.

 

의기는 가득 차면 엎질러지고,

박만은 텅 비어야 온전하다.

군자는 무위 경지에 살지언정

유위 경지에 살지 않고,

모자라는 곳에 머물지언정

가득 찬 곳에 머물지 않는다.


마음의 청렴 없는 외적인 청렴은 무의미하다

 

【前集 064】

 

名根未拔者, 縱輕千乘, 甘一瓢, 總墮塵情.

명근미발자, 종경천승, 감일표, 총타진정.

客氣未融者, 雖澤四海, 利萬世, 終爲剩技.

객기미융자, 수택사해, 이만세, 종위잉기.

 

명리를 탐하는 생각이

뿌리 뽑히지 않은 사람은

비록 천승의 부를 가볍게 여기고

한 표주박의 물을 달게 마실지라도

실상은 세속의 욕망에 떨어져 있는 것이요,

쓸모없는 용기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사람은

비록 은덕을 사방에 널리 베풀고

이익이 오랫동안 끼칠지라도

결국은 쓸모없는 재주에 그치고 만다.


마음이 밝으면 어둠 속에도 빛을 본다

 

【前集 065】

 

心體光明, 暗室中, 有靑天.

심체광명, 암실중, 유청천.

念頭暗昧, 白日下, 生厲鬼.

염두암매, 백일하, 생려귀.

 

마음의 바탕이 밝으면

어두운 방에서도 푸른 하늘이 있고

생각이 어두우면

환한 햇빛 속에서도 도깨비를 보게 된다.


가장 큰 근심은 마음의 근심이다

 

【前集 066】

 

人知名位爲樂, 不知無名無位之樂爲最眞.

인지명위위락, 부지무명무위지락위최진.

人知饑寒爲憂, 不知不饑不寒之憂爲更甚.

인지기한위우, 부지부기불한지우위갱심.

 

사람들은

명성과 높은 지위만을

즐거움인 줄 알지만

이름 없고 지위 없는 즐거움이

더 참된 즐거움인 줄 모른다.

사람들은

굶주리고 추운 것만이 근심인 줄 알지만

굶주리지 않고 춥지 않은 근심이

더 큰 근심인 줄은 모른다.


악행을 하고 두려워함은 선해질 희망이 있다

 

【前集 067】

 

爲惡而畏人知, 惡中猶有善路. 爲善而急人知, 善處卽是惡根.

위악이외인지, 악중유유선로. 위선이급인지, 선처즉시악근.

 

악한 일을 하고 나서

남이 알까 봐 두려움을 갖는 것은

아직도 악함 가운데

선으로 향하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선한 일을 하고 나서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서두르는 것은

아직도 그 선 속에

악의 뿌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군자는 변화되는 상황에 초연하다

 

【前集 068】

 

天地機緘, 不測. 抑而伸, 伸而抑. 皆是播弄英雄, 顚倒豪傑處.

천지기함, 불측. 억이신, 신이억. 개시파롱영웅, 전도호걸처.

君子只是逆來順受, 居安思危, 天亦無所用其伎倆矣.

군자지시역래순수, 거안사위, 천역무소용기기량의.

 

하늘의 기밀은

아무도 측량하지 못한다.

눌렀다가는 펴고,

폈다가는 다시 누른다.

이것은 영웅을 조롱하고 호걸들을 뒤엎어 놓는다.

그러나 군자는

천운이 역으로 와도 순리로 받아들이고

평온함 속에서 위태로움을 생각하기 때문에

하늘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여유와 너그러움 속에 복이 있다

 

【前集 069】

 

燥性者, 火熾, 遇物則焚. 寡恩者, 氷淸, 逢物必殺.

조성자, 화치, 우물즉분. 과은자, 빙청, 봉물필살.

凝滯固執者, 如死水腐木, 生機已絶. 俱難建功業而延福祉.

응체고집자, 여사수부목, 생기이절. 구난건공업이연복지.

 

성질이 조급한 사람은

타는 불길과 같아서

보는 것마다 태워 버린다.

은혜롭지 못한 사람은 얼음과 같이 차가워서

닥치는 대로 얼려 죽인다.

기질이 융통성이 없고 고집 센 사람은

괴어 있는 물이나 썩은 나무토막 같아 생기가 없다.

이런 사람들은 공업을 세우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복을 누림 또한 길지 못하다.


행복은 억지로 구할 수 없는 것이다

 

【前集 070】

 

福不可徼. 養喜神, 以爲召福之本而已. 禍不可避.

복불가요. 양희신, 이위소복지본이이. 화불가피.

去殺機, 以爲遠禍之方而已.

거살기, 이위원화지방이이.

 

행복은 억지로 구할 수가 없는 것이니

스스로 즐거운 마음을 길러서

행복을 부르는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

불행은 마음대로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니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없이하여

불행을 멀리하는 방법으로 삼아야 한다.


군자는 떠들지도 나서지도 않는다

 

【前集 071】

 

十語九中, 未必稱奇. 一語不中, 則愆尤騈集.

십어구중, 미필칭기. 일어부중, 즉건우병집.

十謀九成, 未必歸功. 一謀不成, 則訾議叢興.

십모구성, 미필귀공. 일모불성, 즉자의총흥.

君子所以寧黙, 毋躁, 寧拙, 毋巧.

군자소이영묵, 무조, 영졸, 무교.

 

열 마디 말 중에 아홉 마디가 맞아도

반드시 신기하다 칭찬하지 않지만

단 한 마디라도 맞지 않으면

비난의 목소리가 사방에 가득 찬다.

열 가지 계획 중에서 아홉 가지가 이루어져도

공을 돌리려 하지 않으면서

한 가지만 실패해도

비난하는 목소리가 사방에 가득 찬다.

군자가 차라리

침묵할지언정 떠들지 않으며

모르는 척할지언정

아는 체하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마음이 따뜻해야 복도 두텁고 오래간다

 

【前集 072】

 

天地之氣, 暖則生, 寒則殺. 故性氣淸冷者, 受享亦凉薄.

천지지기, 난칙생, 한칙살. 고성기청랭자, 수향역량박.

唯和氣熱心之人, 其福亦厚, 其澤亦長.

유화기열심지인, 기복역후, 기택역장.

 

천지의 기운이 따뜻하면

만물은 자라나고

차가우면 시들어 죽는다.

그러므로

성질이 지나치게 맑고 차가운 사람은

받아서 누릴 복도 박하다.

오직 화기 있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야

받아서 누릴 수 있는 복 또한 두텁고 오래간다.


욕망의 길은 좁아 빠져나오기 어렵다

 

【前集 073】

 

天理路上, 甚寬. 稍游心, 胸中便覺廣大宏朗.

천리노상, 심관. 초유심, 흉중변각광대굉랑.

人欲路上, 甚窄. 纔寄迹, 眼前俱是荊棘泥塗.

인욕노상, 심착. 재기적, 안전구시형극니도.

 

하늘의 도리를 따르는 길은

너무나 넓고 커서

거기에 조금만 마음을 두면

가슴속이 문득 넓어지고 밝아진다.

욕망의 길은 한없이 좁아,

거기에 조금이라도 발을 들여놓으면

눈앞엔 모두 가시덤불과 진흙탕뿐이다.


고난 뒤에 얻은 행복이 참 행복이다

 

【前集 074】

 

一苦一樂, 相磨練, 練極而成福者, 其福始久.

일고일락, 상마련, 연극이성복자, 기복시구.

一疑一信, 相參勘, 勘極而成知者, 其知始眞.

일의일신, 상참감, 감극이성지자, 기지시진.

 

괴로움과 즐거움을 고루 겪고

그렇게 얻은 행복이 오래가고

의문과 믿음을 고루 겪고

거기서 얻은 지식이 참 지식이다.


마음이 충만하면 물욕이 생기지 않는다

 

【前集 075】

 

心不可不虛. 虛則義理來居. 心不可不實. 實則物欲不入.

심불가불허. 허칙의리래거. 심불가불실. 실칙물욕불입.

 

마음을 항상

비워 두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음을 비워 두어야

정의와 진리가 그곳에 와서 산다.

마음은 항상 채워 두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음이 충만해 있으면

물욕이란 들어올 수가 없다.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못한다

 

【前集 076】

 

地之穢者, 多生物. 水之淸者, 常無魚.

지지예자, 다생물. 수지청자, 상무어.

故君子當存含垢納汚之量, 不可持好潔獨行之操.

고군자당존함구납오지량, 불가지호결독행지조.

 

더러운 땅에서는 초목이 무성하지만

물이 너무 맑으면

항상 고기가 없는 법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때 묻고 더러움도 용납할

도량을 가져야 한다.

깨끗함만 좋아하고 홀로 행하려는

절조는 지니지 말아야 한다.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前集 077】

 

泛駕之馬, 可就驅馳. 躍冶之金, 終歸型範.

범가지마, 가취구치. 약야지금, 종귀형범.

只一優游不振, 便終身無個進步.

지일우유부진, 변종신무개진보.

白沙云, 「爲人多病未足羞, 一生無病是吾憂」, 眞確論也.

백사운, 「위인다병미족수, 일생무병시오우」, 진확론야.

 

수레를 뒤엎는 사나운 말도

길들이면 부릴 수가 있고

다루기 힘든 쇳덩이도

잘 다루면 좋은 기물이 된다.

사람이 하는 일 없이 놀기만 하고

노력이 없으면 평생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

백사가 말하기를

‘사람으로 병 많음이 부끄러울 것 없지만

평생토록 마음의 병 없는 것이 근심이라’ 했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욕심이 없으면 한 세상 초월할 수 있다

 

【前集 078】

 

人只一念貪私, 便銷剛爲柔, 塞智爲昏, 變恩爲慘, 染潔爲汚, 壞了一生人品.

인지일념탐사, 변소강위유, 색지위혼, 변은위참, 염결위오, 괴료일생인품.

故古人以不貪爲寶, 所以度越一世.

고고인이불탐위보, 소이도월일세.

 

사람이 오직

사사로운 이익에만 빠져들다 보면

강직한 기질도 마모되어 유약해지고

지혜가 막혀 어두워질 뿐만 아니라

인자한 마음마저 혹독해지고

또 결백한 뜻도 더러워져

인간의 본성을 깨뜨리게 된다.

옛사람이 탐욕하지 않음을 귀하게 여긴 까닭은

그것으로 일세를 초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욕은 내면의 도둑이다

 

【前集 079】

 

耳目見聞爲外賊, 情欲意識爲內賊.

이목견문위외적, 정욕의식위내적.

只是主人翁, 惺惺不昧, 獨坐中堂, 賊便化爲家人矣.

지시주인옹, 성성불매, 독좌중당, 적변화위가인의.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것은

바깥 도둑이지만

정욕의 의식은 내면의 도둑이다.

주인 되는 마음이 맑게 깨어서

방안에 의젓이 앉아 있으면

도둑들도 하인이 되어

한 집안 식구가 된다.


뉘우침은 예방함만 못하다

 

【前集 080】

 

圖未就之功, 不如保已成之業.

도미취지공, 불여보이성지업.

悔已往之失, 不如防將來之非.

회이왕지실, 불여방장래지비.

 

아직 이루지 못한 공을 도모하는 것은

이미 이루어 놓은 공을

잘 보전함만 같지 못하고,

지나간 과실을 뉘우치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잘못을 막음만 못하다.


기상은 높되 소홀해서는 안 된다

 

【前集 081】

 

氣象要高曠, 而不可疎狂. 心思要縝密, 而不可瑣屑.

기상요고광, 이불가소광. 심사요진밀, 이불가쇄설.

趣味要冲淡, 而不可偏枯. 操守要嚴明, 而不可激烈.

취미요충담, 이불가편고. 조수요엄명, 이불가격렬.

 

사람의 기상은

높을수록 좋지만 소홀해서는 안 되고,

마음은 빈틈이 없어야 하지만

자질구레해서는 안 된다.

취미는 깨끗한 것이 좋지만

지나쳐서는 안 되고,

지조는 엄정하게 지켜야 하지만

과격해서는 안 된다.


바람이 지나도 소리를 남기지 않는다

 

【前集 082】

 

風來疎竹, 風過而竹不留聲. 雁度寒潭, 雁去而潭不留影.

풍래소죽, 풍과이죽불류성. 안도한담, 안거이담불류영.

故君子, 事來而心始現, 事去而心隨空.

고군자, 사래이심시현, 사거이심수공.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와도

바람이 지나가면 그 소리를 남기지 않고,

기러기가 차가운 연못을 지나가도

기러기가 지나가고 나면

그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다.

군자 또한

일이 생기면 비로소 마음이 나타나고

일이 지나고 나면 마음도 따라서 비워진다.


치우치지 않음이 참다운 덕이다

 

【前集 083】

 

淸能有容, 仁能善斷, 明不傷察, 直不過矯,

청능유용, 인능선단, 명불상찰, 직불과교,

是謂 「蜜餞不甛, 海味不醎」, 纔是懿德.

시위 「밀전불첨, 해미불함」, 재시의덕.

 

청렴결백하면서도 너그럽고,

어질면서도 결단력이 있으며,

총명하면서도 지나치게 살피지 않고,

강직하면서도 바른 것에만 치우치지 않는다면

꿀을 바른 음식이 달지 않고 해산물이 짜지 않은 것과 같다.

이것이 곧 아름다운 덕이다.


한 때 곤궁해도 자포자기하지 마라

 

【前集 084】

 

貧家淨拂地, 貧女淨梳頭, 景色雖不艶麗, 氣度自是風雅.

빈가정불지, 빈녀정소두, 경색수불염려, 기도자시풍아.

士君子一當窮愁寥落, 奈何輒自廢弛裁?

사군자일당궁수요락, 내하첩자폐이재?

 

가난한 집도 깨끗이 청소하고,

가난한 집 여자라도

단정하게 빗질을 하면

그 모습이 비록 화려해 아름답지는 못하여도

그 기품은 저절로 풍겨 난다.

사람이 한 때 곤궁하고 영락하였다 하여

어찌 스스로를 버리며 게을리하랴.


한가한 때에 시간을 헛되이 마라

 

【前集 085】

 

閑中不放過, 忙處有受用. 靜中不落空, 動處有受用.

한중불방과, 망처유수용. 정중불락공, 동처유수용.

暗中不欺恩, 明處有受用.

암중불기은, 명처유수용.

 

한가한 때에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바쁜 때에 쓸모가 있고,

조용한 때에 마음을 놓아 버리지 않으면

활동할 때에 쓸모가 있으며

어두운 속에서

속이고 숨기는 일이 없으면

밝은 곳에서 그 보람을 누릴 수 있다.


생각나면 깨닫고 깨달았으면 돌이켜라

 

【前集 086】

 

念頭起處, 纔覺向欲路上去, 便挽從理路上來. 一起便覺, 一覺便轉.

염두기처, 재각향욕로상거, 변만종리노상래. 일기변각, 일각변전.

此是轉禍爲福, 起死回生的關頭, 切莫輕易放過.

차시전화위복, 기사회생적관두, 절막경이방과.

 

한 순간의 생각이

사욕의 길로 나아감을 깨닫게 되면

곧 되돌려

도리의 길로 나가게 하라.

생각이 나면 곧 깨닫고

깨달으면 재빨리 돌이키게 하라.

이것이야말로 불행을 행복으로 만들고

죽음에서 삶으로 되돌아오는 계기가 된다.

결코 가볍게 놓쳐버리지 말라.


마음을 보며 도를 체득하는 법

 

【前集 087】

 

靜中念慮澄徹, 見心之眞體. 閑中氣象從容, 識心之眞機.

정중념려징철, 견심지진체. 한중기상종용, 식심지진기.

淡中意趣冲夷, 得心之眞味. 觀心證道, 無如此三者.

담중의취충이, 득심지진미. 관심증도, 무여차삼자.

 

고요한 가운데 생각이 맑으면

마음의 본체를 볼 수 있고

한가한 가운데 기상이 조용하면

마음의 참 기틀을 알게 될 것이다

담백함 속에서 마음의 뜻이 평온하면

마음의 참 맛을 얻을 수 있다.

마음을 보며 도를 체험하는 데는

이 세 가지보다 나은 것이 없다.


고요 속에 고요함은 참 고요가 아니다

 

【前集 088】

 

靜中靜非眞靜. 動處靜得來, 纔是性天之眞境.

정중정비진정. 동처정득래, 재시성천지진경.

樂處樂非眞樂. 苦中樂得來, 纔見以體之眞機.

낙처락비진락. 고중락득래, 재견이체지진기.

 

고요한 곳에서 고요함은

참다운 고요함이 아니다.

소란함 속에서 고요함을 지켜야만

마음의 참다운 경지에 이를 수가 있다.

즐거운 속에서 즐거움은

참다운 즐거움이 아니다.

괴로움 가운데서 즐거운 마음을 얻어야만

마음의 참된 쓰임새를 볼 수 있다.


결심에 대한 의심은 부끄러울 뿐이다

 

【前集 089】

 

舍己, 毋處其疑. 處其疑, 卽所舍之志多愧矣.

사기, 무처기의. 처기의, 즉소사지지다괴의.

施人, 毋責其報. 責其報, 倂所施之心俱非矣.

시인, 무책기보. 책기보, 병소시지심구비의.

 

어떤 일에

스스로를 바쳐 일하기로 했다면

다시는 그 일을 의심하지 말라.

의심하게 되면

결심한 자신의 의지에 부끄러움을 주게 된다.

남에게 무언가를 베풀었다면

그에 대한 보답을 바라지 말라.

보답을 바란다면

베풀었던 마음과 모든 것이 그릇된 것이다.


운명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前集 090】

 

天薄我以福, 吾厚吾德, 以迓之. 天勞我以形, 吾逸吾心, 以補之.

천박아이복, 오후오덕, 이아지. 천노아이형, 오일오심, 이보지.

天阨我以遇, 吾亨吾道, 以通之. 天且我奈何哉?

천액아이우, 오형오도, 이통지. 천차아내하재?

 

하늘이 나에게 복을 박하게 준다면

나는 스스로의 덕을 두텁게 하여

이를 맞이할 것이고,

하늘이 내 몸을 수고롭게 한다면

나는 스스로의 마음을 편하게 하여

이를 도울 것이며,

하늘이 내 처지를 곤궁하게 한다면

나는 스스로의 도를 형통케 하여

그 길을 열 것이니

하늘인들 나를 더 어떻게 하랴.


뜻이 곧은 선비는 하늘이 길을 열어준다

 

【前集 091】

 

貞士無心徼福, 天卽就無心處牖其衷. 憸人著意避禍, 天卽就著意中奪其魄.

정사무심요복, 천즉취무심처유기충. 섬인저의피화, 천즉취저의중탈기백.

可見天之機權最神. 人之智巧何益?

가견천지기권최신. 인지지교하익?

 

뜻이 곧은 선비는

애써 복을 구하지 않아도

하늘은 그 구하지 않는 자리로 나아가서

그 마음을 열어 준다.

음흉한 사람은 불행을 피하려고 애쓰지만

하늘은 그 애쓰는 속으로 찾아가 그 넋을 빼앗는다.

보라, 하늘의 힘이란 얼마나 놀라운가!

인간의 지혜와 잔재주가 무슨 소용 있으랴.


사람을 보려면 노년을 보라

 

【前集 092】

 

聲妓, 晩景從良, 一世之臙花無碍. 貞婦, 白頭失守, 半生之情苦俱非.

성기, 만경종량, 일세지연화무애. 정부, 백두실수, 반생지정고구비.

語云, 「看人只看後半截」, 眞名言也.

어운, 「간인지간후반절」, 진명언야.

 

기녀라도 늘그막에 한 남편을 따른다면

한때의 화장기도 문제 될 것이 없고,

정숙한 여자라도

늘그막에 정조를 잃으면

반평생의 절개가 수포로 돌아간다.

속담에 이르기를

사람을 보려면 그 후반을 보라고 했으니

참으로 옳은 말이다.


권세에 탐하면 지위는 있되 거지와 같다

 

【前集 093】

 

平民肯種德施惠, 便是無位的公相.

평민긍종덕시혜, 변시무위적공상.

士夫徒貪權市寵, 竟成有爵的乞人.

사부도탐권시총, 경성유작적걸인.

 

평민이라도

기꺼이 덕을 심고 은혜를 베풀면

벼슬 없는 재상이 되고

고관대작도

권세에 탐닉하고 은총을 판다면

마침내 벼슬 있는 거지가 된다.


지금 나의 행함이 훗날 자손의 복이다

 

【前集 094】

 

問祖宗之德澤! 吾身所享者是, 當念其積累之難.

문조종지덕택! 오신소향자시, 당염기적루지난.

問子孫之福祉! 吾身所貽者是, 要思其傾覆之易.

문자손지복지! 오신소이자시, 요사기경복지이.

 

조상이 남겨 준 은혜를 무엇인가.

그것은 지금 내가 살아 누리는 모든 것이니,

그 쌓기 위해 어려웠음을 명심하라.

자손에게 줄 복이 무엇인가.

그것은 내가 지금 행하는 것이 그것이니

그 기울어지기 쉬움을 염려하라.


군자의 위선은 소인의 악행과 같다

 

【前集 095】

 

君子而詐善, 無異小人之肆惡.

군자이사선, 무리소인지사악.

君子而改節, 不及小人之自新.

군자이개절, 불급소인지자신.

 

군자로서 위선 된 것은

소인이 악을 거침없이 행하는 것과 같다.

군자로서 지조를 꺾는 것은

소인이 스스로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만도 못한다.


훈계는 따스함으로 하라

 

【前集 096】

 

家人有過, 不宜暴怒, 不宜輕棄.

가인유과, 불의폭로, 불의경기.

此事難言, 借他事隱諷之. 今日不悟, 俟來日再警之.

차사난언, 차타사은풍지. 금일불오, 사내일재경지.

如春風解凍, 如和氣消氷, 纔是家庭的型範.

여춘풍해동, 여화기소빙, 재시가정적형범.

 

가족에게 잘못이 있으면

크게 화내지도 가볍게 보아 넘기지도 말라.

잘못을 깨우쳐주기 어렵다면

다른 일을 빌어 비유로서 깨닫게 하라.

오늘 깨닫지 못하면

다시 내일을 기다려 훈계하라.

봄바람이 언 땅을 녹이고

온기가 얼음장을 녹이듯 하라.

그것이 가정을 다스리는 규범이다.


내 마음이 너그러우면 세상이 온화해진다

 

【前集 097】

 

此心常看得圓滿, 天下自無缺陷之世界.

차심상간득원만, 천하자무결함지세계.

此心常放得寬平, 天下自無險側之人情.

차심상방득관평, 천하자무험측지인정.

 

내 마음을 살펴

항상 원만하게 한다면

세상은

한 점 결함이 없는 세계가 될 것이며

내 마음을 열어 놓아

항상 너그럽게 한다면

세상에 험악한 인정이란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지조를 지키되 엄격함을 드러내지 마라

 

【前集 098】

 

澹泊之士必爲濃艶者所疑. 檢飭之人多爲放肆者所忌.

담박지사필위농염자소의. 검칙지인다위방사자소기.

君子處此, 固不可少變其操履, 亦不可太露其鋒芒.

군자처차, 고불가소변기조리, 역불가태로기봉망.

 

마음이 청렴결백한 사람은

반드시 사치한 자의 의심을 받고

엄격한 사람은 흔히

방종한 자의 미움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군자는 어떤 경우에도

일말의 지조도 변함이 없어야 하고

또 지나치게 엄격함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역경에서의 고통은 모두 약이 된다

 

【前集 099】

 

居逆境中, 周身皆鍼砭藥石, 砥節礪行而不覺.

거역경중, 주신개침폄약석, 지절려행이불각.

處順境內, 眼前盡兵刃戈矛, 銷膏磨骨而不知.

처순경내, 안전진병인과모, 소고마골이부지.

 

역경에 처해 있을 때는

주위가 모두 침과 약이어서

자신도 모르게 절조와 행실을 닦게 된다.

모든 일이 순조로울 때는

눈앞이 모두 칼과 창이어서

살을 말리고 뼈를 깎아도 깨닫지 못한다.


부귀한 욕심의 불꽃이 자신을 태운다

 

【前集 100】

 

生長富貴叢中的, 嗜欲如猛火, 權勢似烈焰.

생장부귀총중적, 기욕여맹화, 권세사열염.

若不帶些淸冷氣味, 其火焰不至焚人, 必將自爍矣.

약불대사청랭기미, 기화염부지분인, 필장자삭의.

 

부귀한 집에서 성장한 사람은

그 욕심이 사나운 불길 같고

그 권세가 날카로운 불꽃과 같다.

만약 조금이라도 맑고

신선한 기운을 지니지 않는다면,

그 불길이 남을 태우지는 못하더라도

반드시 그 자신을 태워 버리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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